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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무작정 부동산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08. 초보 공인중개사가 막막할 때 해야 할 일?

by BOOKCAST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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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rawpixel.com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매물장이라도 노려보라

많은 사람들이 할 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가장 빈번하게 듣는 이야기다. 손님은 없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혹시나 손님이 오지 않을까 해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나도 대부분의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는 편이지만 급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내리거나 날씨가 궂은 날에는 미리 잡혀있는 예약들이 줄줄이 취소되기도 한다(최근에 코로나 이슈로 자가격리 통보를 받거나, 검사 결과를 기다린다고 예약이 줄줄이 취소된 적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때 나는 매물장이라도 노려보라고 한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부동산이 있다. 맹지로 모양이 예쁘지 않아 이게 과연 팔릴까, 하는 땅이 있기도 하고 손님들이 광고를 보고는 이걸 돈 주고 팔려고 내놨냐는 말을 듣게 하는 희한한 땅도 있다. 내가 부동산을 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의 모든 부동산은 저마다의 쓸모가 있다. 

당연히 그냥 딱 봐도 좋은 매물도 있다. 그건 누가 봐도 좋은 매물이다. 이런 좋은 매물은 경쟁이 치열하다. 사람의 눈은 대체로 비슷해서 약간의 취향을 탈 수는 있지만 누가 봐도 좋은 매물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다. 이런 인기 많은 매물은 논외로 치고 어떤 매물이든지 접수되면 요것조것 잘 뜯어봐야 한다. 매물 분석이라는 걸 다각도에서 해야 한다. 이 못난이 부동산을 어떤 용도로 광고하고 홍보해야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 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다만 이것은 내가 순수하게 머리를 싸매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어느 정도 해당 분야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토지나 도로에 대해서 꾸준히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지목이 하천부지인 땅이 접수되었다. 개인소유의 하천부지였는데 현장에 가서 확인도 해보고 공부상 확인을 해봐도 참 모호한 땅이긴 했다. 누군가는 이 땅을 보더니 이 땅을 사는 사람은 돈을 바닥에 버리는 사람일 거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조금만 가다듬으면 신선놀음 할 수 있는 땅으로 보였다. 신축 아파트가 곧 옆에 들어올 장소였다. 가파르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작은 규모의 땅은 꾸준하게 인기가 좋은 편인데, 사람들의 텃밭 생활의 로망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마당의 텃밭에서 직접 키운 상추와 야채를 뜯어와 가족들과 친구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꿈꾸듯 그리는 장면이다. 나는 이 땅을 보자마자 조금만 예쁘게 포장하면 쉽게 팔릴 만한 땅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의 텃밭 생활에 대한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땅이었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 단지와 가깝게 위치해 있고 경사도가 낮아 접근성이 좋았으며 공부상 맹지였으나 차량 진입도 가능해 보였다. 그 부분을 강조해서 광고를 올렸다. 이 토지는 이틀 만에 매매가 되었다. 

그 뒤로는 아무리 못난 땅이라도 보고 또 본다. 딱히 뾰족한 생각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하염없이 생각하고 쳐다본다. 지금 당장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을 두고 보고 또 쳐다보다 보면 아무리 모호한 부동산이라고 해도 예쁜 곳이 단 한 곳이라도 나온다. 

매도인도 이 땅이 매매가 된 것이 의아하다고 했다. 예전부터 이 쓸모없는 땅을 어쩌면 좋을까 생각하며 할아버님 살아생전에는 매매 생각조차 포기하며 신경도 안 쓰고 던져놓은 땅이라고 했다. 상속이 된 후 현장에 와봤다가 혹시나 하고 우리 부동산에 방문했던 것이 인연이 되었다. 구박받던 땅이 좋은 주인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 거 같아 기분이 좋았다. 버려졌던 땅에 생명을 불어넣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는 여유시간이 생기면 매물장을 노려본다. 보고 또 보다 보면 지나치고 넘어갔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간과하고 흘려버렸던 것들이 눈에 부각되기 시작한다. 할 일이 없으면 매물장이라도 노려보라. 봤던 것이라도 또 한 번 보라. 보고 또 보다 보면 지나쳤던 부분이 반드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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