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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15분마다>

06. 선생도 아이가 있다면 알겠지만, 그 애만 괜찮으면 난 아무런 걱정이 없어요.

by BOOKCAST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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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상담을 할 수는 있습니다.”
에릭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사실 새 환자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맥스가 원한다면 시간을 내보지요.”

정말요?” 티크너 부인의 쌍꺼풀 없는 눈에 희망이 가득했다. “그래줄 수 있겠어요?”

. 맥스가 원하면요.”

정말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티크너 부인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자 에릭의 마음도 편해졌다.
하지만 심리 치료는 아주 만만찮은 일이고, 환자 본인이 원해야만 도움이 된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맥스에게 제안은 해보겠지만 모든 건 당사자한테 달렸어요.”

그 애도 받아들일 거예요. 선생님이 내 무거운 짐을 덜어줬네요.”
티크너 부인이 휴지를 꼭 쥔 채 관절염으로 울퉁불퉁한 손을 맞잡았다.
이 세상에 그 애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오. 맥스만 괜찮으면 난 아무런 걱정이 없어요. 선생도 아이가 있다면 알겠지만.”


그럼요.”

에릭은 해나를 떠올렸지만 말로 하지 않았다. 자신이 옆에 없을 때, 이제 일곱 살인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늘 걱정되었다. 아내와 별거를 시작한 뒤로 그 걱정이 제일 컸다.
선생님, 상담료는 내가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당 50이나 60달러쯤 받나?”

그 정도면 됩니다.”
에릭이 대답했다. 사실 그의 상담료는 시간당 300달러다. 그 정도 액수를 지불할 여력이 안 되는 환자들이라고 해도 250달러 이하로 깎아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죽음에 임박해 눈물짓는 노부인들에게는 예외였다. 정신의학과는 고액의 비용이 드는 정밀한 시술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낮은 치료비를 받는 분야에 속했다. 모든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마치 얼굴을 바꾸면 마음을 고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성형외과가 가장 많은 치료비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오했다.

그럼 됐어요. 정말 고마워요!”

도움이 돼서 기쁩니다.” 에릭이 면바지를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나가기 전에 부인 자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까? 부인과 같은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치료한 적이 많습니다. 혹시 도움을 받고 싶으시면 말씀하셔도 돼요.”

아뇨. 난 강한 사람이라오. 암에 걸린 것만 제외하면 괜찮아요.”
티크너 부인이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버지니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에릭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
혹시 생각이 바뀌시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주저하지 마시고요. 부인은 강인한 분이시니까.”

당연하죠.”

티크너 부인이 소리쳤다. 에릭은 미소를 지었다. 살아있는 티크너 부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부인에게 손을 흔든 뒤 의대생들에게 앞서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티크너 부인,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포추나토 선생을 보내드리죠. 잘 지내시고요.”
에릭은 의대생들을 따라 치료실을 나섰다. 간호사실 앞에 서 있는 로리와 자판기 앞에 몸을 숙이고 있는 맥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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