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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폐의 세계사>

08. 동양의 진주의 어제와 오늘

by BOOKCAST 2020.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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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897년 영국을 출발한 50대 여성이 수개월의 항해 끝에 드디 아시아에 도착했다. 그녀는 산맥이 이어지고 수원이 부족한 항구에 도착해 그곳을 실컷 비평했다. “곳곳에서 두려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모든 위험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

 

 

1895년의 홍콩

 

 

그녀는 이사벨라 버드(Isabella Bird)로 영국 왕실지리협회의 첫 번째 여성 회원이었다. 협회의 다른 회원으로는 생물학자 다윈, 빅토리아 폭포 및 말라위호를 발견한 리빙스턴(Davis Livingstone), 영국군의 티베트 입성을 인도한 영허즈밴드(Francis Younghusband), 그 리고 29종의 언어를 할 수 있다는 전설적인 탐험가 버튼(Richard Francis Burton) 등이 있었다.
 
훗날 이사벨라 버드는 항구도시의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국이 불안한 대청제국과 메이지유신의 일본, 중앙집권제 말기의 조선을 두루 돌아다닌 후에도 스스로 제노바 같다고 평한 항구도시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10년 후 정글북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젊은 작가 키플링(Rudyard Kipling)은 이곳이 자신의 고향인 인도 캘커타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지중해와 같은 풍격에 영국의 식민주의가 융합된 항구 도시가 1843 6 26일 정식으로 영국에 귀속되었을 때 식민지의 행정 책임자로 처음 임명된 포팅거 경(Sir Henry Pottinger)은 이곳을 서태평양의 상업과 부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이곳은 바로 홍콩, 극동에서 가장 빛나는 대영제국의 진주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홍콩은 금융도시로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동시에 기묘한 문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독특한 지폐 발행 역사다.

홍콩에서 최초로 유통된 지폐는 1845년 설립된 브리티시 오리엔트 뱅크(British Oriental Bank)에서 발행하였다. 1935년 홍콩 정부가 화폐 조례를 통과시키기 전에는 많은 은행이 지폐를 발행했었다. 지폐의 주요 기능은 상업적인 교역이었고, 홍콩 정부는 은행이 발행하는 지폐를 부분적이고 합법적인 통화로 특별 허가했다.

1935년부터는 영국 정부가 HSBC 은행, 상업은행(이후 HSBC 은행과 합병) 및 인도 멜버른 중국 차타드 은행(1956년에 홍콩 차타드 은행으 로 개명) 5홍콩달러 이상의 지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리고 액면가 1홍콩달러와 그 이하인 지폐는 홍콩 정부가 발행했다(홍콩 정부는 일시적으로 1센트, 5센트 및 10센트 지폐를 발행해 시장의 보조화폐 부족 현상을 보완한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정세는 큰 변화를 맞이했고 대영제국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폐의 디자인을 보면 이러한 상황을 대략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1960년 홍콩 정부는 1홍콩달러 지폐 발행을 중지하고 동전으로 대체했다. 이때부터 영국 왕실 사람들의 초상화는 일상생활에 사용 되는 통화에서 사라졌다. 1981년 홍콩은 직할 식민지라는 법정 지위가 취소되고 영국의 해외 속령으로 승급했다. 대영제국의 석양은 동양에서 마지막 빛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물론 영국 정부는 홍콩의 주권 반환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국위를 실추시킨 마지막 흔적을 계속 남겨둘 수 없었다. 결국 정치·외교 분야에서 수차례에 걸친 힘겨루기 끝에 대영제국과 중국은 1997년에 홍콩의 주권을 중국으로 반환한다는 연합 성명을 발표했다.

 

 

1952년 홍콩 정부가 발행한 1홍콩달러 지폐. 초상화는 영국 왕 조지 6세다.

 

 

홍콩 정부가 일시적으로 발행한 10센트, 5센트, 1센트 지폐.

 


1985년에는 지폐에서 ‘or the equivalent in the currency of the colony value received’(‘식민지 통화와 상응하는 가치를 지님이라 는 뜻)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그리고 1993 1월 정부는 모든 홍콩달러 동전과 지폐를 홍콩 주권 반환에 따라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1994년부터 HSBC 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지폐의 양식을 갱신하면서 식민지 색채를 띤 디자인을 없앴다. 그중에서도 홍콩의 식민지 휘장인 아군대로도(阿群帶路圖, 홍콩이 영국 식민지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휘장으로, 영국 식민 통치 기간에 지폐 등에 사용되었다.)를 없앤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군대로도는 영국 군대가 처음으로 홍콩섬의 스탠리에 상륙했을 때 홍콩섬 북부까지 현지 주민들의 안내를 받은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의 고고학 연구를 통해 이는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1994년에는 또한 중국 은행 홍콩 지점이 홍콩 지폐를 발행하는 은행 중 하나가 되었다. 그 결과 홍콩 지폐에는 HSBC 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중국 은행이 발행한 세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주권 반환 후 10년이 지난 2007 7 8일 홍콩 금융관리국은 10홍콩달러 플라스틱 지폐를 발행했다. 이는 홍콩 최초의 플라스틱 지폐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폐 중 하나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아군대로도’는 식민지 시절 홍콩의 휘장이었다.

 

 

1977년 HSBC 은행이 발행한 100홍콩달러 지폐. ‘아군대로도’와 ‘or the equivalent in the currency of the colony value received’라는 문구가 남아 있다.

 

 

1988년 HSBC 은행이 발행한 10홍콩달러 지폐. 아군대로도만이 남아 있다.

 

 

2009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발행한 150홍콩달러 기념 지폐. 액면가가 150인 지폐는 세계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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