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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10. 자신만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떠나 버린 아버지에게 등을 보이는 것..(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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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다케이 미도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입을 여는 순간 통곡이 터져 나올 게 뻔했고 그 이전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유일하게 떠오르는 건 사과의 말이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일으킨 일 때문에 남편에게까지 이런 고통과 불명예를 맛보게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뜨겁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사과해 버리면 아버지가 너무 가여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면─. 다시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쉰두 살 나이인 지금까지도 부모님을 늘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미도리는 생각한다. 왜냐면, 그래서는 마치 아빠가 나쁜 짓을 저지른 것 같잖아─. 아니면 나쁜 짓을 저지른 게 맞는 걸까?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 판단도 서지 않는다.
줄곧 입을 막고 있던 손수건을 한순간이라도 입에서 떼는 것이 불안해서 미도리는 눈물을 닦지 않고 있었다. 앞을 달리는 차량의 후미등이 붉게 번지며 이어진다.

수목장이라니─. 생각난 순간 한층 더 혼란한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유서에 따르면 아버지는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아무런 연도 관계도 없는 땅 ─ 하치오지시 ─ 에 공원묘지 구획을 하나 구입해 두었다. 도쿄에는 선산이 있고 그곳에 어머니도 잠들어 있건만. 미도리에게 그것은 견디기 힘든 배신으로 느껴진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 이상으로 견디기 힘든 일로. 이것저것 다 떠나서 시노다 가문의 산소는 어찌 되는 걸까. 그곳에 있는 엄마는?
미도리는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한다. 남편이 뒷좌석으로 한손을 뻗어 티슈 갑을 움켜쥔다.
“자.”
그렇게 말하며 무릎 위로 툭 던져 준다. 미도리는 코를 풀었지만 눈물도 오열도 폭력적으로 터져 나왔다. 마치 어릴 적의 천식 발작과도 같아서 도저히 의지력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가족사가 복잡해 보이는 미야시타 일가나, 가족 자체가 없는 시게모리라는 사람과 달리 시노다 일가는 줄곧 화목한 가족이었을 터이다. 확실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최근 십여 년간은 서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줄었지만 그건 아버지가 느닷없이 아키타 현으로 이주해 버렸기 때문이고,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은 미도리도 오빠인 도요도 멀리 아키타까지 아버지를 찾아뵈었다.

작년 여름이 마지막이었던 셈이다. 이미 암 선고를 받았던 아버지는 걱정되니 도쿄로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미도리의 간청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의외다 싶게 건강해 보여서 이 정도면 아직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었는데.
“봐봐, 강이야.”
스스로 생각해도 꼴사납다 싶은 기세로 찔찔 울고 있는데 남편이 말했다. 차는 마침 다마강을 건너는 다리에 들어서고 새카만 수면이 가로등을 비추며 흔들린다.
강이라고 소리 내어 말하는 사람은 평소 같으면 미도리였다.
결혼하고 20년 넘게 가와사키에 살고 있어서 도심을 오가려면 반드시 다마강을 건넌다. 따라서 어지간히 눈에 익을 만도 하련만 매번 신기한 것을 본 양 ‘강이야’라고 말하지 않곤 못 배기는 미도리를 평소 남편은 묵살한다.
봐봐, 강이야─.
남편의 서툰 위로 방식에 미도리는 그만 울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 강을 건너면 머지않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에도 자신이 (울다 웃는다고는 해도) 웃었다는 것과 자신만 안전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떠나 버린 아버지에게 등을 보이는 것만 같아서 몹시 슬프고, 그래서 또다시 새롭게 눈물을 쏟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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