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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1>

02. “집에 노래를 부르는 아이가 하나 있으니 감히 모시게 해볼까 합니다.”

by BOOKCAST 2022.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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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미인 초선미인계로 동탁 제거]
 
왕윤이 초선에게 분부해 여포에게 술을 권하게 했다. 초선이 술잔을 받들어 올리는데, 어느새 두 사람 눈길이 마주치기 시작했다. 왕윤은 짐짓 취한 척했다.
“얘야, 장군께서 실컷 드시도록 계속 권해 올려라. 우리 집안은 모두 장군께 의지하는 바이니라.”
 
그러자 여포가 초선에게 앉기를 청했다. 그러나 초선이 일부러 안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왕윤이 말렸다.
“장군은 내 가장 친한 벗이니 네가 앉아도 괜찮으니라.”
 
마지못한 척 초선은 왕윤 곁에 앉았다. 여포가 초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또 몇 잔 마신 후 왕윤이 초선을 가리키며 여포에게 물었다.
“내가 이 아이를 장군께 첩으로 드리려 하는데 받아주시겠소?”
 
여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 삿자리 바깥으로 나가 공손하게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포는 개와 말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보답하겠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윗사람에게 감사를 표할 때는 일어서서 삿자리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예의였고, 자신을 낮추어 개나 말에 비유했다. 그래서 윗사람을 위해 힘써 일하는 것을 ‘견마지로(犬馬之勞)’라 했다.】
 
“조만간 좋은 시간을 골라 장군 댁으로 보내겠소.”
 
여포는 한없이 즐거워 자꾸만 초선을 바라보았다. 초선도 추파를 던져 정을 주었다. 잠시 후 술상이 끝나자 왕윤이 말했다.
“오늘 장군을 붙잡아 주무시게 하고 싶어도 태사께서 의심하실까 두렵구려.”
 
여포는 두 번 세 번 절해 고마움을 나타내고 돌아갔다.

며칠 지나 조당에서 동탁을 만난 왕윤은 여포가 곁에 없는 틈을 타 엎드려 절하며 청했다.
“윤은 태사님 행차를 변변찮은 제집으로 모실까 하는데, 높으신 뜻은 어떠하십니까?”
 
동탁이 선선히 대답했다.
“사도께서 불러주시니 곧 빠른 걸음으로 가겠소.”
 
왕윤은 깊이 절해 감사를 표하고 집으로 돌아와, 물에서 나는 좋은 음식과 뭍에서 나는 희한한 요리들을 두루 갖추어 대청 한가운데에 푸짐하게 상을 차렸다. 아름다운 무늬에 빛깔이 산뜻한 비단을 바닥에 펴고 대청 안팎에 휘장을 쳐 한껏 분위기를 돋우었다.
 
이튿날 점심때 동탁이 이르렀다. 왕윤은 관복을 차려입고 정중한 태도로 마중 나가 두 번 절해 인사를 드렸다. 동탁이 수레에서 내리는데 갑옷 입고 극을 든 무사 100여 명이 에워싸고 대청에 들어와 두 줄로 늘어섰다. 왕윤이 섬돌 아래에서 또 두 번 절했다. 동탁은 왕윤을 부축해 대청으로 올라오게 하여 곁에 앉혔다. 왕윤이 준비한 칭송을 했다.
“태사님 성덕은 높고 높아 이윤과 주공이라도 미치지 못할 바입니다.”
 
【옛날 상(商)나라 군주 성탕을 보좌한 이윤과 주(周)나라 성왕을 보좌한 주공은 그 시절 가장 현명한 재상으로 숭상받았다.】
 
동탁은 매우 흐뭇했다. 뒤이어 왕윤의 분부로 아랫사람들이 동탁에게 술을 권하고 풍악을 울리는데, 왕윤은 지극히 공손하게 존경을 나타냈다. 날이 차츰 저물고 술기운도 거나해지자 왕윤은 동탁을 후당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동탁이 무사들을 물리치자 왕윤은 술잔을 받쳐 들고 또 칭송했다.
“이 윤은 어릴 적부터 천문을 제법 배웠는데, 밤에 하늘의 별들을 살펴보니 한나라 운은 이미 바닥이 났습니다. 태사님은 성덕을 천하에 펼치셨으니 순임금께서 요임금 자리를 물려받고, 우임금께서 순임금 자리를 이으셨듯이 하면 하늘의 뜻과 사람의 마음에 어울릴 것입니다.”
 
