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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15분마다>

01. 우린 여기 있고, 당신을 속이고 있다.

by BOOKCAST 202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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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시오패스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훨씬 영리하고 자유롭다. 규칙이나, 법률, 감정, 상대방에 대한 배려 따위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금세 읽을 수 있고, 연락처를 바로 얻어낼 수 있으며,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끔 조종할 수 있다.

진짜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바로 당신을.
나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매일 기만하고 있다.

책에서 본 바로는, 24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만일 내게 물어본다면 걱정해야 할 건 나머지 23명이라고 답할 것이다. 24명 중 1명이면 인구의 4퍼센트다. 소시오패스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거식증 환자는 3퍼센트인데 모두들 그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겨우 1퍼센트에 불과한데도 모든 언론이 앞장서서 다룬다. 소시오패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이 없거나, 전부 다 살인자라고 생각한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에 대해 걱정하는 건 편집증이 아니다. 훨씬 더 편집증적으로 걱정해야 한다. 전형적인 평범한 엄마들은 온갖 걱정을 다 하지만 그건 전부 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들은 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악마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테러범이나 살인자, 무자비한 독재자의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악마가 자신들의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직장에서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을. CVS 매장의 계산대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기차 옆 좌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체육관의 러닝머신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자신들의 딸과 결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린 여기 있고, 당신을 속이고 있다.
우린 당신을 노린다.
우린 당신을 훈련시킨다.

나는 소시오패스 검사를 해봤다. 물론 공식적인 검사는 아니다. 해어 테스트(Hare test)라고 불리는 실제 검사는 오직 숙련된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검사법을 찾았다. 처음 두 문항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
선택하시오 : 전혀 그렇지 않다 / 조금 그렇다 / 그렇다
 
2. 내가 한 일 때문에 다른 사람이 비난을 받아도 미안하지 않다.
선택하시오 : 전혀 그렇지 않다 / 조금 그렇다 / 그렇다
 
문항은 전부 20개로, 최고 점수는 40점이다. 내 점수는 38점이다.
소시오패스 전공이라면 우등으로 졸업했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검사 같은 건 필요 없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언제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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