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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1>

01. “딸아이 초선이오.”

by BOOKCAST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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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미인 초선미인계로 동탁 제거]

동탁은 외출 때 외람되게도 황제 차림을 하는가 하면, 조카 동황을 불러 황제를 모시는 시중으로 세우고 황궁을 호위하는 금군을 총지휘하게 했다. 동 씨 일가는 나이가 많든 어리든 모두 작위를 주었다.
 
또 백성 25만 명을 끌어내 장안에서 250리 떨어진 곳에 ‘미오’라는 성을 쌓았다. 성곽의 높이와 두께를 장안성과 똑같이 해서 그 안에 궁궐을 짓고, 창고에는 20년 먹을 식량을 쌓았다. 민간에서 젊은 미녀 800명을 뽑아 궁 안에 들게 하고 금과 옥, 채색 비단, 진주를 끝없이 모아들이니 그 숫자를 알 수 없었다.
 
동탁 가족은 모두 미오에서 살았다. 동탁이 보름이나 한 달에 한 번 장안을 오고 가면 대신들은 모두 장안 북벽 횡문 밖에 나가 맞이하고 배웅했다. 이때 동탁은 길에 장막을 치고 대신들과 술을 마셨다.
 
어느 날 동탁이 횡문을 나가게 되어 대신들이 모두 모여 배웅하며 술을 마시는데, 마침 양주 북지군의 반란군 수백 명이 항복해 그곳으로 끌려왔다. 동탁은 그 자리에서 부하들을 시켜 그들의 손발을 자르고 눈알을 뽑으며, 혀를 베거나 큰 솥에 처넣고 삶았다.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을 울리자 백관이 부들부들 떨며 젓가락을 떨어뜨리는데, 동탁은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태연하게 웃고 떠들었다. 대신들이 참을 수 없어 일어나자 동탁이 막았다.
“내가 못된 자들을 벌하는데 어찌하여 무서워하는가?”
 
또 하루는 동탁이 궁궐 대청에서 대신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었다. 백관이 두 줄로 늘어앉아 술이 몇 순 도는데 여포가 성큼성큼 들어와 동탁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자 동탁이 빙그레 웃었다.
“아, 그런 것이었구나.”
 
그는 여포에게 명해 3공의 하나로 최고 대신인 사공 장온을 자리에서 붙잡아 섬돌 아래로 끌어내렸다. 대신들은 그만 얼굴빛이 확 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종이 붉은 쟁반에 장온의 머리를 올려 동탁에게 바쳤다. 동탁은 여포를 시켜 대신들에게 술을 권하게 하면서 장온의 머리를 하나하나 돌려 보였다. 백관은 넋이 달아나는데 동탁은 웃었다.
“공들은 놀라지 마시오. 장온이 원술과 결탁해 나를 해치려 하는데, 원술이 그에게 보내는 문서가 잘못되어 내 아들 봉선에게 들어왔소. 그래서 목을 친 것이오. 공들은 관련 없으니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마시오. 나는 하늘이 돕는 사람이라 나를 해치려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마오.”
 
사도 왕윤이 집에 돌아와 그 일을 생각하니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백관이 3공을 만나면 큰절을 올리고 황제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처럼 당당한 사공이 동탁 말 한마디에 목이 날아갔으니 역시 3공의 하나인 사도라 해서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었다.】
 
밤이 깊어 달이 휘영청 밝았다. 왕윤은 지팡이를 짚고 후원에 들어가 두건딸기 받침대 곁에 서서 하늘을 우러르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런데 별안간 모란정 앞에서 누군가 후유 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다가 짧게 풀풀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윤이 발소리를 죽여 다가가 보니 집안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가기 초선이었다.
【그 시절 대갓집에서는 얼굴이 예쁜 여자아이들을 사다 재주를 가르쳐, 집에서 손님을 대접할 때 기분을 맞추게 했다.】
 
초선은 어릴 적에 왕윤 집에 들어와 노래와 춤을 배웠는데, 이때 나이 갓 16세로 용모가 빼어나고 재주 또한 남달랐다. 왕윤은 그녀를 친딸처럼 아껴온 터에 이날 밤 가만히 탄식을 엿듣게 되자 호통쳤다.
“어린 년에게 벌써 사사로운 정이 생기려 하느냐?”
 
깜짝 놀란 초선은 얼른 꿇어앉아 변명했다.
“천한 계집에게 어찌 감히 사사로운 정이 있겠나이까?”
 
“그렇다면 어찌하여 깊은 밤에 여기서 길게 탄식하느냐?”
 
