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한때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페이스북은 가끔 내가 오래전에 게시한 글을 다시 띄워준다. 오늘 아침에는 내가 6년 전에 게시했던 글이 다시 올라왔다.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코끼리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뒤에서 찍은 것으로, 코끼리는 바닥에 앉아 있고 아이는 의자에 앉아 코끼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 사랑스럽고 다정한 사진을 보자 아이들과 동물이 얼마나 쉽게 애정을 나눌 수 있는지 떠올랐다. 내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할 때면 일주일에도 몇 번씩 사람들은 정말 아름다운 개라며 칭찬의 말을 한다. 반면 아이들은 개를 쓰다듬어봐도 되는지를 묻는다. 단지 개에 대해 말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은 개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과 몸으로 직접 부대끼고 싶어 한다.
나의 동료 중 한 사람이 자신이 일곱 살일 때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어느 날 삼촌과 함께 낚시를 갔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나 신이 났다. 하지만 그건 실제로 무언가를 잡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를 밖으로 잡아당기자 곧 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고통스러워하며 벗어나기 위해,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낚싯바늘이 입속에 들어온다면 어떤 느낌일지를 상상했다. 그리고 삼촌에게 잡은 물고기를 다시 놔주자고 사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물고기가 자유로이 물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는 기분이 풀어졌다.
한때 정신과 의사였던 또 다른 동료는 아들 덕분에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웃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한 엄마에게서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십대인 아들이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어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는 간절한 전화였다. 아들은 화를 내며 집을 뛰쳐나갔고, 엄마는 아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도움을 주고 싶어도 우선 아이부터 찾아야 했다.
다음 날 친구는 이 어린아이가 기차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기사를 읽었다. 보통사람들보다 누군가의 죽음을 훨씬 자주 접하는 정신과 의사였음에도 이 사건은 친구에게 깊은 정신적 상처를 남겼다. 그런데 얼마 후 그는 다섯 살 난 아들이 자신의 재킷을 걸치고 청진기를 목에 건 채 서류가방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아빠처럼 옷을 입은 아이는 부엌에 엎드려 있는 강아지에게 다가가더니 청진기로 강아지의 심장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빠를 향해 활짝 웃으며 청진기를 건네주었다. 친구는 장난감 청진기로 강아지의 심장 소리를 듣는 시늉을 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꼭 끌어안았다. 바로 그 순간, 내 친구는 스스로에게 어두운 순간보다는 밝은 순간을 만들어 선물해줘야만 지난 일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들이 전해준 소중한 교훈이었다.
사랑은 판단하지 않는다.
어른들에게 배우지 않는 한 아이들은 판단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외모나 목소리, 능력, 재산, 사회적인 지위 같은 것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판단하지 않는 사랑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열려 있고 사랑으로 가득하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맷 밸런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을 밀어내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 우리가 분열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키우게 된 건 살면서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는 모든 사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태어났다. 물론 아이들은 호기심 때문에 여러 가지 질문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판단하지는 않는다. 당신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특정한 방향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믿음을 주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밸런타인은 아이들이 가르쳐준 삶의 교훈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통해 중요한 삶의 교훈을 공유한다. 바로 ‘언제나 사랑하고 배려하라’는 것이다. “내 아들이 기본적인 감정들을 인지하기에 충분한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는 나와 아내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듯 때때로 내가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지르면 아들은 똑같이 분노로 대응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화를 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내가 사랑과 배려로 반응하면, 단 한마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는 똑같이 사랑과 배려를 보여주었다.”
또 다른 블로거 로라 예이츠는 이렇게 썼다.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보고 듣고 배운 것과 외부의 영향에 기반하여 다른 아이들을 판단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다. 아이들은 본래 자신이 마주하는 모든 사람이나 상황을 오로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겉모습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단점을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할 것인지 여부를 평가에 따라 결정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이미 성인이 된 우리가 아이들과 완전히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섣불리 재단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기억할 수는 있다.”
하루에 열두 번 안아주세요.
심리치료사 버지니아 사티어에 따르면, 누구든 생존하기 위해서는 하루 네 번의 포옹이 필요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덟 번의 포옹이 필요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열두 번의 포옹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에게 신체적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사티어의 이론은 오늘날 과학으로 증명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들은 자신들에게 다정한 손길을 보내는 의사가 더욱 배려 깊다고 느끼며, 그런 경우 환자들의 회복 또한 더 빠르다. 운동과 관련한 한 한 연구에 따르면, ‘하이파이브’나 서로 가슴을 맞부딪히는 ‘체스트 범프(chest bump)’ 등의 스킨십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는 농구팀이 더욱 협력하여 경기에 임했고 승률도 더 높았다고 한다.
스킨십이 아기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진 바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노인들에게 3주 동안 아기들을 마사지해주도록 하자, 그 노인들은 일주일에 세 번씩 마사지를 받은 노인들보다도 스트레스 지수가 더 떨어지고 사회적 상호작용의 수준은 높아졌으며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아기들에게 오랜 기간 스킨십을 해주지 않으면 발달이 느려지고 면역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된 후에도 심장병이나 당뇨 등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어느 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손을 뻗어 누군가를 만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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