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꿈이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즉시 대답할 수 있는가? 지금껏 나는 명확한 꿈을 가진 어른을 본 적이 없다. 그 어른에는 나도 포함된다.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얘기한다. 그러나 그 꿈에 대한 확신은 없어 보인다. 대부분 사람은 ‘꿈’이라는 단어에 부담을 느낀다. 꿈이 없는 자신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꿈이 있어도 이루지 못할까 봐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이러한 부담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꿈 간담회’를 진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라질 직업과 새로 생길 직업에 대한 얘기도 함께 나누며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소통하는 자리였다.
나는 ‘동사’로 가득한 종이 한 장을 나눠 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동사’에 동그라미를 그려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리다’, ‘쓰다’, ‘읽다’, ‘달리다’, ‘말하다’, ‘여행하다’와 같은 다양한 동사에 동그라미를 쳤다. 나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종이 한 장을 나눠 줬다. 그 종이에는 각각의 동사와 연관이 있는 직업들이 적혀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동사의 직업들을 살펴 보며 흥미로워했다.
그때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는 아나운서가 저와 맞는 직업으로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번 생에는 왜 안 될 것 같아?”라고 나는 물었다. 그녀는 대답했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제 성적으로 무슨….”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나 그녀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듯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간담회가 오히려 아이들의 꿈을 접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에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tvN <김미경쇼>를 통해서다. 그녀는 많은 사람이 ‘꿈’에 대해 잘못된 개념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꿈에 대해 여러 관점으로 설명해줬다. 그녀의 이야기에 귀가 커진 나는 그녀가 저술한 『드림 온』을 당장 구매했다.
성적이라는 입시용 재능과 몇몇 예체능 분야가 아니고서는 재능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파악할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다고 그녀는 말했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니 대학생의 70%가 전공을 바꾸고 싶어하고, 각 대학의 진로 상담실은 고민하는 학생들로 넘쳐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교육부는 2018년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자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기간에 아이들은 토론·실습 위주의 참여형 수업과 직장 체험 활동 같은 진로 탐색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기간에 아이가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진로는 말 그대로 아이가 어떤 직업이 맞는지 탐색하는 것이다. 그 직업이 아이의 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꿈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어른들의 잘못된 질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고 질문을 받으면 아이는 하나의 직업으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의사’, ‘변호사’, ‘선생님’, ‘경찰관’, ‘대통령’ 같은 멋진 직업을 막힘 없이 불러 댄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 후 꿈을 물으면 아주 긴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마지 못해 아이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라고.
아이에게 꿈을 물으면 특정 직업을 떠올리고 이는 성적, 전공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기에 마음껏 꿈을 말할 수 있지만, 현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학생부터는 현실적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이렇게 직업의 선택 폭이 줄어들면서 아이는 자신감을 잃어가고 ‘꿈’이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지운다.
꿈에 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부모들 또한 그들의 부모로부터 꿈과 직업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모두 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꿈=직업’이라는 함정의 피해자가 되었다.
우리는 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사실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른다. 김미경 작가는 『드림온』에서 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방향성의 관점에서 꿈은 강한 동기로 실현되는 ‘나다움’이다. 꿈을 이뤄간다는 것은 나를 가장 나답게 키워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와 ‘나다움’은 완전히 다르다. ‘나다움’은 검증된 나, 축적된 나다. ‘나’가 하얀 캔버스라면 ‘나다움’은 그 위에 내가 그리는 그림이다. 이것은 잠재돼 있던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즉, 나의 꿈은 하나의 직업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실험과 도전을 하면서 나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많은 부모는 큰 벽에 부딪힌다. 자신조차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찾아가는 여정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그 길을 보여주는 것은 막연하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꿈’은 부모가 먼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이브』의 저자 댄 지드라는 말했다. 당신 머릿속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두뇌가 있고, 발에는 튼튼한 신발이 신겨져 있다. 당신은 원하는 방향으로 어디든 자신을 이끌어갈 수 있다.
당신은 오직 당신만의 것이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당신이다.
당신의 가치를 선택하라. 이것은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행하는 개인적인 선택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높은 가치를 좌표로 삼아 나아간다면, 당신은 삶의 매 순간이 가지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지구별에 보내진 것은 저마다의 쓰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쓰임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즉 꿈이다. 그래서 꿈은 너무 어린 나이에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를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세상은 내게 어떤 역할을 준걸까?’, ‘내가 가장 열정을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지구를 떠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아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면 된다. 우리는 아이에게 꿈을 강요하거나 관여할 수 없다. 아이가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응원과 격려를 할 뿐이다.
아이가 단순히 직업과 꿈을 연결하면 아이는 큰 꿈을 꿀 수 없다. 현실적인 직업 카테고리에서 답을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업과 상관없이 나만의 꿈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부모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먼저 보여줄 수는 있다. 당신이 더 큰 가치를 선택하고, 더 높은 가치를 좌표로 삼아 나아가는 삶을 아이에게 보여주자. 그러면 아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며 따라올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잠든 꿈을 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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