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인 그의 임무는 노예상들의 수익원인 노예들을
건강한 상품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운반하는 것이었다
1784년 4월, 아프리카를 출발한 지 3개월 만에 7~8명이 사망했다.
트로터는 괴혈병에 걸린 아프리카인 노예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아침에 사망한 채 발견된 노예들도 있고, 갑판으로 올라오자마자 쓰러져 사망한 노예들도 있었다. 음식을 먹는 동안 사망한 노예도 있었다”고 썼다. 브룩스 호가 카리브해에 가까워질 무렵 40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했다. 트로터는 카리브해에 살아서 도착한 약 600명의 아프리카인 노예 중에서 300명이 괴혈병 증상을 나타냈다고 썼다.
자신이 관찰했던 다른 괴혈병 환자들처럼 아프리카인들 역시 산성 음식에 대해 강한 욕구를 보인다는 것을 알아챈 트로터는 항해 중 아프리카인들의 산성 음식 선호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괴혈병에 걸린 노예들이 익은 구아바는 던져버리고 익지 않은 녹색 구아바를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을 여러 차례 관찰하면서 익은 구아바와 익지 않은 구아바를 먹었을 때 확실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트로터는 괴혈병 증세가 있는 아프리카인 9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라임을, 두 번째 그룹에는 녹색 구아바를, 세 번째 그룹에는 잘 익은 구아바를 줬다. 일주일이 지나자 익은 구아바를 먹은 사람들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건강이 회복됐다.”
배가 앤티가 섬의 세인트존에 도착했을 때 트로터는 괴혈병 환자들에게 먹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구했다. 오렌지, 레몬, 자몽에서 직접 즙을 빨아 먹는 것이 “구연산의 효능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예들의 족쇄도 모두 풀었다. 더이상 선원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인들이 감귤류를 먹기 시작하자 증상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자메이카에 도착했을 때 트로터는 “괴혈병 환자가 거의 없어졌다. 노예들은 시장에서 팔 수 있을 정도로 잘 먹고 있다”고 썼다. 트로터는 앤티가에서 과일을 구해 먹이지 않았다면 노예 중 절반 이상이 열흘 안에 죽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배에 탑승한 의사로서 트로터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 임무는 노예상인들이 수익원인 노예를 대서양 세계의 플랜테이션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행병인 괴혈병 확산을 막는 것이었다.
'역사·문화 > <제국주의와 전염병>'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흰색 간호복 너머 숨겨진 질병 역학의 개척자 (2) | 2022.07.17 |
---|---|
04. 식민지의 세탁부, 전염병 연구에 핵심 역할을 했으나 역사에서 누락되었다. (1) | 2022.07.15 |
03. 노예선에서 죽어간 수많은 노예들 덕에 위생관념에 눈을 떴다. (2) | 2022.07.14 |
01. 한 노예가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죽었다. (2) | 2022.07.11 |
00. <제국주의와 전염병> 연재 예고 (1) | 2022.07.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