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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행복 합의>

07. 역할 : 타인들의 영혼이 붙어 있는

by BOOKCAST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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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므로 불행한 것이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혈연과 관련해 최소 2개 이상의 타이틀을 갖게 된다. 일차적으로 성별에 따라 부모님의 딸이나 아들이 될 것이다. 이차적으로는 생존 여부에 따라 (외)조부모에 대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손자나 (외)손녀가 될 것이다. 요사이는 핵가족화되어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삼촌이나 이모의 경우가 많이 줄었지만(아니, 숫제 이모나 삼촌이 있기도 드물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15~20세 많은 형제자매지간이 많았다. 그러면 엄마와 아들/딸이 비슷한 시기에 임신해 조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태어나 같이 크는 이모/삼촌들이 많았다. 가문이 번성해 족보가 다복한 집안의 경우 신생아가 삼촌이나 이모/고모의 촌수를 갖는 것은 기본이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인간관계의 기본 문제는 관계에 따른 이름, 즉 역할에 의미가 부여되고 상대에 대한 염원이 담기면서부터다. 거기에서 행불행이 시작한다. 가정의 기본적인 인간관계인 부모/자식 간을 볼 때, ‘부모/자식이니까 이래야 한다, 저렇게 해줬으면 좋겠다(희망사항).’ 하는 소박한 바람이나 ‘부모/자식이니까 이래야지, 저렇게 해줘야 지(당위)’ 같은 강제가 결부된다는 거다. 잘 해주면 기본이고, 덜/안 해주면 섭섭한 마음은 왜 생기는 걸까?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애초에 바라는 마음, 기대하는 마음이 있어서다. 달리 말하면 욕심이겠다.  


그런데 실상 가족 관계 중에서 바람직한 역할이라고 틀처럼 정해진 게 있을까 싶다. 생색낼 필요 없다. 당연한 일도 없다, 부모 자식 간에도. 부모는 자식에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자식은 사람의 도리를 다한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실감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나 보다. 나에게 서로에게 좋은 마음이 동해서 잘 하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인 지라 인지상정이라고 하겠지만 모범적인 관계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란 요인이 부차적으로 있을 거고 첫째로는 인성이 크게 한몫한다.  

즉문즉답으로 유명한 법륜스님의 상담 사례를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어떤 딸이 엄마와의 관계가 많이 불편한데 어머니가 병환으로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엄마와의 애증관계 때문에 병구완을 선뜻 해드려야겠다 마음먹지도, 안 하겠다 고집하지도 못하는 갈등 상황이었다. 법륜스님께 여쭈었다. 스님의 답변은 이런 요지였다. 

“지금 당장 엄마한테 잘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내 마음이 어떨지에 대해 지금 결정을 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모든 일은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더도 없고 덜도 없고 딱 네 종류다. 부자 부녀 모자 모녀. 사람이 너무도 복잡 미묘한 존재라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관계도 없고 저 네 가지 경우의 수에 별의별 성질의 관계가 다 있다. 그런데 유독 말이 많은 관계는 모녀지간이 아닌가 한다. 아빠 자체가 말이 별로 없기 때문에 부자나 부녀 관계에 대해서는 회자되는 말도 적은 걸까? 생명을 직접 잉태하고 낳는다는 차원에서 엄마와 자녀와는 보다 가깝고 그에 따라 할 말들이 많은가 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도 부모 자식 관계에서 나온 역할에 관한 오랜 문제다. 

특정 역할에 대해 상을 갖지 말 일이다.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다. 덜 괴로운 방법이다. ‘그러므로 감사’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그러한 마음을 먹어야 행복이 쉽다. 타인의 권리는 존중해 주되 나는 상대에게 권리 주장보다 의무 이행을 먼저 할 일이다. 오직 나를 위해서 그럴 일이다. 세상 모든 일이 따지고 보면 내 마음 좋자고 하는 일이더라. 지나고 보니 다 나 좋자고, 나 편하자고 한 일이더라. 

모든 역할을 다 잘 하려고 하면 금방 기진맥진해지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소진(번아웃)될 수가 있다. 역할의 경중을 따지고 에너지 안배를 잘 하며 지혜롭게 슬기롭게 처신할 일이다. 타인들의 영혼이 붙어 있는 역할에 앞서 그 사람 존재 자체를 먼저 생각하고 역지사지한다면 섭섭한 마음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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