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수업 시간에도 교수님의 수업 내용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기 위해 강의를 통으로 녹음했다가 나중에 다시 정리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99% 실시간으로 기록해 ‘인간 타자기’라고 불릴 만한 학생도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학습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러한 필기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첫째, 노트북으로 입력하든 손으로 적든 강의하는 선생님의 발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모든 내용을 받아 적으면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결국 선생님의 머릿속이나 교과서에 있던 지식을 그저 자신의 노트로 옮겨 적었을 뿐 머리에 저장되지는 않는다.
둘째, 수업 내용을 전부 노트에 받아 적으면 따로 시간을 들여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해야 한다. 다른 사람은 한 시간이면 끝낼 복습을 필기 내용을 정리하느라 한 시간, 복습하는데 또 한 시간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시간 낭비 아니겠는가?
셋째, 이런 필기 방식은 쉽게 착각에 빠뜨린다. 즉, ‘모든 내용을 기록했으니 전부 익힌 거지, 뭐(익숙함의 착각)!’라든지 ‘아직 완벽하게 익히진 못했더라도 시험 전에 필기해둔 것만 확인하면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복습할 수 있을 거야’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단 기록부터 하고 나중에 다시 집중해 공부하는 이런 방식은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망각곡선의 위력을 간과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며칠 밤을 새워야 시험이라는 난관을 돌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학생 대부분은 선생님의 말씀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 적는 이런 극단적인 필기법을 사용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잘못된 필기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컨대 선생님이 1, 2, 3, 4, 5를 말했다고 해서 달리 중점도 파악하지 않고 노트에 1, 2, 3, 4, 5를 단순 나열하는 것은 올바른 필기법이 아니다. 완벽한 기록에 집착해 선생님의 말씀대로만 받아 적는 것은 이해와 사고를 등한시한 필기법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필기가 꼭 필요한 내용과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저 선생님의 판서를 베끼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필기하면 나중에 다시 봐도 그 중점을 파악할 수 없다. 그야말로 필기를 위한 필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기록에만 신경 써 노트 정리를 잔뜩 해놓고 다시 들춰 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러면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가 필기한 그 순간에 멈춰 있게 되면서 관련 지식에 대한 깊은 이해나 지식 체계의 확립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학생들은 다이어리를 꾸미듯 노트 필기를 예쁘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데, 이 역시 올바른 필기법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보기 좋게 필기할 수 있을까에 신경을 쓰느라 집중력이 분산되어 정작 꼭 필기해야 할 내용을 빠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무언가를 기록하는 일은 도구의 발전과 함께 갈수록 간단한 작업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작업의 99%를 대신할 수 있고, 여기에 음성을 텍스트로 자동 전환해 주는 애플리케이션만 더해도 따로 텍스트화하는 수고를 99%나 덜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구의 편리성이 학습 능률을 99% 끌어올렸냐를 묻는다면 아마 그 누구도 긍정적인 답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왜냐? 학습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혹은 노트에 정보를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머릿속에 저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필기는 학습의 중간 단계가 되어야 한다. 지식을 노트에 적어 방치했다가 시험이 임박했을 때 꺼내 보기 위함이 아니라 편리하게 지식을 습득하고, 저장하고, 꺼내 쓰기 위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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