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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05. 영어는 지금도 진화 중

by BOOKCAST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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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싱가포르 작가 캐서린 림의 소설 『A Leap of Love(사랑의 도약)』를 산 곳은 ‘Bugis Junction(부기스 정션)’의 기노쿠니야 서점에서였어요. 일본의 대형 서점 프랜차이즈가 싱가포르에 있다는 게 그때는 무척 신기했습니다. 싱가포르 소설가의 작품을 선 뜻 구입했던 이유는 이 책의 표지에 같은 작품의 영화관인〈윤년(The Leap Year)〉의 주연배우들 사진이 실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행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현지 TV에서 이 영화의 광고를 자주 봤기 때문에 궁금했습니다. 윤년에 이어지는 사랑 이야기였는데 호기심이 발동해 구입한 책을 들고 호텔방으로 들어와 읽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로 쓰인 이 소설은 어쩐지 다른 서구권 작가들의 작 품과는 달리 사용하는 표현이 색달랐어요. 틀린 표현은 아닌 데 뭐랄까, 굉장히 구체적이거나 살짝 문어체적인 단어를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리앤은 마스카라를 집어던지고 어머니의 목을 감싸 안았다.’라는 문장의 경우 li- ann abandoned mascara to throw her arms around her mothers neck.’이라고 써 있었어요. 여기서 ‘abandon’은 물리적으로 뭔가를 던지거나 놓을 때보다는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버림받았다는 의미로 많이 쓰는 단어인데 이렇게 표현한 게 신선했어요.
 
또 연인과의 관계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는 뜻으로 ‘intolerable(견딜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말을 그대로 영어로 옮긴 듯했거든요.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영어로는 보통 ‘unsustainable(지속할 수 없는)’ ‘dysfunctional(잘 돌아가지 않는)’ 또는 toxic relationship(해로운 관계)’이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이니까요.
 


어떤 이야기냐면 네이티브에 비해 표현이 다소 이질적이어서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한영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한 세대라면 기억하겠지만 ‘효도(孝道)’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Tilial piety’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구글에 찾아보면‘자식이 아버지에게 가지는 경건함’을 뜻한다는 설명이 영어로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영어권에서는 효도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정말 효자예요.”라고 영어로 말할 때는 “He is really a son of filial piety.”라고 길게 말할 필요 없이 “He is a good son.”이면 충분합니다.
 
저는 한영사전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 말을 또박또박, 구체적으로 직역하는 느낌의 표현이 많아서 어쩐지 영어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한국식 영어 교재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원어민에 가깝게, 영미권 문화에서 쓰이는 쉬운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하지만 영어는 이제 글로벌 언어예요. 무심코 인도식 영어, 싱가포르식 영어가 마치 급이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인도와 싱가포르는 물론 세계 그 어디에서든 통용되는 언어이기에 영어가 그토록 중요한 언어로 여겨지는 겁니다. 영어에는 오답도 정답도 없는 것이죠. 단지 나의 의견을 어떻게 상대에서 그대로 전달하고, 또 상대의 생각을 곡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영어는 참 너그러운 언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도 우리 생각보다 너그럽습니다. 세상이 만만치 않다고 하지만, 사회란 결국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굴곡과 좌절을 겪어온 선배들이 ‘어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들에게 배우고 의지하면 그 어떤 어려움도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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