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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제국주의와 전염병>

06. 남북전쟁 시기, 흑인 아이들을 백인을 위한 백신 배양 도구로 썼다.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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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해방을 부르짖던 남북전쟁 시기,
의사들은 흑인 아이들을 백인을 위한 천연두 백신 배양 도구로 썼다

아이는 아마도 울고 있었을 것이다. 감독관이 아이를 찾으러 왔을 때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오두막을 나와 목화밭에서 멀리 떨어진 빈터 나무 아래, 두 명의 백인 남자가 서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백인 중 하나인 노예 소유주는 아이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겠지만, 몸값만은 쉽게 매겼을 것이다. 다른 한 명인 백인 의사도 자신이 하려는 치료가 효과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의심도 저항도 없었을지 모른다. 남북전쟁은 이미 발발했고 예상치 못한 적이 출현한 상태였다. 질병이었다. 그랬다면 아이의 엄마는 의사의 치료가 보이지 않는 적들로부터 아이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 믿고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아이 엄마는 자신 있게, 심지어 자랑스럽게 사랑하는 아이를 키 큰 히코리 나무 그늘에 서 있는 두 남자에게 데려갔을 공산이 크다.

바람에 날려온 목화가 눈송이처럼 엄마의 머리와 옷, 아이의 손에 붙었을 것이다. 감독관은 아이 엄마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의사의 치료로 아이를 구할 수 있다고, 당신 아이가 선택된 것은 행운이라고. 먼저 치료를 받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의사를 만날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의사는 아무런 불안감도 없었다.

천연두가 퍼지는 것을 막는 방법을 설명한 논문을 읽었기 때문에 자신만만했다. 노예 소유주도 걱정하지 않았다. 자기가 어린 소년뿐만 아니라 농장에 있는 모든 노예와 자신의 가족,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왕진가방에 손을 넣어 의료용 키트와 이전에 천연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에게서 떼어낸 딱지를 보관한 양철 상자를 꺼냈다. 양철 상자에는 백신을 접종한 후 생긴 물집에서 흘러나온 무색 액체인 “림프”도 같이 들어있었다. 이 림프는 작은 튜브에 넣거나 유리 조각 두 장 사이에 끼워 말린 형태로 보관됐다. 의료용 키트 안에는 의사가 물집을 뚫거나 딱지를 긁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수술용 칼인 랜싯이 있었다.

의사는 랜싯을 손에 들고 건강한 아이와 엄마에게 다가갔다. 아이 엄마는 날카로운 칼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움찔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울었을 수도, 엄마가 의사에게 이 시술을 하지 말라고 애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존하는 노예제 아래서 노예들의 외침은 간단히 무시됐다. 의사가 아이를 안아 올렸다. 감독관과 주인은 아이를 나무에 기대게 하고 엄마를 땅에 쓰러뜨렸을지도 모른다. 의사는 아이의 팔을 잡고 랜싯으로 살을 찔렀다. 그 다음 핀셋으로 림프를 꺼내 피가 나는 아이의 팔에 이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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