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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

01. 무기력해서 아무 의욕도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by BOOKCAST 2022.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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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구원이 되어 준 글쓰기

나 또한 힘든 일이 한꺼번에 닥쳤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침대에 누워 있는 일뿐이었다. 뭔가를 할 의욕도, 힘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동도 마음에 활력이 있어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지내던 무렵의 어느 날, 마음속에 어떤 글귀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오래전에 봤던 책에서 나왔던 말인데 그 순간에 생각이 난 것이다.

“기록하는 것은 반드시 현실로 이루어진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오래된 믿음이 담긴 글귀다. 하지만 이 글귀 앞에서도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뭘 기록해? 기록만 해서 다 이룰 거였으면 못 이룰 게 없게?’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뭐라도 끄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빈 종이를 준비하고 책상에 앉았다. 책상에 앉는 일이 이렇게 어색한 일이 될 줄은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빈 종이를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에 뭘 써야 하는 거지? 내가 원하는 건 뭐지?’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보기만 했다. 글을 써야 하는 목적과 주제가 없었다. 이제까지 난 일을 위한 글만 써 와서 목적이 없는 글을 쓰는 것에 서툴렀다.

불현듯 ‘누가 보는 거 아니니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한 번 써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거침없이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건 글을 쓰는 게 아닌 나의 마음을 담아내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계속 쓰다 보니 술술 써졌고, 어느새 A4 용지 한 장을 다 채우고 있었다.

그때 ‘지금까지 난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써 왔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 남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글을 쓰면서 쿡쿡 찔리는 듯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지나간 일들의 후회, 잘못, 그리고 지금 나의 마음.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뒤엉키다가 끝에 가서는 뭔가 후련한 감정이 들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아무 말’을 쓰면서 마음이 정화되었다. 실컷 울고 난 뒤 마음이 후련해지는 효과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비록 다시 읽었을 땐 봐줄 수 없는 글이라고 해도 말이다.

예전의 나는 이유가 있어야만 글을 썼다. 최소한의 밥벌이를 하기 위한 행위였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글쓰기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 내 경험을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면서 난 진정으로 자유로움을 느꼈다.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동안 엉켜 있던 감정이 정리되고, 치유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노력해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는 억지로 막을 수 없다.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일 앞에 마음이 지쳐가고 우울해진다. 내가 그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마음은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이 변하면 상황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 마음은 글쓰기를 통해 바꿔 갈 수 있다. 글쓰기가 나에게 구원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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