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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1>

00. <본삼국지 1> 연재 예고

by BOOKCAST 2022.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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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는 영웅들의 꿈, 중국 12판본 아우른 세계최고원본!

 

【 책을 내면서 】

《삼국지》 본래의 참모습 되찾아

세상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읽힌 문학작품은 무엇일까? 누구도 쉽게 단언할 수 없지만 《삼국지》가 당당히 그 앞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삼국지》는 재미는 물론 교훈과 감동 또한 엄청나다.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간 여러 영웅들의 모습에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와 슬기가 생생히 살아 있어서, 그들의 활약상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다 보면 인생을 헤쳐 나가는 도리와 지혜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한국에는 조선 시대 중기에 이미 《삼국지》가 들어와서 성웅 이순신 장군이 탐독하며 왜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하는 교본으로 삼았다는 기록까지 있다. 현대에 와서는 학교 공부와 대학 입시에까지 도움이 된다고 하니 ‘삼국지는 인생의 지침서’라는 말은 이제 지나친 표현이 절대 아니다.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도 중국어를 배우면 제일 먼저 《삼국지》를 읽으면서 이 책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려고 한다. 중국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삼국지》가 제1의 필독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삼국지》는 14세기 원나라 때 나관중(羅貫中)이 엮은 중국의 첫 장편 역사소설이다. 처음에는 필사본으로 유행하다 16세기 명나라 때 인쇄본이 출간되고부터 수십 년 사이에 수십 종이 경쟁을 벌일 정도로 슈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후 17세기 후반 청나라 때 모륜(毛倫)·모종강(毛宗崗) 부자가 과감하게 정리한 판본이 나와 300년 넘게 시장을 독점했다.

한국에서는 18세기에 이미 훌륭한 한문판 《삼국지》가 발간되었다. 그 책은 1950년대에 중국에서 국가적 사업으로, 《삼국지》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현대의 으뜸 판본인 인민문학출판사의 《삼국연의》(이하 ‘인민본’이라 칭함)를 정리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로 이용될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한글판은 무려 50여 가지가 나와 주인공들이 한국인에게 친숙해지도록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 내용과 해석은 중국어 원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고명한 선비 허소( )가 한낱 관상쟁이로 둔갑해 후배인 조조(曹操)에게 굽실거린다는 식의 왜곡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여기에 더해 조조가 화용도에서 관우(關羽)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었다는 오역에 근거해 조조의 인생 철학을 논하는 글까지 등장해 탄식을 자아내게 했다.

명사만 보고 동사는 무시해 줄거리가 부자연스러워지고, 글자와 문장에서 여러 대목을 잘라내 이야기가 심하게 비뚤어진 것들이 너무 많았다. 주어가 뒤바뀌어 내용이 정반대가 되거나, 인명이 지명으로 둔갑한 경우까지 있었다.

원문을 충실하게 옮겼다는 완역본이나 짧게 줄인 축약본, 옮긴 이의 상상력을 동원해 풀어쓴 평역본 등 어느 것 하나 숱한 오류를 범하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 게다가 일본인 구미에 맞추어 완전 변형시킨 일본판을 그대로 옮겼거나 일본식 해석을 따른 흔적들이 많아 불쾌하고 분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평역본의 심각한 오류를 지적하면서 중국 고대 문화도 소개하는 책 《삼국지가 울고 있네》(금토 발행)를 펴냈다. 그러자 신문과 잡지에 널리 소식과 서평이 실리고 TV 퀴즈쇼에까지 등장하면서, 《삼국지》를 바르게 옮겨달라는 독자 메일이 쏟아지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실은 그 책을 펴내기 훨씬 전부터 《삼국지》의 본래 모습을 소개해달라는 제의를 여러 번 받았다. 그러나 《삼국지》는 블랙홀과도 같아서 한 번 빠져들면 되돌아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이 책을 옮기려면 개인의 창작 활동을 비롯해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할 것이므로 애써 피해왔다. 그렇다면 《삼국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옮기기에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첫째, 《삼국지》에는 옛날 일들이 계속 나온다. 그러므로 중국 역사에 밝지 못하면 뜻을 제대로 옮길 수 없다.
둘째, 고대에 유행하던 속어가 많다. 현대까지도 쓰이는 것이라면 그래도 괜찮은데 원나라, 명나라 때 쓰이다 사라진 속어들은 뜻풀이가 쉽지 않다.
셋째, 원본에는 끼워 넣은 시와 옛날 글이 많다.
넷째, 원본에도 틀린 곳들이 적지 않다.
다섯째, 글자나 낱말 중에도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시대, 원나라와 명나라시대에 갖는 뜻이 다르고, 현대 중국어와는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여섯째, 조금 특이한 경우인데 한자어에 대한 해석이 한글과 중국어에서 다른 것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국구(國舅)’는 한글 사전에는 ‘황제의 장인’으로 나오는데 중국어 사전에는 ‘황제의 처남이나 외숙부’로 정의되어 있다.

《삼국지》라는 그릇에 담긴 내용이 워낙 풍부해서 중국 역사와 문화, 정치와 전쟁, 생활과 관습 등 수많은 것을 훤히 꿰뚫고 있지 않으면 책을 바로 이해하기조차 어려우니 어찌 제대로 옮길 수 있으랴!

