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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MZ세대와 라떼 사장님이 함께 만드는 조직문화>

07. 구글처럼이 답은 아냐

by BOOKCAST 202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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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파티션 다 없애고, 구글이니 페이스북이니 이런 회사들처럼 창의적인 업무 환경 한번 만들어 봅시다.”

난데없는 상무의 지시에 주간 미팅 참석자들 얼굴이 뜨악해졌다.
“회의실도 좀 바꾸고, 거 뭐냐 업무집중공간? 다른 회사 이야기 들어보니 그런 것도 한다던데, 총무팀장이 레이아웃 그려서 개선안 좀 가지고 와봐요.”
“갑자기요”
“시대가 시대니만큼 우리도 뭔가 바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거 아닌가”
예, 어련하시겠습니까? 이제야 상무의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내 고객은 사장님’이라고 당당히 커밍아웃 했던 사람인 만큼 자신의 최대 고객에게 업무 환경 개선이라는 실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다. 그래도 추진력 하나만큼은 알아주던 사람이라 말이 나온 즉시 업무환경 개선 프로젝트는 뚝딱뚝딱 진행이 되었다.

연말 조직 개편으로 사무실 레이아웃을 뜯어 고치고 전 구성원이 대대적인 이사를 한지 꼭 3개월 만이었다. 연초 옮긴 자리에 채 적응도 되기 전에 또 이삿짐을 싸야 하는 구성원들의 속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영혼 없는 경영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짓이 이런 보여주기다. 그중 가장 요란한 것이 멀쩡한 사무실 환경 때려 부수기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공유 오피스, 집중 업무 오피스 등을 거론한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검증은 중요하지 않다.

상무의 지시대로 책상의 파티션은 모두 사라지고 서로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됐다. 얼굴을 살짝 돌리면 옆 사람과도 금세 눈이 마주친다. 임원실은 벽을 투명하게 처리해 상무의 시선 반경에 위치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죽을맛이 됐다.


프레데리케 파브리티우스는 “외향적인 직원들은 새로운 디자인을 아주 좋아했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그런 구조는 살아있는 악몽과 다를 바가 없었다. 거의 순식간에 내면에 집중하는 직원들은 방어적으로 자신의 성향에 맞게 주변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는데, 각자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공사 종료 후 주간 미팅에서 총무팀장은 기존에 있던 물건을 재활용해 예산을 대폭 아꼈다며 뿌듯해했다. 상무는 잘했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예산을 아껴 효율적으로 비용을 쓰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책정해둔 예산을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돈을 얼마나 아꼈느냐가 핵심이 아니라 최초 목적이 달성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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