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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1>

12. ‘내 아우가 과연 조조한테 있었구나!’

by BOOKCAST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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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관우가 안량을 벤 것을 보고 한층 우러르고 존경하면서, 조정에 표문을 올려 한수정후(漢壽亭侯)에 봉하고 도장을 만들어 주었다.
 
조조에게 불현듯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다. 원소가 대장 문추에게 황하를 건너게 하여 연진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연진은 백마 서남쪽에 있는 황하 나루였다. 조조는 백마의 백성을 서하로 옮기게 하고, 친히 군사를 거느리고 나아가면서 명령을 내렸다.
“후군을 전군으로 바꾸고, 전군을 후군으로 삼아라. 군량과 말먹이 풀이 앞서고 군사는 뒤를 따른다!”
 
이상한 명령이라 여건이 물었다.
“군량과 말먹이 풀을 앞에 세우고 군사를 뒤에 따르게 하시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군량과 말먹이 풀을 뒤에 세웠다가 노략질을 당해 앞세우라고 한 걸세.”
 
조조의 대답에 여건은 의문을 내놓았다.
“적을 만나 빼앗기기라도 하면 어찌합니까?”
 
“적이 오면 다시 보기로 하지.”
 
여건은 의심을 풀지 못했다. 조조가 황하를 따라 군량과 말먹이 풀, 군수품을 연진까지 수송하라고 명하는데 갑자기 앞에서 군사가 달려왔다.
“하북 대장 문추가 쳐들어와 우리 군사는 군량과 말먹이 풀을 버리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갑니다. 후군은 아직 멀리 있는데 어찌하시겠습니까?”
 
조조는 채찍을 들어서 남쪽 언덕을 가리켰다.
“저기서 잠시 피할 수 있다.”
 
말을 탄 장졸들이 우르르 언덕으로 달려 올라가자 조조는 모두 갑옷을 벗고 옷을 헤치고 쉬면서 말도 풀어놓으라고 일렀다. 어느덧 문추의 군사가 땅을 휩쓸 듯 몰려와 여러 장수는 당황했다.
“적이 왔습니다! 얼른 말을 정돈해 백마로 물러가시지요!”
 
순유가 급히 말렸다.
“바야흐로 지금 향기로운 미끼로 적을 꾀는데 어찌 거꾸로 물러가오?”
 
조조가 얼른 순유에게 눈짓하며 씩 웃자 순유도 뜻을 알아채고 입을 다물었다. 문추의 군사는 군량과 말먹이 풀을 얻자 다시 말을 빼앗으려 달려들며 약탈에 정신이 팔려 군기가 뒤죽박죽이었다.
 
때를 기다리던 조조가 일제히 언덕 아래로 달려가 적을 치라고 명하니 문추의 군사는 크게 어지러워졌다. 문추가 홀로 싸우는데 그의 군사는 제 편끼리 마구 짓밟았다. 문추가 호통쳤으나 군졸들이 제멋대로 도망가니 문추도 말을 돌려 달아났다.
조조가 언덕 위에서 문추를 가리키며 물었다.
“문추는 하북의 명장인데 누가 사로잡을 수 있는가?”
 
장료와 서황이 말을 달려가며 외쳤다.
“문추는 도망가지 마라!”
 
문추가 돌아보니 두 장수가 바짝 따라와, 철창을 말안장에 걸고 활에 살을 먹여 장료를 겨누었다. 서황이 목청껏 소리쳤다.
“적장은 활을 쏘지 마라!”
 
그 소리에 장료가 급히 고개를 숙여 피하는데 날아온 화살이 투구에 맞아 수술이 툭 떨어졌다. 성이 난 장료가 힘을 내어 쫓아가자 두 번째 화살이 그가 탄 말의 뺨에 꽂혔다. 말이 앞발굽을 꿇고 쓰러져 장료가 땅에 떨어지니 문추가 말을 돌려 달려들어, 서황이 큰 도끼를 휘둘러 막았다. 두 장수의 싸움이 30합을 넘는 동안 장료는 멀리 피했다.
 
