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발견이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감각은 감성에 의해 빛이 난다. 감각이 감성과의 교류를 통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감성이 감각과 결합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게 된다. 무엇보다 피부가 예민해져서 피부로 전해지는 소리와 기운의 변화와 심지어는 공기의 무게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예민하고도 예리한 감각은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는 것일까?
감성에 의해 자극받은 감각은 기억에 담긴다. 그 기억은 다시 감각으로도 나타나고 감성으로도 나타나며, 감각과 감성에 새롭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1927)」는 7부작으로 구성된 수천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1부에 해당하는 원고를 받아본 출판인은 다음과 같이 반신반의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아주 멍청한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 신사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는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30쪽이나 사용할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시간과 망각과 감각과 기억에 관련된 소설이다. 프루스트가 말하는 기억은 ‘기억력’과 같은 것이 아니다. 아무런 예감도 없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고, 이것은 감각의 자극을 동반한다. 소설에 나오는 라일락 냄새와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연상작용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를 몰아넣는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은 행복이나 불행과 같은 감성적인 느낌도 있고 아름다움이나 예술적인 영감도 있다.
1부에 등장하는 마들렌 과자와 보리수 꽃차는 미각에 숨겨졌던 놀라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이성의 의식에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유년기의 기억들이 되살아난 것은 마들렌 과자가 혀에서 맛으로 느껴져 퍼지는 동안,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과거의 의식은 순간적으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주는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냈다.
이성의 기억은 주로 좌뇌에 저장되고 의지에 의해 자유롭게 꺼낼 수 있다. 하지만 감각과 연결된 기억은 주로 우뇌에 저장되고 특별한 자극으로 기억이 되살아난다. 프루스트가 마들렌 과자와 얽힌 유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것은 잃어버린 시간이고 잃어버린 기억이다.

프루스트는 또 다른 감각을 말했다. 그것은 앞서 말한 과거와 현재가 합쳐지는 느낌이다. 수면 아래로 완전히 잠기어 나타나지 않던 기억을 수면 위로 순식간에 들어 올린 것은 마들렌 과자의 맛이었다. 그러니까 현재의 맛이 과거의 맛에 연결되면서 우뇌의 기억을 되살려낸 것이다. 그러면서 그 과거의 시간이 현재 느끼는 맛의 시간과 연결되면서 또 다른 감각을 만들어낸다. 과거가 현재와 하나가 되는 감각 말이다. 프루스트는 어떻게 이성의 기억이 아닌 기억을 알아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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