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면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나에게는 소홀해지고 있었다.
‘내가 조금 힘들어도 그냥 참으면 되지.’
‘본인 몸 아끼지 않고 열심히 하는 사람치고 미움받는 사람 없어.’
‘나는 괜찮아.’
‘빨리 끝내고 쉬면 되니까.’
‘이 일은 내가 잘하잖아.’‘내가 도와주면 금방 끝이 날 텐데… 조금만 더 도와주자.’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나보다 다른 사람을 챙겨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잘못된 착각으로 나를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만삭이었다. 출산 예정일 한 달을 앞두고 몸이 매우 무거웠다. 내 몸 하나 씻는 것도 버거울 정도였다. 그렇지만 집안 청소, 요리, 남편 내조까지 열심히 했다. 반찬을 만들 재료를 사기 위해 근처 마트에 갔다. 나는 재료를 고르는 순간에도 남편이 좋아하는 것 위주로 구매하고 있었다. 만삭인 몸으로 마트에 갔다 오는 것이 나에게는 꼭 군대 장병들이 행군하고 돌아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집에 오자마자 반찬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진미채 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현기증이 났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준비했다. 결국 맛있는 진미채 반찬이 완성되었다. 퇴근 후 남편이 집에 왔고 저녁 반찬으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힘들었던 기억은 잠시 잊게 된다.
그런데 결국 그날 밤 일이 터졌다. 배에 심한 통증으로 새벽에 잠이 깨질 정도였다. 부랴부랴 서둘러서 응급으로 다니던 산부인과에 갔다. 정말 감사하게도 다행히 그날따라 담당의가 당직이었다. 긴급하게 서둘러 검사를 받았는데 이대로 집에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집에 가는 길에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몸을 너무 무리해서 조산기가 왔다. 결국 병원에 입원했고 출산 예정일까지 한 달을 병원에서 지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출산하면 많이 바빠진다. 그래서 한 달 전에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실컷 하며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겼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던 것들을 놓치게 되었다.
책을 한 권 쓰기까지는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작가들은 책에 들어갈 초고(초벌로 쓴 원고)를 완성하면 보상으로 나에게 줄 선물을 미리 정해놓고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의지가 강해진다. 원고를 쓰면서 포기하지 않고 잘 완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물을 가질 생각에 기분도 좋아진다. 나와 책 쓰기를 같이 하는 동기작가들은 초고 완성 선물을 이미 정했다. 본인 책에 사인할 때 필요한 명품 몽블랑 볼펜,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고 싶은 제주도 여행, 그리고 아이패드까지 정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나에게 어떤 선물을 줘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다이슨 에어랩을 선물하고 싶었다. 미용실에 가지 않고 머리를 예쁘게 만들 수 있는 드라이기 겸 고데기다. 미용실에 가서 파마하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머릿결을 상하지 않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아기가 어리다. 내가 돌봐줘야 하는 순간이 많다. 그래서 나에게 조금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평소에 머리를 감은 후 말릴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고데기를 하고 있냐 말이다.
나는 이 순간에도 나보다 아기를 먼저 챙기고 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초고 완성 선물을 뭘 해줄지 정하지 못한 채 원고를 쓰고 있다.
일, 친구, 가족들을 먼저 챙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돌보는 것은 뒷전이 될 때가 있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상황과 여건이 안 되면 나를 먼저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것부터 조금씩 해보자. 그래서 나는 이것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1. 항상 마시던 믹스 커피 대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프랜차이즈 커피 마시기
2. 수고한 나를 위해 좋은 영양제를 하나씩 더 먹기
3.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수고한 나를 위해 육아 퇴근 후 드라마 시청하기 이렇게 나는 이제부터 나를 조금씩 더 돌봐주려고 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생활하고 있는 똑같은 일상에서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하든 기분이 즐겁고 내 주위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이 전달된다.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으로 이루어진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항상 긍정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관심과 사랑,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 중에 같이 속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워보자. 나의 재능과 관심이 있는 기술을 배워 나의 역량을 높이도록 한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미루어두었던 공부나 취미 생활을 이번 기회에 시작해도 좋다. 자신의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였다. 항상 집, 회사 이렇게 반복하던 내가 운동을 시작했다. 퇴근 후 가능한 시간에 맞춰 요가 학원에 수강 등록했다. 평소에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저녁 식사 후 드라마를 보거나 강아지와 산책했다. 매우 한가롭고 편하다. 하지만 일상이 너무 평범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지냈다.
요가 학원에 등록하여 매일 요가를 배우는데 처음에는 바쁘다고 느꼈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저녁 식사 후 늦지 않게 요가 학원으로 간다.
벌써 도착해서 경직된 몸을 미리 풀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평범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가 그날 하루 운동이 끝나고 나면 ‘나도 뭔가를 했다.’라는 뿌듯함이 생긴다. 그리고 내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끼며 기분도 좋다. 자존감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너무 태연하게 지냈던 나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어떤 일을 진행하다 보면 잘 안될 수도 있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 실수할 때도 있다. 누구든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반성해서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잠깐의 실수와 잠깐의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비난하고 자책한다.
“그럴 수도 있지.”
“어려움은 있었지만 나는 이 일을 잘 끝낼 수 있어.”
“잘했어! 오늘 정말 멋있었어! 다 잘 될 거야!”
이렇게 나를 칭찬하며 용기를 북돋워주자.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놓치면 안 될 사람은 바로 나였다. 무조건 자신의 생각이 옳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챙겨주되 나를 놓치지 마라는 것이다. 내가 먼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소중하게 대한다.
'자기계발 > <나에게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 언제나 나는 내 편 (2) | 2022.11.05 |
---|---|
08.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1) | 2022.11.04 |
06. 인간관계의 레시피 (1) | 2022.11.02 |
05. 남을 위해 나를 잃지 말기 (0) | 2022.11.01 |
04. 우리는 왜 놓지 못하는 걸까? (0) | 2022.10.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