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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15분마다>

08. 나는 가치가 없고 나약하고 부족한 누군가를 파멸시킬 것이다.

by BOOKCAST 2022.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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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게 쉽다그리고 거짓말을 잘한다.
선택하시오 전혀 그렇지 않다 조금 그렇다 그렇다

 

잠이 오지 않는다. 마음이 너무 들뜬다. 나는 첫 번째, 어쩌면 가장 큰 장애물을 해결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해냈다.
적과 관계를 맺은 것이다.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다. 스릴과 흥분을 느낀다. 너무 신이 나서 긴장될 정도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기대감에 들떠 있다.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시계는 새벽 3시 2분을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좌우로 돌아누우며 몸을 들썩거리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에어컨을 켜고, 손잡이를 HI로 돌렸다가 이내 LO로 돌린다.
어째서 이런 것에 철자도 제대로 쓰여 있지 않는 건가?
멍청이들.

나는 온라인에 접속해 비디오 게임을 시작한다. 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다시 침대로 돌아간다. 늘 게임에 지는 얼간이들을 상대하는 것도 지겹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제대로 된 적수가 나타나도 반갑지 않다. 나는 현실의 게임에서 나 자신을 발견했고, 거기서의 내 캐릭터는 끌어내려야 할 누군가를 파멸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가치가 없고 나약하고 부족한 천사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금처럼 좋고 나쁘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벌거벗고 어둠 속에 누워 있자니, 내 피부에 닿는 이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따끔거린다.
모든 것이 계획을 시작하는 이 느낌보다 열등하다. 내가 기다렸던 주말로 이어지는 금요일 밤과 같다.
베개를 목 아래에 받쳐보지만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비록 방 안은 컴컴하고 나는 가만히 누워 있지만, 이 밤이 어쩐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몸이 확장되고, 둥둥 뜨고, 날아다니는 것 같다. 신경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고, 심장이 뛰며 피가 솟구친다. 아드레날린이 내 몸속을 질주하면서 모든 뉴런들이 발사되는 것 같다.
지글지글! 쾅! 펑!
내 자체가 비디오 게임이다.
나를 최고로 흥분시킨다. 나는 온라인을 통해 소시오패스들은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가 덜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소시오패스의 뇌를 찍은 열화상 MRI를 보면, 편도체 자리가 붉은색이나 오렌지색으로 타오르는 일반인들과 달리 영원히 한밤중인 것처럼 검은 색이고 차갑다.
지금은 내 편도체도 붉게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내 생각들은 자유롭게 뻗어 나가 나선형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맨 처음으로, 내가 처음 이 감정을 느꼈던 최초의 순간으로.

그 순간을 기억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내가 소시오패스인 건 엄마의 잘못이 아니다.
더불어 엄마의 공로도 아니다.
사실 난 그냥 이렇게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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