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이들 가루에 숨어 있는 세계 역사!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것들의 세계사
소금, 설탕, 후추, 밀, 커피, 초콜릿. 이것들은 모두 오늘날을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오거나 기호품으로 즐긴다. 이것들을 일상에서 빼고 살라고 하면 도저히 그렇게 못 하겠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이것들이 우리 일상에서 보편화된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선뜻 믿지 못하겠다고,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근대 이전에 공장에서 화학식으로 만들어 내기 전까지 소금은 글자 그대로 작은 황금이라고 불릴 만큼 귀했다. 이 소금을 팔아 떼돈을 번 거상들이 출현하고 심지어 그들이 국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뒤엎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설탕의 사정도 비슷했다. 설탕은 사탕무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덥고 습한 기후에서만 자라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하는 것밖에 몰랐다. 때문에 소금보다 훨씬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다. 중동에 쳐들어간 십자군은 설탕을 얻기 위해 이슬람 세력이 제안한 동맹도 거부한 채 전쟁을 일으켰으며, 십자군이 중동에서 쫓겨나자 유럽인들은 설탕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붙잡아온 흑인들을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내 중노동을 시켰다. 조선에서는 사정이 더 어려웠는데, 국왕의 왕비마저 살아생전에 얻지 못할 만큼 설탕은 귀한 재료였다.
후추야말로 이를 얻기 위한 몸부림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보여준다. 인도와 동남아가 원산지인 후추는 다른 지역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았고, 특히 유럽인들은 후추에 매료되어 이를 구하러 멀리 떨어진 동방으로 함대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태풍에 휩쓸리거나 더위와 괴혈병에 걸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우리나라 역시 인도나 동남아시아와 거리가 멀어 조선시대에 후추의 위상은 다이아몬드에 가까웠으며, 연회장에서 일본 사신이 후추를 던지자 무희와 음악가들이 그것을 주우려 야단법석을 떨기도 했다.
지금은 밀가루가 흔해 빵과 수제비와 라면과 국수 등 온갖 음식에 들어가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밀가루는 대부분 중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해 오는 물건이어서 매우 귀한 식재료였다. 한 예로 현재 수제비는 서민들이 먹는 음식으로 여겨지지만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나 먹는 요리였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는 15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가 16세기에 들어 터키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된 생소한 것이었으며, 초콜릿은 멕시코의 아즈텍제국이 스페인 군대에 정복당하기 전까지 외부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고, 당연히 바깥 사람들은 초콜릿이 있다고 사실조차 몰랐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이들 가루는 고작 수백 년 전에야 일상화되었을 정도로 귀한 재료였다. 이 책은 그런 가루들, 그리고 그 가루들에 관한 세계사를 모아 다루었다. 역사는 교과서에서나 배우는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그 발자취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의 교양과 지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저자 l 도현신
1980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2004년 순천향대학교 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2004년 장편소설 《마지막 훈족》을 전자책으로 출간했고, 2005년 광명시 주최 제4회 전국신인문학상대회에서 단편소설 〈나는 주원장이다〉로 장려상을 받았으며,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균과 이순신》을 출간하면서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2009년 《옛사람에게 전쟁을 묻다》, 2011년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전쟁이 발명한 과학기술의 역사》, 2016년 《전장을 지배한 무기전, 전세를 뒤바꾼 보급전》 등 주로 전쟁사에 관한 책을 펴냈다.
역사적 사실을 단순 나열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과 문장으로 맥락과 흐름을 중요시하는 역사 서술을 추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라이벌 국가들의 세계사》 《지도에서 사라진 나라들》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맛있는 과일 문화사》《실업이 바꾼 세계사》《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영국이 만든 세계》《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르네상스의 어둠》을 비롯해 여러 권을 집필했다.
[연재 목차]
01. 이슬람 문화권의 설탕 사랑
02. 흑인 노예들의 역사가 서리다
03. 염전 싸움에서 혁명으로
04. 후추를 얻기 위한 모험과 전쟁
05. 밀 때문에 나선 러시아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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