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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증후군7

10. 펫로스 증후군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회) 곁에서 펫로스를 지켜보는 마음 보기 좋은 풍경은 계속될 것 같았다. 인생의 호시절은 어쩐지 영원할 것 같고, 호시절의 끝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11살 별이는 13살이 됐고 매일 심장약을 먹었으며 몸 상태가 심상치 않으면 병원에서 케어를 받으며 지냈다. 견주 입장에선 아픈 강아지를 노심초사 바라보면서도 하루라도 더 살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찬 시기였으리라. 그러나 산책을 잘 다녀온 어느 저녁부터 별이는 숨이 가빠지기 시작해 이틀 만에 무지개다리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15년 전 아득하게 강아지를 떠나보낸 내가 가까운 곳에서 타인의 펫로스를 지켜보기는 처음이었다. 마치 슬픔이 전염되듯 동생의 소식에 덩달아 가슴팍이 조여왔다. 직접 별이를 키운 적이 없는데도 몸 일부가 떨어져 나간 듯 상실감이 밀.. 2022. 2. 16.
09. 언젠가는 떠나보내야만 하는 반려동물 이별의 순간까지 최고로 행복할 것 언젠가 먼 훗날, 나의 반려견도 질병이나 노화로 인해 세상을 뜨게 되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 머릿속에 순서를 그려봤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에 곁을 지키고, 사망이 확인되면 미리 선택한 장례식장에 연락해 예약을 하고, 그때까지 깨끗한 수건으로 감싸 시신을 보호하고, 시간 맞춰 품에 꼭 안고 가 헤어짐의 단계를 하나씩 밟아갈 터였다. 그야말로 십수 년 후에 벌어질 이별은 구체적으로 상상하니 더욱 아팠다. 내 곁에 등을 붙이고 앉아있던 모카를 꼭 끌어안았다. “모카야, 안 죽고 엄마처럼 오래 살면 안 될까?” 자신의 수명이 얼마쯤인지,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무것도 모르는 모카는 그저 등을 부비고 혀를 할짝대기만 했다. 그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내가 상상하.. 2022. 2. 15.
07. 만약 내가 키우지 않았더라면 강아지가 안 죽었을까? ‘만약’의 블랙홀 만약,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 만약은 가벼우면서 무겁다. 만약은 재미있고 긍정적인 상상이 될 수 있고, 어떤 결과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릴 핑계를 만들기도 한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신중에 무게를 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온 사건이나 사고에 만약을 붙이면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끝없는 자책과 아픔, 하찮은 자존감, 번번이 찾아오는 우울함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일이다. 나의 가장 간절한 만약은 여름이의 죽음이었다. 그날의 상황은 지금도 생생하다. 여름이의 사고가 있기 전날, 친구들과 약속을 마치고 늦은 시간 택시를 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택시에 지갑을 흘리고 내린 것을 알게 됐다. 없어진 지갑을 찾고 있을 때 .. 2022. 2. 11.
06. 1년짜리 견생에게 배우는 사과와 용서 반려동물의 화해 대개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은 항상 용서하고 반려동물이 용서를 받게 될 거라 생각한다. 이 가정이 너무나 당연한 이유는 반려인은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말썽을 부릴 목적이나 계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카는 거실 러그에 배변을 해서 내게 혼났지만, 내가 모카의 방석 위에 배변을 할 리는 없다(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모카는 밥투정을 해서 내 속을 썩이지만, 내가 식음을 전폐해도 모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생각만 해도 너무 서운하다). 모카가 내 옷의 장식을 물어뜯어 망가뜨린 일은 있지만, 내가 모카의 옷을 물어뜯어 망가뜨릴 필요는 없다(생각만 해도 너무 싫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반려동물을 용서하는 존재, 모카는 용서받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또 이 관계는.. 2022. 2. 10.
02. 다시 강아지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모카와의 첫 만남 : 강아지가 좀 커요 드디어 무명의 여아 5, 모카를 만났다. 연한 갈색 털을 지닌 모카는 주먹치고는 많이 컸다. 굳이 주먹이라면 거인의 주먹이랄까. ‘크다고 미리 말씀하신 게 빈말은 아니었구나.’ 자세히 보니 주먹 크기에 비할 것도 아니고 통 식빵 두 개를 붙여놓은 정도로 컸다. 이미 입양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강아지의 크기나 몸무게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큼직한 몸집을 보니 당황스럽긴 했다. 또 현실적인 이유로 당황했는데, 우리가 사 가지고 간 켄넬이 강아지의 몸집에 비해 썩 넓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 사 두면 다 성장하기 전까지 6개월쯤 쓰겠다 싶어 펫숍에서 가장 큰 것으로 샀는데 실제로 넣어 보니 강아지가 일어서면 머리를 곧게 펴지 못할 정도였다. 슬픈 예감은.. 2022. 2. 6.
01.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의 상실감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본가에서는 항상 개를 키웠다. 생애 첫 반려견 아심이, 부모님 지인에게 입양한 흰둥이, 임시 보호를 맡았던 초롱이, 길에서 데려온 유기견 짐보 등 많은 개가 우리 집에서 살았는데 가장 마지막에 키운 개는 여름이었다. 다른 개들은 성견으로 왔다면 여름이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우리 집에 온 갓난쟁이였다. 그동안의 반려견들은 성견으로 우리 집에 와서 마당에서 살았기 때문에 전혀 몰랐던 개의 성장 과정을 여름이를 통해 하나씩 알게 됐다. 개도 사람처럼 이갈이를 하고 배변을 ‘훈련’ 한다는 점,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고 아무거나 입에 넣으면 안 되고 사람처럼 예방접종을 한다는 것. 잘 때는 꼭 내 방으로 찾아와 내 팔을 베고 한이불을 덮고 잤고, 아침이.. 2022. 2. 4.
00. <다시 쓰는 반려일기> 연재 예고 펫로스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하는 너와의 사계절 언젠가 떠나보내야만 하는 반려동물, 그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게 《다시 쓰는 반려일기》는 반려견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고 ‘펫로스 증후군’을 겪던 저자가 다시 반려생활을 하며 이별의 아픔을 갈무리하는 이야기이다. 1장에서는 저자가 긴 세월 앓던 펫로스의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반려생활을 시작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고심 끝에 반려견 ‘모카’를 입양한 후 서로를 알아가고 훈련하는 등 가족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2장은 좀 더 가까워진 모카와의 일상을 그린다. 수영 훈련, 산책, 반려견 SNS 계정 운영 등 평범한 반려생활 속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저자도, 모카도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3장은 저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펫로스 증후군과 반.. 202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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