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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간 실격>

00. <인간 실격> 연재 예고

by BOOKCAST 202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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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행복마저도 두려워했던 한 사람의 고백

 

역자 후기

일본의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그가 죽기 직전에 쓰였다. 다소 강렬하고 자극적인 제목의 이 소설은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이미 꽤 유명하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번역서가 나왔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꾸준히 읽고 있다. 여러 차례 영화화도 됐으며, 몇 년 전에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인간실격』이 누적 판매 부수 천만 부 이상을 기록하면서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아마 십여 년 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는 그저 우울한 기질을 지닌 사람의 극단적인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번역을 하며 다시 읽다 보니 주인공 요조에게 깊은 공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줄 몰라서 늘 전전 긍긍하며,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도무지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요조.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사람들과 단절되고 싶지는 않아서 인간에 대한 마지막 구애 수단으로 개그를 생각해 내고 가면을 쓴 채 열심히 연기를 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애쓰지만 여전히 인간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파멸해버리는 요조. 그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았다.

소설에서 요조는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두려워하고, 그나마 친구라고 생각하던 호리키의 계산적인 모습을 보며 실망한다. 요조가 자살 시도를 했을 때조차도 가족은 찾아오지 않고 대리인을 보내서 뒷수습을 한다. 어쩌면 요조가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게 된 원인은 진정한 소통의 부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여리고 나약한 요조에게 진심으로 대해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면 그의 삶은 조금이나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요즘, 우리는 주변에서 수많은 요조를 만날 수 있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결혼도 어려워지고 자기 한 몸 건사하기 힘들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시대.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증가하는 고독사, 자신을 짓누르는 외로움과 고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이들의 소식이 빈번하게 들려오는 요즘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들이 있다. 공감과 소통이다. 옆의 누군가가 본인만의 방식으로 신호를 보냈을 때, 작은 공감 혹은 사소한 소통의 몸짓이라도 보여준다면 분명 그에게 큰 구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간의 자격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 l 다자이 오사무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그의 작가적 위상은 1948년에 발표된,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수차례 자살 기도를 거듭했던 대표작은 『만년(晩年)』, 『사양(斜陽)』, 「달려라 메로스」, 『쓰기루』,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 그는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人間失格)』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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