“내가 어찌 감히 그것을 바라겠소!”
 
“천하란 한 사람 천하가 아니라 천하 사람들의 천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도가 있는 이가 도가 없는 자를 정벌하고, 덕이 없는 자가 덕이 있는 이에게 양보한다고 했습니다. 어찌 분에 넘치시겠습니까?”
 
동탁은 웃음을 터뜨렸다.
“만약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 과연 나에게 돌아온다면 사도는 큰 공신이 되실 것이오.”
 
왕윤은 절해 감사를 나타냈다. 그림을 그린 고운 촛불을 밝히고 새로 술을 권하고 음식을 날라 오게 하면서 왕윤이 말을 꺼냈다.
“관청의 음악은 태사님을 모실 바가 못 됩니다. 집에 노래를 부르는 아이가 하나 있으니 감히 모시게 해볼까 합니다.”
 
“아주 좋소.”
 
동탁이 허락해 왕윤은 창이 있는 발을 내려놓게 했다. 생황 소리가 은은히 울리고 하녀들이 받들어 모시는 가운데 초선이 발 밖에서 춤을 추었다. 어떤 사람이 그 정경을 묘사했다.

원래 소양궁의 조비연이었느냐
놀란 기러기인 듯 손바닥 위에서 몸 놀리네
봄날의 동정호를 날아 지났나
양주’ 곡에 맞추어 사뿐사뿐 걷는데
바람 따라 흔들리는 고운 꽃 새롭다
따스한 향기가 그림 있는 방에 차 봄날에 취하누나
 
【초선을 출신이 비슷한 옛날 미인 조비연에 비유해 그 아름다움을 한껏 칭찬한 것이다. 조비연은 몸놀림이 하도 가벼워 ‘나는 제비[飛燕비연]’로 불리며,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었다는 전설까지 남겼다. 원래 양아 공주의 집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가기였는데, 한나라 성제가 공주 집에 놀러 갔다가 홀딱 반해 황궁으로 불러들여, 뒤에 황후까지 되었으니 가기 출신으로서는 최고의 출세였다.】

초선이 춤을 마치자 동탁이 가까이 오라고 분부했다. 초선은 발 안으로 들어가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얌전하게 두 번 절했다. 동탁이 살펴보니 얼굴이 매우 예뻐 왕윤에게 물었다.
“이 여자는 누구요?”
 
“제 집안의 가기 초선이올시다.”
 
“그럼 노래도 할 수 있소?”
 
동탁이 청하고 왕윤이 분부하니, 초선은 장단을 맞추는 박달나무 판을 들고 나지막이 한 곡 뽑았다. 그야말로 황홀한 모습이었다.

앵두 같은 빨간 입술 살짝 벌리고
옥 같은 흰 이빨 양춘’ 노래 부르누나
향기로운 혀 내미니 순강검이라
나라 어지럽히는 간신 베리라

 


동탁은 칭찬해 마지않았다. 왕윤이 초선에게 술을 따르게 하자 동탁이 잔을 들고 물었다.
너는 청춘이 얼마더냐?”
 
천한 계집은 이제 겨우 이팔이옵니다.”
 
이팔은 2 곱하기 8 16세를 말한다.
 
동탁은 허허 웃었다.
정말 신선 세상의 선녀로구나.”
 
왕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은 이 아이를 태사님께 바치려 하는데 받아주시겠습니까?”
 
그처럼 큰 은혜를 베풀면 내가 어찌 보답하겠소?”
 
이 아이가 태사님을 모신다면 큰 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동탁은 두 번 세 번 고맙다고 인사했다. 왕윤은 아랫사람에게 일러 모포로 포장을 두른 호화로운 수레에 초선을 태워 승상부로 보냈다. 뒤이어 동탁도 떠나 왕윤은 직접 승상부까지 배웅하고 돌아왔다.
 
왕윤이 말을 타고 돌아가는데 붉은 등 두 줄이 길을 비추면서 화극을 든 여포가 말을 타고 왔다. 길에서 왕윤과 부딪친 여포는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세우더니 댓바람에 왕윤의 옷깃을 틀어쥐고 사납게 소리쳤다.
사도는 초선을 이미 나에게 허락해놓고, 다시 태사에게 보내니 어찌 이렇게 사람을 놀리시오?”
 
왕윤이 황급히 말했다.
여기는 말할 곳이 아니니 우리 집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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