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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생활·요리/<결혼부터 아이까지>

03. 육아와 나의 일_ 베이비시터 고용

by BOOKCAST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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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육아를 할 수 있은 꿈의 집’을 만들어 놓았으나 아이는 바로 오지 않았다. 오지 않았던 아이를 기다리면서 쓴 글이 바로 『나는 난임이다』이다.

여기서부터는 그 꿈의 집에서 태어났던 아이들을 기르면서 나의 일과 본격적인 육아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쌍둥이를 낳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한마디로 나의 생활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때 실감 나게 느꼈던 것은 ‘도대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쏟아져 나오는 젖병, 빨랫감, 기저귀, 그리고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쌍둥이…아…그리고 왜 하필 몸은 손목, 허리 등 안 아픈 곳이 없는지…. 이런 몸 상태로는 아이 하나 제대로 안아주기도 힘들었다. 이 모든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 못 하고 있었다.

나는 절대 일에 겁먹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일 벌이고 많은 일을 헤쳐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출산 후 아이를 돌보는 모든 일은 ‘과연 어떻게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까’하는 어마어마한 일들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당시 일들은 몸이 가장 건강할 때도 어려운 일인데 여자들이 출산 후 몸이 회복되어야 하는 그 시점, 안 아픈 곳이 없는 그 시점에서 그것도 생전 처음 해 보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 실로 너무도 힘들었다. 가장 컨트롤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아이들을 볼 때 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은 하다가도 쉴 수가 있는데 아이를 키울 때는 내가 원할 때 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하랴 아이들 보랴 남편이 아무리 열심히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남편도 일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남편과 나는 입주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베이비시터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때 내려와서 일하였다. 쌍둥이라 언제라도 내가 ‘온 콜’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아래층에서 일하는 시간에는 초집중해서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일을 끝내야 했다. 그때 우리는 아래층과 위층을 연결하는 버저를 하나 만들었는데 ‘삐’ 하고 버저가 울리면 나는 미팅을 하든, 전화 통화를 하든,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일을 멈추고 위층으로 뛰어갔어야 했다. 버저는 베이비시터가 도저히 혼자서 둘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누르는 SOS 신호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거 버그의 옷장에 회색 티셔츠만 여러 개 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다른 곳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옷 입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가 그 이유이다. 명색이 나는 패션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나의 옷장에는 똑같은 디자인의 티셔츠가 색상별로 있었고 똑같은 청바지가 여러 벌 있었다. 내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아기 낳기 전에는 화장 안 하고는 외출도 안 했던 나였지만 그냥 옷 입고 출근하는 것에 바빴다.

일과 아이 돌봄 사이의 조화는 전혀 찾을 수 없었고 매일매일 급하고 지치는 나날이었다. 회사 일이 하루라도 원활하게 돌아갔으면 좋았을 테지만 여전히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매일매일 일어나는 사건들을 바로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꿈의 집’에서 그렇게 ‘꿈’꾸던 아이를 돌보면서 일도 하고 베이비시터까지 있었는데 왜 그 당시 모든 일이 너무도 벅찼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삶의 질 지수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원했던 것이 다 이루어졌는데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왜 나의 삶의 퀄리티는 이렇게 떨어질까? 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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