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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행복 합의>

06. 소유 : 놓음으로써 비로소 갖는

by BOOKCAST 202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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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있기보다는, 
인생을 얼마나 즐기는지에 달려 있어요. 
- 찰스 스펄전


오래전 본 영화의 한 장면이다.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로 기억한다. 
10대 손녀와 오래 떨어져 살았던 할머니가 갑자기 가정 상황에 변화가 생겨 한집에서 살게 되었다. 손녀와 할머니는 처음부터 마찰이 있었다. 겉보기에 괴팍하게 보이는 할머니는 손녀의 옷차림, 말투, 함께 다니는 친구 등등이 다 못마땅했고 손녀는 사사건건 간섭하는 할머니가 불편하고 싫었다. 어느 날 손녀가 방문을 닫아걸고 대성통곡을 한다. 할머니가 간신히 달래고 설득하여 문을 열고 이유를 물어본즉슨 자기와 교제하던 남자 친구가 자기의 여자 친구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보고는 울고불고 난리가 난 것이었다. 할머니가 조용히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한마디 한다.

“아가야, 이제 그만 울렴. 따지고 보면, 그 아이가 본디 네 것이 아니었잖니?”

저 대사는, 영화에서의 가볍게 지나갈 하찮은 한 문장 대사가 아니라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저 말은 할머니와 손녀라는 혈연적 관계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재와 존재로서 삶의 진리를 설파하는 하나의 경구이다. 관계에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상대를 내 쪽으로 이끌려 너무 닦달하거나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심하게 마음 아파하지 않는 지혜를 배웠다. 문득문득 뇌리에 떠올라 나를 일깨워주는 저 말로 나는 관계에 집착하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 그것은 나를 편안하게 하고 평화롭게 하고 성장시켰다. 인력으로 안 되는 것은 하늘의 소관인 경우가 많다.   

소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자식이 내 소유물인 양 여기는 태도일 것이다. 자식은 소유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암묵적인 대전제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부모의 태도는 소유에 대해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착각이요 오만이리라. 일찍이 칼릴 지브란은 자식은 손님이며 선물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뼈저리게 공감한다면 손님인 자녀에게 어찌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함부로 대할 수 있으며 그처럼 비인격적으로 거칠게 다루어도 되는 자녀라는 선물이 어디 있으랴. 그는 조부모님의 손에 키워졌는데, 어쩔 수 없이 애착의 양에 문제 소지가 있는 부모가 아닌 객관적이면서 대가 바라지 않고 사랑이 충만한 조부모님에게서 큰 덕분에 그가 사유 깊은 영성의 대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데 많은 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엄마는 내가 애들을 데면데면 키운다고 생각해 “너는 할머니가 손자 보듯이 애들을 보냐?”는 말씀을 자주 했다. 나의 자유방임 육아법을 간파하신 게다. 적어도 구속하려 하지 않고 애면글면하지 않는 것은 맞다. 조손간은 특별히 바라는 바가 없기 때문에 손자손녀들이 무엇을 해도 예쁘다고 한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예쁘다. 존재 자체로 예쁘다. 그러나 자식에게는 부모의 욕심이 투사되어 존재 자체만으론 힘들고 어떠한 행위가 따라 주고 그것에 대한 이로운 해석이 될 때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김별아는 소설 『식구-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에서 자녀를 행위(doing)로 말고 존재(being) 자체로 사랑하자고 가슴을 울리며 말했다.   

길거리 거지 부자의 이야기다. 바로 눈앞에서 큰 건물이 불타고 있어 소방차가 오고 거리가 마비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본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아, 너는 아비 잘 만나 저렇게 불타 없어질 집이 없어서 좋지?”라고 했다나? 세상 편한 소리다. 그래서 이런저런 집착에서 놓여나고자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주장하셨나 보다. 그러나 무소유의 본 의미는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임에.

본디 내 것이란 것이 있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면서부터 빈손으로 와서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니던가. 소유해서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마음보다 관리의 개념을 도입해 생각하면 보다 편안하게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정 기간 잘 관리하고 타인/세대에게 물려준다는 마음가짐. 지구도 그러한 것처럼. 

소유, 놓음으로써 비로소 갖는다. 

“사랑은 행동, 소유, 사용이 아니라 존재에 만족하는 능력이다.” 
-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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