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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1>

10. “참으로 용맹한 장수로다!”

by BOOKCAST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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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에게 몸을 의탁한 유비가 밤낮을 근심 걱정으로 지내자 원소가 물었다.
“현덕은 어찌하여 언제나 근심이 그리 많소?”
 
“두 아우 소식을 알 수 없고 식솔 또한 역적의 손에 떨어져, 나라에 보답하지 못하고 집도 지키지 못하니 어찌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내가 허도로 진군하려고 마음먹은 지 오래요. 마침 봄이라 날씨가 따스하니 군사를 일으키기 좋구려.”
 
원소가 부하들을 모아 조조를 깨뜨릴 계책을 상의하자 모사 전풍이 말렸다.
“전에 조조가 서주를 공격하느라 허도가 비었을 때는 미처 진군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서주가 이미 깨졌고 조조 군사가 승리해 기세가 날카로우니 가볍게 대할 수 없습니다. 조조는 군사를 부리는 데에 능해 변화를 헤아릴 수 없으니 무리가 적다고 깔볼 수 없습니다. 실력을 기르면서 조조한테 틈이 생기기를 기다려 움직이는 편이 좋습니다. 장군께서는 굳건한 산과 강에 의지해 네 주의 무리를 거느리고, 밖으로는 영웅과 연락하고 안으로는 농사를 늘리면서 군사를 조련하셔야 합니다. 그 후에 정예를 가려 뽑고 기이한 부대로 나누어 조조의 틈을 노려 거듭 출격해 황하 남쪽을 소란하게 하되, 적이 오른쪽을 구하려 들면 왼쪽을 치고, 왼쪽을 구하려 들면 오른쪽을 치면 적은 목숨을 살리는 데에 급급해 허덕거리게 되고, 백성은 생업에 마음을 붙이지 못합니다. 우리는 고생하지 않지만 적은 벌써 피곤해지니 2년이 지나지 않아 자리에 앉은 채로 이길 수 있습니다. 승리할 계책을 버리고 승부를 한번 싸움에 걸었다가 일이 뜻처럼 되지 않으면 후회해도 늦습니다!”
 
“내가 좀 생각해보지.”
 
판단이 늦기로 이름난 원소가 유비에게 물었다.
“전풍은 나에게 굳게 지키라고 하는데 그 주장이 어떠하오?”
 
유비는 한시가 급했다.
“붓이나 놀리는 선비는 고생스럽게 원정해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편안히 앉아 녹이나 받으려 합니다. 조조는 황제를 속이는 역적인데 명공께서 토벌하지 않으시면 천하의 대의를 잃을까 두렵습니다.”
 
【남의 주인과 부하 사이를 이간시키는 음험한 말이어서 유비의 덕성에 먹칠한다고 모종강 본에서는 잘랐는데, 실은 유비는 이 정도 모략이 있어서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다음에 유비가 전풍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을 보면 처세에 능한 영웅의 모습이 살아 움직인다고 해야겠다.】
 
“현덕 말씀이 옳소.”
 
원소가 결심하고 군사를 일으키려 하는데 전풍이 또 막으려 하자 벌컥 화를 냈다.
“너희는 글이나 읽고 무(武)를 얕잡아보면서 내가 대의를 잃게 만드는구나!”
 
전풍은 머리를 조아리며 간절히 말렸다.
“신의 옳은 말을 듣지 않으시면 나아가더라도 이롭지 못합니다.”
 
원소가 크게 노해 전풍의 목을 치려 하니 유비가 힘껏 말려 옥에 가두었다.
그것을 본 다른 모사 저수는 재산을 일가친척에게 전부 나누어 주었다.
“내가 이번 싸움에 따라가는데 이기면 더할 나위 없이 위세를 떨치겠지만, 지는 날이면 내 한 몸을 보존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저수를 배웅했다.
 
원소가 대장 안량을 선봉으로 삼아 여양과 황하 사이에 있는 백마현을 공격하자 저수가 충고했다.
“안량은 용맹하나 마음이 좁아 대군을 맡게 해서는 아니 됩니다.”
 
“내 상장들은 자네들이 헤아릴 바가 아니야.”
 
원소는 저수를 꾸짖고 안량에게 선두를 맡겼다. 대군이 거침없이 나아가 여양에 이르니 백마를 지키던 동군 태수 유연이 허도에 위급을 알려, 조조는 급히 군사를 일으켜 적과 맞설 일을 의논했다. 백마가 위급하다는 말을 듣고 관우가 승상부로 찾아가 조조를 뵈었다.
“승상께서 군사를 일으키신다니 제가 선봉이 되고 싶습니다.”
 
“장군에게 폐를 끼치기 미안하오. 앞으로 일이 있으면 부탁하겠소.”
 
상대 속셈을 아는 조조의 말에 관우는 더 말하지 못하고 물러 나왔다.
조조가 15만 대군을 거느리고 나아가는데 유연의 급보가 연이어 날아왔다.
조조가 급히 5만 군사를 이끌고 백마에 이르러 흙산에 진을 치고 멀리 바라보니 산 앞의 널찍한 벌판에 선봉 안량이 정예 군사 10만으로 진을 벌였다. 기세에 놀란 조조가 여포의 장수였던 송헌을 돌아보았다.
“자네가 여포의 맹장이라니 안량과 한번 싸워보게.”
 


송헌이 기꺼이 명을 받들어 창을 들고 말에 오르자 칼을 비껴든 안량이 진문 앞에서 바라보고는 한 소리 꽥 지르며 말을 달려 나왔다. 두 사람이 어울려 창과 칼이 세 번도 부딪치지 않아 안량의 손이 번쩍 올랐다가 큰 칼이 휙 내려오자 송헌은 말 아래로 떨어졌다.
조조가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참으로 용맹한 장수로다!”
 
곁에 있던 장수 위속이 성을 냈다.
저놈이 동료를 죽였으니 원수를 갚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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