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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사진기획전시>

05. 사진기획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순간, 감상

by BOOKCAST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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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날마다 사진을 접하게 됩니다. 사진의 홍수 속에서 그냥 지나치는 사진들도 수없이 많죠. 사진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있는 바쁜 현대인이니 사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들여다보기에는 그 양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진을 선택하고 보는 재미에 빠지면 바쁜 일상도 갑자기 여유롭게 다가오죠. 그렇다면 사진을 어떻게 선택하고 또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까요?

사진을 보려면 우선 사진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야 합니다. 모든 것은 호기심에서 시작하죠. 호기심 없이는 사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습니다. 사진에 대한 호기심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생겨납니다.

사진과 만나려면 먼저 자기 주변에 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그중에 왠지 모르게 끌리는 사진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면서 이렇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내가 왜 이 사진에 끌렸을까?’

뭔가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사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거죠. 하나하나 뜯어보듯이 말이에요. 이것이 바로 사진을 알아가는 방법입니다.

모든 사진에는 그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사진이라도 작은 이야기나 실마리가 있게 마련이죠. 예를 들어, 우리가 평소 지나치는 길 한가운데에 한 개의 화분이 놓여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변화된 상황에 대하여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유심히 바라본다면 우리는 자연스레 다양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화분이 이 길에 있을까?’
‘누가 가져다 놨을까?’
‘누가 버린 것일까?’


감상을 할 때도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이 사진은 왜 찍었을까?’
‘저기는 어떤 곳일까?’
‘저 사람은 왜 저쪽을 쳐다보고 있지?’


매우 평범해 보이는 것이라도 하나하나 질문하다 보면 사진은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해집니다. 심지어 누가 찍었는지 모르는 사진일지라도 상상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자기만의 멋진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사진에 대한 질문이 끝나면 이제 사진을 찍은 사람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누가 왜 찍었는지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는 것이죠. 사진을 선택하고 나서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하고 깊이 생각해 본 후 그 사진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사진의 정보를 알아보고 감상하는 것이죠. 사진가가 알려진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사진가의 배경과 함께 그가 그 사진을 찍은 이유 등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면 그 사진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사진에 대해 더욱더 알고 싶어지고 질문도 점점 많아지게 됩니다.

제가 수년 전 초상사진가의 대가이자 최초의 수식어를 지닌 펠릭스 나다르(Felix Nadar) 사진전시를 기획할 때의 일입니다. 전시기간 중 두 그룹의 관람객들이 동시에 전시를 보러 왔습니다. 한 그룹은 지나가다가 사진 전시회가 있어서 아무런 정보 없이 들러 전시를 관람한 경우입니다. 다른 경우는 전시 정보를 알고 미리 배경지식과 정보를 조사하고 알아본 뒤 전시를 관람한 경우입니다.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의 반응은 각각 어땠을까요?

사진을 볼 때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그 사진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진 속의 대상이 단지 평범한 모델로 보일 수 있죠. 예를 들어, 전시장에 걸린 사진작품 ‘베르나르의 초상사진’의 경우 그녀가 당대의 유명한 여배우였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진을 본다면, 일반 모델을 대상으로 촬영한 사진으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모델의 포즈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이나 호기심을 갖지 않게 되죠. 결국 사진을 스치듯이 지나치며 별 질문 없이 전시장을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전시된 사진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는 순간 전시의 재미는 배가됩니다. 당대를 주름잡은 프랑스의 유명한 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알아보고 모델의 포즈 하나하나를 보며 감탄하기도 합니다. 그 옛날 초상 사진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알아가게 되죠.

‘그때 사진을 어떻게 이렇게 찍을 수 있었을까?’, ‘왜 색감이 이렇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사진들을 하나씩 유심히 살피며 사진 전시를 즐기게 되죠. 그러고 나서 전시장에 걸려있는 정보들을 수첩에 가득 적고 한참을 머무른 뒤에야 전시장을 떠나게 됩니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고 그 배경이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사진을 보면 정보를 더 알고 싶고 모든 것이 궁금해지면서 사진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게 됩니다.

‘모델은 누구지?’
‘왜 찍혔지?’
‘저 장소는 어디지?’
‘몇 년도에 찍은 걸까?’
‘작가는 누구지?’
‘톤이 지금과는 완전 딴판이네?’
‘자세가 약간 삐딱한데 정면도 아니고 왜 저럴까?’

Image by rawpixel.com
 


이렇게 다양한 질문을 통해 관람객과 사진작품이 더욱 끈끈하게 연결됩니다. 같은 사진이라 해도 어떻게 감상하느냐에 따라 그 사진의 느낌과 가치는 매우 다를 수 있다는 말이죠.

사진의 뒷얘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사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면서 답을 찾아간다면 사진 감상의 재미는 배가됩니다. 그리고 관람객의 즐거움이 커질 때 전시 기획자의 기쁨 또한 몇 배나 더 커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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