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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1>

13. “이번에 공을 세우면 다시는 내보내지 않겠소.”

by BOOKCAST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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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관도 북쪽 양무현으로 군사를 물려 영채를 쌓고 움직이지 않았다. 원소가 물러서자 조조도 하후돈에게 관도의 요충지들을 지키게 하고 허도로 돌아가 문관과 무장들을 모아 큰 잔치를 베풀고 관우의 공로를 치하했다.
 
술자리에서 조조가 여건에게 설명했다.
“전날 내가 군량과 말먹이 풀을 앞세운 것은 그것을 미끼로 적을 꾀려는 계책이었는데, 유독 순공달(순유)만이 내 마음을 알더군.”
 
사람들은 모두 탄복했다. 흥겹게 술을 마시는 중에 갑자기 보고가 들어왔다. 여남의 황건적 잔당 유벽과 공도가 거세게 날뛰는데 조홍이 여러 번 싸웠으나 이기지 못하니 군사를 보내 구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관우가 얼른 나섰다.
“관 아무개가 개와 말의 힘을 다해 여남의 도적 무리를 무찌르고 싶습니다.”
 
“운장이 세운 큰 공로를 갚지도 못했는데 어찌 또 나가 싸워 주기를 바라겠소?”
 
“관 아무개는 한가하게 보내면 병이 나니 다시 한번 가고 싶습니다.”
 
조조는 뜻을 갸륵하게 여겨 5만 군사를 점검해 내주고 우금과 악진을 부장으로 삼아 이튿날 떠나게 했다.


순욱이 가만히 조조에게 속삭였다.
“운장은 늘 유비한테 돌아가려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유비 소식을 알면 반드시 떠날 것이니 자주 출정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에 공을 세우면 다시는 내보내지 않겠소.”
 
관우는 군사를 이끌고 여남 부근에 이르러 영채를 세웠다. 그날 밤 영채 밖에서 정탐꾼 둘이 잡혀 와서 보니 그중 하나가 바로 손건이었다. 관우가 사람들을 물리치고 물었다.
“공은 서주에서 흩어진 뒤 소식이 없더니 어찌 여기에 와 계시오?”
 
“저는 도망쳐 여남에 와서 떠돌다가 다행히 유벽에게 의지했습니다. 장군은 어찌하여 조조에게 가서 계십니까? 감 부인과 미 부인은 무고하십니까?”
 
관우가 사연을 자세히 이야기하니 손건이 권했다.
“요즈음 유황숙께서 원소에게 가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습니다. 유벽과 공도는 원소에게 귀순해 함께 조조를 치기로 했습니다. 하늘이 굽어보아 다행히 장군께서 여기 오시니 특별히 저를 보내 소식을 알리게 했지요. 내일 두 사람이 짐짓 못 이기는 척 물러날 테니 장군께서는 빨리 부인들을 모시고 원소에게 가셔서 유황숙과 만나십시오.”
 
“형님께서 원소에게 가 계신다니 밤길을 달려서라도 찾아가겠소. 다만 내가 원소의 두 장수를 베어 일이 그릇되지나 않았을까 염려되오.”
 
【모종강의 설명에 의하면, 관우는 원소가 자기를 죽일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유비가 원소에게 죽거나 쫓겨나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말이었다.】
 
“제가 먼저 가서 소식을 알아보고 장군께 알리겠습니다.”
 
“형님을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만 번 죽더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오. 허도로 돌아가면 바로 조조와 작별하겠소.”
 
다짐한 관우는 그날 밤 가만히 손건을 떠나보냈다.
다음날 관우가 군사를 거느리고 나아가자 공도가 갑옷 입고 나왔다.
“너희는 어찌하여 조정을 배반하느냐?”
 
관우가 꾸짖자 공도가 대꾸했다.
“너야말로 주인을 배반한 자인데 오히려 나를 나무라느냐?”
 
“내가 어째서 주인을 배반했다는 말이냐?”
 
“유현덕이 원본초(원소)에게 계시는데 너는 도리어 조조를 따르니 무슨 까닭이냐?”
 
관우가 더 말하지 않고 말을 내달리며 칼을 휘두르자 공도는 도망갔다. 관우가 쫓아가 따라잡자 공도가 몸을 돌렸다.
“옛 주인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공은 어서 진군하시오. 내가 여남을 양보하리다.”
 