문추 뒤에서 많은 군사가 몰려와 서황은 말을 돌려 달아났다. 문추가 강변을 따라 쫓아가는데 갑자기 10여 명 기병이 깃발을 휘날리며 나타나니 앞에서 나는 듯이 말을 달려오는 장수는 바로 관우였다.
“적장은 게 섰거라!”
 
관우가 크게 호통치며 문추와 말을 어울렸다. 칼과 창이 부딪치기를 세 합도 되지 않아 문추는 속이 떨려 말 머리를 돌리고 강을 돌아 도망쳤다. 하지만 천하의 적토마가 한달음에 따라잡으니 관우가 청룡도를 번쩍 들어 뒤통수에 한칼 먹이자 문추는 말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관우가 문추를 베는 것을 조조가 언덕 위에서 보고 대군을 휘몰아 덮쳐드니 하북 군사는 태반이 물에 빠지고 군량과 말먹이 풀, 말들은 고스란히 조조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관우는 기병 몇을 데리고 동쪽으로 쳐 나가다 서쪽을 무찔렀다. 관우가 한창 싸우는데 문추를 뒤따라오던 유비가 3만 군사를 거느리고 이르러, 정탐을 맡은 군사가 전했다.
“이번에도 얼굴이 붉고 수염이 긴 자가 문 장군을 베었습니다.”
 
유비는 급히 말을 몰아 싸움터로 다가갔다. 강 건너편을 바라보니 한 떼의 사람과 말이 나는 듯이 오가는데 깃발에 ‘한수정후 관운장’이라는 일곱 글자가 뚜렷이 쓰여 있었다. 유비는 남몰래 하늘과 땅에 감사드렸다.
‘내 아우가 과연 조조한테 있었구나!’
 


유비가 관우를 불러 만나보려 하는데 조조의 대군이 몰려와 하는 수 없이 군사를 거두어 돌아갔다.
이때 원소는 문추와 호응하려고 관도에 와서 영채를 세웠는데 모사 곽도와 심배가 장막 안에 들어와 보고했다.
“이번에도 관 아무개가 문추를 죽였는데, 유비는 또 짐짓 모르는 척합니다.”
 
“귀 큰 도적놈이 어찌 감히 그럴 수 있단 말이냐!”
크게 노해 욕을 퍼붓던 원소는 잠시 후 유비가 들어오자 밖으로 끌어내 목을 치라고 호령했다.

유비가 물었다.
“저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네 아우를 시켜 또 내 대장을 죽였으니 어찌 죄가 없단 말이냐?”
 
“한마디나 하고 죽게 해주십시오. 조조는 본래 이 비를 꺼려왔는데, 비는 잠시 패하여 무리가 흩어졌으나 반드시 복수할 날이 있습니다. 그는 이 비가 명공한테 있는 것을 알고 명공을 도울까 두려워, 특별히 운장에게 두 장수를 죽이게 한 것입니다. 명공께서 알면 반드시 노하실 것이니 명공의 손을 빌려 이 비를 죽이려는 수작입니다. 명공께서는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유비의 진정한 능력은 바로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갈 때 나타난다. 나관중 본에 작은 글자로 주해를 달았듯이 유비의 ‘지극히 효웅(梟雄, 사나운 영웅)다운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덕 말이 옳다.”
유비 말에 넘어간 원소는 또 부하들을 원망했다.
“너희 말을 듣다 덕성 높은 유능한 이를 해쳤다는 누명을 쓸 뻔했구나.”
 
원소가 사람들을 꾸짖어 물리치고 윗자리로 청하니 유비는 사례했다.
“명공께서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니 크신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는데, 심복을 시켜 운장에게 밀서를 보낼까 합니다. 이 비의 소식을 알면 운장은 밤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올 것이니 그와 함께 명공을 보좌해 조조를 죽이고 안량과 문추의 원수를 갚으면 어떻겠습니까?”
 
원소는 기뻐 야단이었다.
“내가 운장을 얻으면 안량과 문추보다 열 배는 낫소.”
 
유비는 편지를 썼으나 보낼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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