필자는 중국 고전을 연구하면서 중국 고대 철학과 종교, 민간신앙, 군사 등 다방면으로 공부를 꽤 많이 해왔다고 자부하나 아직도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 그런데도 한국에 제대로 된 《삼국지》를 한 편 내놓자는 출판사의 뜨거운 열의와 격려에 피가 끓어올라 드디어 비장한 결심을 하고 말았다.


12가지 판본 아울러 최고 고전의 진수 되살려

좋은 번역서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원본을 잘 골라야 한다.
이번에 필자는 한 가지 판본을 들고 책을 옮기는 일반적인 예를 깨뜨리고 ‘인민본’을 바탕으로 삼아 그 책의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현재 남아있는 고대 판본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명나라 때의 가정본(이하 ‘나관중 본’으로 칭함)을 비롯해 엽봉춘 본, 여상두 본, 교산당 본, 주정신 본, 탕빈윤 본, 주왈교 본, 이탁오 본, 황정보 본, 종백경 본 등 10종과 청나라 때의 모종강 본, 이어 본 등 2종을 합쳐 고대 판본 12종을 아울렀다. 모종강 본에서 부당하게 잘린 것으로 보이는 대목들은 나관중 본에 의해 되살렸는데, 모두 1100여 곳이나 된다.

소설로서는 모종강 본이 명나라 판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명나라 판본들에서는 비교적 희미하던 유교 관념이 뚜렷해지면서 인물들의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말과 글을 마구 줄이고 고쳐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많아졌다. 판을 거듭하면서 생겨난 사소한 오류들도 많다. 그러므로 실상을 모르고 억지로 옮기면 무리한 해석이 나오기 마련이다. 반드시 그 이전에 나온 판본들과 대조하고 연구해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 책 《본삼국지》처럼 여러 판본을 종합해 원본의 통일을 기한 작품은 어디에도 없었다. 《삼국지》 역사상 처음으로 모종강 본에서 잘린 나관중 본의 주요 대목을 되살리고 정사와 함께 다른 판본들을 연구해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여러 판본들이 지닌 특성을 집대성하여 중국 최고 소설의 정통을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이같이 철저하게 원본에 충실을 기하려고 힘쓰면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오류를 바로잡았으므로, 그동안 한글판 《삼국지》들이 만들어낸 일본 냄새가 짙은 인물이나 이야기는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은 철저하게 21세기 한글세대를 위해 만들었다. 20세기에 들어 《삼국지》 한글판 수가 대폭 늘었는데도 대부분이 한자어가 많아 읽기가 어려웠다. 한자 세대에게는 그런 글이 친근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중국어 원본에도 구어체와 문어체가 많이 섞여 있어서 딱딱한 한자어가 많으면 도리어 원작의 맛을 잃게 된다.

이에 필자는 한자어가 낯설고 부담스러운 한글세대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 삼국시대를 살아간 영웅들의 생각과 행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그 상황을 최대한 정확히 파악해 실감 나는 우리말로 옮기는 데에 주력했다.

이와 함께 오늘의 한글세대들이 《삼국지》를 읽으면서 의문을 가지기 쉬운 대목들에 명쾌한 답을 주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므로 한 번쯤 《삼국지》를 읽은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새로운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같은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끼리는 말 한마디, 낱말 하나로도 많은 의미를 전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무시하고 글자들만 옮겨서는 이야기의 원인과 결과가 불투명해지고 의미가 뒤틀리기 쉽다. 그래서 말 속에 숨겨진 뜻을 속속들이 풀이했다.

그리고 《삼국지》에 들어있는 지리(地理)의 숱한 비밀을 밝혀낸 저우원예[周文業주문업] 교수가 완성한 ‘삼국연의지도’의 한글판 독점사용권을 얻어, 《삼국지》 역사상 전례 없이 상세한 지도가 실리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수많은 고전 삽화로 유명한 중국 국가화가 예슝[葉雄엽웅] 화백 또한 화실 문을 닫아걸고 이 일에만 매달려, 독특한 감각의 예술성 높은 삽화를 그려주었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 일가를 이룬 이들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녹아들어 혼연 일체를 이룬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유심히 읽어보는 이들이 책갈피마다 독자를 위한 정성을 느끼게 된다면 이 책을 만든 사람들에게는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리동혁 올림

 

 

저자 l 나관중

중국 원말 ·명초의 소설가 ·극작가.
14세기 원말·명초 뛰어난 통속문학가로 이름은 본(, 일설에는 관), 호는 호해산인(湖海散人)이며, 관중은 자()이다. 출생지에 관해서는 샨시성(山西省) 타이위엔(太原) 출신이라는 것을 비롯해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 1364년에 살았다는 기록 외에 전기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최하급의 관리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나관중은 소설가 한 사람이 아니라 소설가와 극작가 두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있다. 다만 그의 호인 '호해산인'이 당대 여러 지역을 방랑하며 지내는 문사를 뜻하는 점으로 미루어 떠돌이 문인집단의 일원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대표작은 진수(陳壽)의 『삼국지』를 바탕으로 민간의 삼국 설화와 원대(元代)의 삼국희(三國戱)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삼국에 관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엮어펴낸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가 있다. 그밖에 나관중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소설로는 『수당양조지전(隋唐兩朝之傳)』 『잔당오대지전(殘唐五代之傳)』 『평요전(平妖傳)』 『수호전(水滸傳)』 등이 있고, 희곡으로는 『풍운회(風雲會)』 『연환간(連環諫)』 『비호자(蜚號子)』 등이 있지만 실제로 그가 지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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