관우가 뜻을 알아차리고 군사를 휘몰아 나아가니 유벽과 공도는 달아났다. 관우는 여남의 고을과 현들을 빼앗아 백성을 위로해 안정시키고 허도로 돌아갔다. 조조가 성 밖까지 나와 관우를 맞이하고 장졸들에게 상을 내려 수고를 위로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잔치가 끝나고 관우가 집으로 돌아가 안뜰 문밖에서 두 형수에게 인사를 드리자 감 부인이 물었다.
“아주버님께서 두 번이나 출전하셨으니 황숙 소식을 들으셨겠지요?”
 
“아직 못 들었습니다.”
 
관우가 천연스레 대답하고 물러 나오니 두 부인은 큰소리로 통곡했다.
“황숙께서 기어이 잘못되신 모양이구나. 아주버님은 우리가 괴로워할까 걱정해 숨기고 말하지 않는 거야.”
 
두 사람이 엉엉 슬피 울자 관우를 따라 싸움터에 나갔던 늙은 군사가 문밖에 와서 사실을 알려주었다.
“부인들께서는 울지 마십시오. 주인님은 지금 하북 원소에게 계십니다.”
 
“어찌 아느냐?”
 
“관 장군을 따라 출전했다가 진에서 누가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감 부인은 관우를 불러 원망했다.
“황숙께서는 아주버님께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조조의 은혜를 입었다고 옛 의리를 잊고 사실을 말하지 않으니 어찌 그러시는 거예요?”
 
관우가 머리를 조아렸다.
“사실 형님께서는 하북에 계십니다.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비밀이 샐까 두려워서입니다. 이 일은 조심해 다루어야지 함부로 해서는 아니 됩니다.”
 
“아주버님께서는 어서 서둘러 주세요.”
 
감 부인의 말을 듣고 관우는 떠날 방도를 궁리하느라 안절부절못했다. 그런데 관우를 따라갔던 우금이 유비가 하북에 있다는 것을 알고 보고하자 조조는 장료를 보내 관우의 속을 떠보게 했다. 고민에 싸인 관우에게 장료가 찾아와 축하했다.
“형이 싸움터에서 현덕 소식을 들으셨다고 하여 특별히 축하하러 왔습니다.”
 
“옛 주인은 살아 계시지만 얼굴 한 번 뵙지 못했으니 기쁠 게 무어요?”
 
“공은 《춘추》를 읽으시니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의 사귐을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관중은 늘 이렇게 이야기했다 하오. ‘나는 세 번 싸우다 세 번 물러섰으나 포숙은 나를 비겁하다 여기지 않았으니 나에게 늙은 어머니가 계심을 알았음이요, 나는 세 번 벼슬길에 나갔다가 세 번 쫓겨났으나 포숙은 나를 무능하다 보지 않았으니 내가 때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음이라. 나는 포숙과 이야기하면서 늘 궁지에 몰렸으나 포숙은 나를 미련하다 여기지 않았으니 사람이란 불리한 때가 있음을 알았음이요, 나는 포숙과 함께 장사하면서 이윤을 나눌 때 많이 챙겼으나 포숙은 내가 욕심이 많다 하지 않았으니 내가 가난함을 알았음이라. 나를 낳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아는 이는 포숙이니라.’ 이것이 바로 관중과 포숙이 서로 마음을 알았다는 사귐이오.”
 
“형과 현덕의 사귐은 어떠합니까?”
 
“나는 형님과 생사를 같이할 사이요. 살면 같이 살고 죽으면 같이 죽을 것이니 관중과 포숙에 비길 바가 아니오.”
 
“저하고 형 사이는 어떻습니까?”
 
“우리야 우연히 만난 사이라 흉한 일에 마주치면 서로 구하고 어려운 일을 겪으면 서로 돕지만 구할 수 없으면 그만두니 어찌 나와 형님의 죽고 살기를 같이하는 정에 비교할 수 있겠소?”
 
“현덕이 전날 패했을 때 형은 어찌하여 죽기로 싸우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오. 만약 형님이 돌아가신다면 내가 어찌 홀로 살겠소?”
 
【이처럼 긴 대화가 모종강 본에서는 단 두 마디로 줄었다.
“형과 현덕의 사귐은 이 아우와 형의 사귐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나와 문원은 친구 사이요. 나와 현덕은 친구이자 형제요, 게다가 또한 주인과 신하이니 어찌 더불어 말할 수 있겠소?”】
 
“지금 현덕이 하북에 계신다는데 형은 찾아가려 하십니까?”
 
“이전에 한 말을 어찌 어기겠소! 문원은 나를 위해 승상께 내 뜻을 전해주시오.”
 
장료가 돌아가 관우의 말을 전하자 조조가 대답했다.
“나에게 그를 붙잡아둘 계책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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