“가슴속 말을 하도록 허락해주시옵소서.”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대감님께서 큰 은혜를 베풀어 천한 년을 길러주시고 노래와 춤을 배우게 하면서 참으로 잘 대해주시는데, 저는 몸이 가루가 되고 뼈가 부서지더라도 만에 하나 보답할 길이 없사옵니다. 요즈음 대감님께서 근심에 잠겨 눈썹을 찌푸리시니 반드시 나라의 대사가 있으리라 여기면서도 감히 여쭙지 못했나이다. 오늘 밤 또 대감님께서 안절부절못하시는 것을 보고 한숨을 길게 쉬었는데, 대감님께서 엿보실 줄은 몰랐사옵니다. 만약 이 천한 년을 쓰실 데가 있으시다면 만 번 죽더라도 마다하지 않겠나이다!”
 
왕윤은 너무 기뻐 지팡이로 땅을 탁탁 쳤다.
“한나라 천하가 네 손에 달리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느냐? 나를 따라 화각으로 오너라.”
 
초선은 왕윤을 따라 그림을 그려 호화롭게 장식한 누각으로 들어갔다. 왕윤은 사람들을 내보내고 초선을 자리에 앉히더니 대뜸 머리를 조아려 절을 했다. 초선은 질겁해 땅에 납작 엎드렸다.
“대감님께서는 어찌하여 이러시옵니까?”
 
“네가 한나라 백성을 가엾게 여겨다오!”
 
말을 마치자 왕윤의 눈에서 눈물이 비 오듯 흘렀다. 초선이 얼른 다짐했다.
“방금 천한 계집이 말씀드렸나이다. 저를 쓰실 데가 있으면 만 번 죽더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요.”
 
왕윤은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백성은 거꾸로 매달린 듯 위태롭고, 황제와 신하는 쌓아 올린 달걀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듯 아슬아슬하니, 네가 아니면 구할 수 없구나. 역적 동탁이 장차 황제 자리를 빼앗으려 하는데도 조정의 문무 대신들은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동탁에게 수양아들이 하나 있으니 성은 여이고 이름은 포라, 날쌔고 용맹함이 유달리 뛰어나다. 두 사람 다 여자를 좋아하니 내가 고리에 고리를 이은 듯 계책을 쓰려 한다. 너를 여포에게 시집보내겠다고 먼저 약속한 뒤 동탁에게 바치는 것이다. 너는 마땅한 틈을 타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도록 이간시켜, 여포가 동탁을 죽이게 하여 큰 악의 뿌리를 없애도록 해라. 기울어진 사직을 다시 붙들어 세우고 흔들리는 강산을 다시 바로잡게 되면 모두 네 공로다. 네 뜻은 어떠한지 모르겠구나.”
 
“천한 년은 만 번 죽더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렸사오니 바로 저를 그에게 바치시옵소서. 저는 온 정성과 궁리를 다 짜내 일을 이루겠나이다.”
 
“일이 새나가면 우리 집안은 깡그리 망한다.”
 
“대감님께서는 근심하지 마시옵소서. 천한 년이 크신 뜻에 보답하지 못하면 수많은 칼날에 죽겠나이다.”
 
다음 날 왕윤은 집에 감추어둔 아름다운 구슬 몇 알을 꺼내 솜씨 좋은 장인에게 주어 금관에 박게 하고, 가만히 여포에게 보냈다. 여포는 너무 좋아 직접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왕윤의 집으로 찾아왔다. 미리 맛있는 음식을 갖추고 기다리던 왕윤은 여포가 오자 문밖까지 나가 맞이해 후당으로 모셔 상석에 앉혔다. 여포는 사양했다.
 
“여포는 승상부의 한낱 장수에 불과하고 사도께서는 조정의 대신이신데 어찌 이처럼 분수에 넘치도록 존대하십니까?”
 
“지금 천하에 다른 사람은 없고, 유독 장군만이 영웅이오. 이 윤은 장군의 벼슬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 장군의 재주를 높이 보는 것이오.”
 
왕윤 말에 여포는 매우 기뻤다. 왕윤은 정성스레 술을 권하면서 동 태사와 여포의 덕성을 끊임없이 칭송했다. 여포는 기분이 좋아 껄껄 웃으며 마음껏 술을 마셨다. 왕윤은 사람들을 물리치고 첩 몇 사람만 남겨 술을 권하다가 차츰 술기운이 오르자 분부했다.
“딸아이를 불러오너라.”
 
잠시 후 푸른 옷을 입은 두 시녀가 화려하고 예쁘게 단장한 초선을 데려왔다. 여포가 흠칫 놀라 물었다.
“누구입니까?”
 
“딸아이 초선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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