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의 대가들
쉬는 시간을 기억하는가?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시간 사이에 쉬는 시간이 있었고, 유치원에서는 낮잠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한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어른들은 잠깐의 낮잠이 삶에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지를 잊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유명 인사들은 낮잠을 잔다. 아마 낮잠이 가져다주는 활기 때문일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브람스, 그리고 나폴레옹 역시 낮잠을 잤다. 그들은 낮잠꾸러기였다. 토머스 에디슨 역시 낮잠을 잤다고 한다. 실제로 《타임》지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1951년 포드(Ford) 사가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소장 자료를 공개했다. 그중에는 헨리 포드와 그의 오래된 친구 에디슨이 실험실에서, 회의에서, 여행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진이 여럿 있었다. 보통 포드는 기민하게 무언가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인 반면 에디슨은 벤치에서, 의자에서, 또는 잔디 위에서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에디슨의 비밀병기는 바로 토막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는 토막잠의 대가였다. 에디슨의 한 동료는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에디슨의 천재적인 잠자는 능력은 거의 발명능력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는 어디에서든, 언제든, 또는 어떤 것 위에서든 잠들 수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존 F. 케네디와 같은 지도자들 역시 유명한 낮잠꾸러기들이었다.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주장했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에 한 번은 낮잠을 자야 한다. 어중간하게 자는 시늉만 해서는 안 된다. 아예 옷을 벗고 침대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늘 그렇게 한다. 낮에 잠을 잔다고 해서 절대로 일을 덜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상상력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이나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 낮잠을 자면 당신은 더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남들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당신은 이틀을, 아니 적어도 하루 반을 보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샌프란시스코 유니티 교회의 켄 데이글 목사는 얼마 전 6개월 된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그는 종종 아이를 주일예배에 데려오곤 한다. 놀랍게도 아기는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하다가, 어느 순간 깊은 잠에 빠져들어 버린다. 그리고 짧은 낮잠이 끝나면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발해져서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게 놀곤 한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낮잠을 잔다. 하지만 어른들은, 특히 미국에 사는 어른들은 ‘낮잠’을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낮잠이 정해진 하루 일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어느 여름, 유럽을 여행하던 일이 떠오른다. 오후에 낮잠 자는 풍습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나는 쇼핑을 하고 도시 곳곳을 구경하려고 신나게 호텔을 나섰지만 가게들은 대부분 닫혀 있었다.
푸짐한 점심식사를 마친 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을 피해서 낮잠을 자는 건 대단히 이치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북미 지역 사람들은 낮잠이라면 인상을 찌푸린다. 어쩌면 우리가 잠든 사이에 혹시라도 세계가 우리를 추월할까 봐, 다우지수가 떨어질까 봐, 또는 고객이 경쟁자에게로 옮겨갈까 봐 두려워서 낮잠을 꺼리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낮잠을 생산력을 향상시키고 창의력을 되살리기 위한 충전의 시간으로 보지 않고, 비생산적으로 빈둥거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기업과 개인 모두가 낮잠을 터부시하는 우리의 관점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줄 것이다.
어른들은 어떤 문제에 직면하면 그것에 완전히 압도되어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는데, 아이들은 직감으로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바버라 게이츠는 딸과의 낮잠에 대해 이렇게 썼다. “어느 날 멀리 사는 친척들이 갑자기 방문하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긴장도 되고 조급한 마음에 얼른 케이틀린을 재우려고 자리에 누웠다. 쿵쾅거리는 심장 위로 작고 따뜻한 아이의 몸이 느껴졌다. 아이의 사랑스러운 감촉에 몸이 편안하게 이완되자 정신없이 삐걱거렸던 바쁜 하루가 내 안에 조금씩 차올랐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딸의 팔을 적셨다. 케이틀린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작은 손으로 내 뺨을 닦아주며 물었다. ‘엄마, 왜 슬퍼?’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마침내 나는 ‘엄마가 너무 할 일이 많아서 도저히 다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전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케이틀린은 ‘아!’ 하고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낮잠을 자지 않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
인간의 수면 습관을 연구해온 여러 연구자들에 따르면 낮잠 없이 보내는 하루는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의 오랜 조상들은 오전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그늘에서 낮잠을 잤다.
우리의 생체리듬은 한낮에 낮잠을 자도록 설계되어 있다. 낮잠을 자지 않으면 우리는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 여러분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그런 경험이 많았다. 거의 매일, 오후 세 시경이면 나는 슬럼프에 빠진다. 그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야 한다는 명확한 신호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쯤 늘 개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다. 나의 개는 좋아하는 산책을 하고, 그동안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함께 낮잠을 잔다. 그 토막잠 덕분에 나는 몸이 이완되고 기분이 좋아지며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만약 낮잠이 여유로운 사람들이나 어린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많지는 않지만 일부 기업에서도 짧은 낮잠이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직장에서 낮잠 자기’를 적극 실천하는 기업 중에는 ‘허핑턴 포스트(Huffinton Post)’도 있다. 허핑턴 포스트의 뉴욕 사무소에는 낮잠 자는 방이 두 개 마련되어 있다. 아마도 허핑턴 포스트의 창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어느 날 밤 근무를 하다가 과로로 바닥에 쓰러지면서 부상을 당했던 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낮잠 자기를 시행하는 또 다른 기업들로는 차량 공유 기업 우버(Uber), 벤앤제리(Ben&Jerry) 아이스크림, 구글(Google)이 있으며, 놀랍게도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도 포함되어 있다. 다국적 공인 회계 기업인 이곳은 아마 오스카상의 투표 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기업으로 가장 유명할 것이다.
이렇듯 일부 기업들은 이미 아이들에게서 힌트를 얻어 낮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그 기업들이 새로운 기업문화를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어쩌면 미래에는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내거는 기업이 등장하지 않을까? “직원들이 낮잠꾸러기가 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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