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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06. 고수와의 인터뷰_배우 양현진

by BOOKCAST 2022.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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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rawpixel.com
 


〈60일, 지정생존자〉에서 통역사 역할을 맡아 자연스러운 영어 연기를 선보인 양현진 배우와 만나 영어공부 노하우를 물었습니다. 그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외국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대개 둘 중 하나였습니다. 외국어가 어설프거나, 연기가 어설프거나. 그런데 양현진 배우는 ‘둘 다 되는’ 배우라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연기할 때의 미묘한 목소리 톤과 발성 때문에 외국에서 다년간 살았던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했는데요. 실제로 양현진 배우는 유년기 시절 남미와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고,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Q. 영어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의 영어공부법이 궁금합니다.
 
제가 직업이 배우지만 또 생계를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던 입장이라, 이건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해 볼게요. 일단 학원 선생님으로서(웃음) 말해 보자면요. 단어와 문법은 그냥 앉아서 열심히 투자한 시간만큼 늘더라고요. 다만 그 시간이 어느 정도 즐거워야 오래 앉아서 버틸 수 있죠. 공부 시간을 즐겁게 만드는 건 공부를 하는 당사자에게 달린 문제예요. 자기만의 방법을 창의적으로 찾을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듣기와 말하기는 기본적으로 복싱이에요. 제가 요즘 배역도 따고, 그리고 몸도 만들 겸 복싱을 배우고 있는데요. 결국 복싱이라는 게 악기 배우는 거랑 똑같더라고요. 동일한 패턴을 무수히 반복해서 근육에 새겨지게 하는 것. 그래서 일련의 동작이 민첩하게 몸에서 튀어나오게 하는 것. 외국어도 마찬가지죠. 머리에 입력하고 자연스럽게 입을 통해 나갈 수 있도록 훈련, 또 훈련입니다.
 
영어공부가 복싱과 비슷한 점이 또 있어요. 복싱 스파링처럼, 악기로 치면 콩쿠르처럼 ‘라이브’, 그러니까 실제 현장에서 반드시 써봐야 스킬을 체득할 수 있어요. 연기자가 영화, 드라마에 얼굴을 비치지 않고 혼자서 연기력만 갈고닦아서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없듯이 말이에요.
 

Q.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연기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일단 영어여서가 아니라 언어를 한 가지 더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문, 그리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문이 하나 더 열리게 됩니다. 언어를 배울 때는 언어뿐만아니라 문화 자체를 같이 받아들여 야 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시각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통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지고, 느끼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바로 연기 그 자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배우는 나를 탐구하고, 세상을 탐구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제 경우 외국어가 세상을 탐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요. 특히 그 외국어가 영어라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세상 웬만한 것들은 다 영어로 번역되어 있고, 많은 정보가 우선적으로 영어로 작성되죠. 영어에 익숙하면 양질의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습득할 수 있어요.
 
연기 커리어에서 롤모델로 삼고 싶은 외국 배우의 인터뷰를 찾아보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좋은 무기입니다. 연기를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말로 작성되었거나 번역된 자료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더 능동적으로 자료를 찾아 공부할 수 있어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마약 중독자로 나오는 배역의 오디션을 준 비한 적이 있어요. 한국어로는 관련된 정보를 찾고 습득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외국어로 검색을 하니 영상이나 자료 가 훨씬 많아서 준비가 수월했어요. ‘이런 때도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서 웃기기도 했고요.
 

Q. 생계를 위해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양현진 배우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특징과 한 계는 무엇인가요?
 
영어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배울 때 중요한 건 ‘Never be discouraged and keep on taking small steps.’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너무 많은 평가와 판단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아요. 말로는 실패해도 괜찮다, 배우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시대예요. 특히 우리나라는 1등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는 식의 교육을 많이 주입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자라서 실패를 두려워하는 어른이 됩니다. 하지만 절대로 실수와 실패 없이 무언가를 배울 수는 없습니다. 더 나아질 수도 없고요. 저는 외국어든, 연기든 무언가를 배울 때 절대 실패에 낙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허황된 ‘bluffing’,그러니까 일종의 '허세’ ‘센 척’을 하라는 건 아닙니다. ‘truth’로 나를 무장하면 넘어져도 거뜬히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어요. 이것이 무언가 배우는 데 필요한 비법입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었는데요. 그러면서 너무 안타까웠던 건 영어울렁증을 넘어 영어기피증, 영어혐오증에 걸린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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