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인 서장훈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즐기면서 하는 거라고요? 그거 다 뻥이에요. 저는 농구를 한 번도 즐기면서 한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형 사정이고.’
물론 그 발언의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부분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 그럭저럭 잘하는 정도가 아닌 명실상부 ‘최고’가 되고 싶다면 즐기기만 해선 어림없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아예 범접하지 못할 재능을 타고났거나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지독한 노력이 없다면 그의 말대로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일은 분명 재미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적성에 맞아야 한다. 일은 원래부터 재미없는 것,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다 라고 치부하기엔 어쩐지 뒷맛이 씁쓸하다. 그래도 이왕이면 나에게 조금이라도 흥미 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원래부터 숫자가 싫고 무언가를 상상하거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이과보다는 문과 체질이다. 이런 사람에게 숫자를 다루는 일, 예컨대 급여 작업을 실수 없이 해야 한다거나 회사의 입출금을 빈틈없이 관리해야 하는 일을 주면 그건 지옥이 따로 없다. 글이나 만화처럼 말랑말랑한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 즐거운 사람이라면 감성적인 일에 더 맞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패턴을 찾아내어 움직이는 일, 조직문화 업무를 그들에게 맡기면 척척해낼 가능성이 높다. 앉아서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좀이 쑤시고 도무지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그 즉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 즐거운 사람은 당연히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해야 한다. 영업이 어울린다.
헤도니즘(Hedonism)은 쾌락을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선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철학(학파)인데 이들은 쾌락과 행복을 동일시하며, 쾌락 그 자체를 인간 행위의 목적으로 여긴다.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1945)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칭했듯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다.
재미없고 흥미 없는 일에는 관심도 없다. 동력도 덜 생긴다. 인간의 동기를 연구한 무수한 학자, 경영자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일 자체가 즐겁고 적성에 맞으면 내적 동력으로 몰입할 수 있고 좌절에도 쉽게 회복할 수 있으며 마침내 성장의 길에 이를 수 있다고.
프레드릭 허츠버그(Frederick Herzberg, 1923~2000)는 ‘2 factor theory’에서 실제 사람을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기 요인’이 바로 그 일 자체에 대한 흥미와 성취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콕 찍어 지적한다.
많은 현대 직장인들이 일을 숙제하듯 처리하기 급급하고, 근무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오직 주말만이 유일한 즐거움이 된 이유는 적성에 맞지도 않는 강제된 일을 억지로 하고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일이 즐거우면 그 자체로 동력이 되고 보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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