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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15분마다>

05. 우리 손자는 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요.

by BOOKCAST 202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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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맥스에게 도움이 필요한 건지 말씀해주시죠.”

그 애는 내가 잘 먹으면 좀 더 오래 살거나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난 죽어가고 있으니까. 맥스는 그 사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요.”
티크너 부인은 눈도 깜빡하지 않은 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난 영양 보급관을 달고 싶지 않아요. 아흔 살이면 충분히 오래 살았지. 진통제 약효가 떨어지면 온몸이 아프다오. 난 집에서 자연스럽게 떠나고 싶어요.”


이해합니다.”

에릭은 자신도 이처럼 용감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더 이상의 검사는 필요 없다고 결정했다. 티크너 부인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본인이 치료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이면 부인의 손자에 대한 걱정을 들어주는 것이 합당했다.
맥스의 부모님은 어디 있습니까? 그분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맥스의 엄마는 내 딸이긴 하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다오. 지금 나랑 같이 살고 있지만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직장도 제대로 못 다닌다오. 전화 회사에 다녔었는데 잦은 결근으로 해고당했어요.”

아버지는요?”

맥스의 아버지는 애가 두 살 때 집을 나갔어요. 그 인간도 술을 많이 마셨지.”

유감입니다.”
에릭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분노로 인한 씁쓸한 고통을 느꼈다. 그의 아버지 역시 알코올 의존자로, 술에 취한 채 트럭을 몰다가 나무에 충돌하는 바람에 어머니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그 기억을 눌렀다.
맥스에게 다른 형제자매가 있나요?”

아뇨. 외동이라오. 심지어 친구도 없어요. 집에 있을 때도 날 보살피거나, 저녁을 먹을 때 외에는 방에서 나오는 법이 없죠. 밤새 컴퓨터 게임만 한다오. 그 애한테는 나밖에 없어요.”
티크너 부인이 눈물을 참기 위해 눈을 깜빡거렸다.
맥스를 어쩌면 좋겠소? 내가 죽으면 틀림없이 상처받을 텐데.”

진정하시죠.”
에릭은 협탁에 놓여 있던 크리넥스 통에서 휴지를 뽑아 티크너 부인에게 건네주었다. 정신과 의사로서 사람들에게 휴지를 건네주는 일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여자들, 특히 나이 많은 여자들이 울면 여전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아직도 매일같이 떠올리는 어머니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애가 걱정돼 죽을 것 같아요.”

혹시 자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티크너 부인이 코끝을 매만졌다. 양쪽의 분홍색 반점이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예견된 증상이었다.

그 애는 별나긴 하지만 착해요. 선한 마음을 가졌지.”

이전에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그런 느낌이 드는 말을 했다거나?”

아뇨. 그 애는 속내나 자기감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요. 그 애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짓인데.”

맥스가 치료사를 만났거나 학교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나요?”

아뇨. 아이가 곤란해했어요. 사람들이 알면 놀릴 거라면서.”
티크너 부인이 훌쩍거리더니 코를 닦았다.
내가 정신이 나갔지. 그냥 내내 기도만 했다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발 그 아이를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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