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투자에서 인게이지먼트
1. 인게이지먼트
현재 주요 ESG 투자 방법으로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포지티브 스크리닝, 규범에 기반을 둔 스크리닝, 인테그레이션, 지속가능투자 테마, 임팩트 투자, 그리고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의결권 행사가 있다. 인게이지먼트・의결권 행사(이하, 인게이지먼트)는 투자가가 투자한 기업과 대화를 통해 ESG 항목을 개선해나갈 것을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게이지먼트에 대해 필자는 나름대로 정의하고 위크Weak형에서 스트롱Strong형에 이르기까지 4단계로 구분했다(그림 13-1). 여기에서 말하는 단계란 투자 대상 한 기업당 투자가가 부담하는 비용에 착안한 분류기준일 뿐이고, 동일한 기관투자가가 투자 대상 기업에 따라 스트롱형 인게이지먼트를 실행하거나 세미스트롱Semi Strong형 인게이지먼트를 실행하는 등 기업별 인게이지먼트 단계를 다르게 적용하기도 한다.

2. ESG 비용과 수익
과거에 진행된 연구 가운데 기업이 ESG 평가를 개선해나가는 중에 해당 기업 주식에서 일정 기간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한 연구도 있다. 효율적 시장을 전제로 ESG 평가가 높은 기업의 주가에는 이미 관련된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오히려 ESG 평가가 낮은 기업에 투자할 경우 그 기업의 평가가 향상되는 과정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기대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서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해석이다.
ESG 투자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투자가들은 각자 상황을 고려해 비용을 설정하고 이에 맞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인게이지먼트를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기대수익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 공해 문제가 기업가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공해에 대한 심각성이 사회문제로 표면화되기 전까지는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의 가치 훼손에 대한 문제를 기업 자체 내에서도 크게 인식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공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어 타격을 입었다.
이렇게 순간순간 보이지 않는 비용과 변화하는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척도가 기업 그리고 투자가에게 보다 ‘가시화’되면서 ESG 투자의 비용과 수익을 같은 시간축으로 매치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수익과 비용은 시점을 달리하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ESG 투자가는 이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영전략과 ESG의 통합

2017년 5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가치협창을 위한 통합적 공시・대화 가이던스-ESG・비재무 정보와 무형자산투자’(이하, 가치협창 가이던스)를 공표했다.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여섯 개 항목을 기본 틀로 제시했으며 각 항목은 기업 공시 및 기관투자가의 인게이지먼트를 위한 주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1) 가치관(기업 이념과 비전 등 자사의 방향・전략을 결정하는 판단 기준)
(2) 비즈니스 모델(사업을 통해 고객・사회에 가치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기업가치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
(3) 지속가능성·성장성(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사항, ESG와 리스크 등)
(4) 전략(경쟁우위를 지원하는 경영자원과 무형자산을 유지・강화하고, 최적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한 방안 등)
(5) 성과 그리고 중요한 성과 목표(재무적 성과 및 전략 수행을 위한KPI 등)
(6) 지배구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③ 지속가능성・성장성 내용 중 ESG를 ②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④ 전략과 연결시켜 명확하게 기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ESG는 단순히 ‘사회봉사에 임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수준이 아니라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경쟁력 있는 전략으로 만드는 데 ESG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ESG 공시는 투자가가 기업의 사업 경쟁력을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최근 미국에서 연구한 실증 분석에 의하면 투자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ESG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종목군을 편입한 포트폴리오에서 더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 경향을 나타냈다(Khan M., et al., 2016).

인게이지먼트 활동 실태
1. 지배구조와 관련된 인게이지먼트 (글로벌 투자가 vs 일본 투자가)
2016년 닛코리서치센터와 메이지 대학 ESG 투자연구소에서 글로벌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일본 투자가의 인게이지먼트 주제는 해외 투자가에 비해 지배구조와 관련된 부분의 비중이 높은 반면, 많은 글로벌 투자가는 투자 대상 기업이 속한 섹터에 따라 ES(환경・사회) 주제를 선정해 대화하고, 지배구조는 모든 기업의 공통 주제로 논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의결권의 경우 국내외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게이지먼트 방법의 경우 글로벌 기관투자가는 투자가들이 공동으로 인게이지먼트를 실행하는 케이스가 일본 기관투자가 대비 많다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최근 일본에서도 이와 관련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연금연합회,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리소나은행 등이 중심이 되어 일반사단법인 ‘기관투자가협동대화포럼’을 설립했다.
이 포럼은 총운용자산 30조 엔 이상 전체 일본 주식의 5%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 그룹으로, 일본 최초 본격적인 공동 인게이지먼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 효율성 개선 및 독립적 사외이사 증원에 대한 요청 외에도 환경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그리고 관련 정보 공시의 확대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해외에서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인게이지먼트 주제로 경영진의 고액 보수 문제가 논의되는 반면, 일본에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처럼 인게이지먼트 주제는 각 나라의 기업 상황에 따라 기관투자가가 설정해 나갈 수 있다. 필자가 아는 한 지배구조 주제와 관련한 일본 기관투자가의 인게이지먼트 수준은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2. 일본 투자가의 ES 활동: 환경·사회문제에 관한 인게이지먼트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환경・사회에 관한 인게이지먼트를 시작한 시점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은 최근(2015년 전후)으로 알려져 있다. 초반의 주요 인게이지먼트 사항은 정보 공시 개선에 관한 내용이었다. 물론 해당 주제는 지금도 여전히 주요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투자 대상 기업이 ESG 지수에 채택될 수준으로 ESG 경영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시하지 않은(그래서 ESG 평가기관이 해당 항목에 대해 ‘공시하지 않음’으로 인식해 낮게 평가함) 경우 정보 공시를 촉진하거나 CSR 정보를 기업가치 향상과 연결해 공시하도록 공시 방법 변경을 제안하는 케이스가 많다.
또한 다수의 대형 운용기관 중에는 기업이 통합 보고서를 작성할 때 투자가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다양한 내용을 망라하는 수준의 공시가 필요한 이유, 이러한 활동이 기업가치에 어떠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미리 구체적으로 조언하는 기관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본 대형 기관투자가 중 일부는 환경・사회문제가 기업의 본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세미스트롱형 인게이지먼트 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일본 투자가들 또한 상황 변화에 따라 비용과 수익을 고려한 ES(환경・사회) 인게이지먼트를 하고자 한다. 그러나 최근 ESG 투자 잔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 예전에 비해 규제 리스크와 돌연사 리스크 등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점, 그리고 이미 유럽 기관투자가로부터 ES 인게이지먼트를 받고 있는 일본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여러 가지 현황 등을 생각할 때 ES 요소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전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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