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한의사가 10년간 환자의 생로병사를 지켜본 삶의 기록!
지인들이 저에게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눈빛으로 하는 질문입니다. 그 지인이 2050세대라면 호기심의 마음이 조금 더 크게 느껴지고, 6080세대라면 두려움의 마음이 조금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간혹 요양병원의 열악한 환경을 고발하는 뉴스를 보고는 “나는 늙고 병들어도 절대 요양병원에 가지 않겠다.”라며 애써 피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이러한 호기심과 두려움, 회피하려는 마음은 아직 요양병원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양병원은 누군가에게 호기심의 대상이거나, 상상하기도 싫은 두려운 미래의 공간이지만, 그곳의 환자분들에게는 오늘을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그리고 저는 매일 그분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는 요양병원 근무 10년 차 한의사입니다.
10년 전, 30대였던 젊은 청년은 요양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노후를 직면하게 됩니다. 그간 의료봉사와 한의원에서 근무하며 연세가 있는 환자분들을 많이 만난 터였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걸어오거나 차를 타고 와서 자신의 상태를 말로 설명하고, 진료받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연배가 있는 청년들이셨죠. 저는 진정한 노후란, 이러한 시절이 끝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시기부터 임종 직전까지의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책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요양병원에서의 시간입니다.
새파란 청년이 마주한 노년의 삶은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철학적 질문들을 마구 던졌습니다. 요양병원 한의사로 살아온 지난 10년은 저에게 생계를 위한 이력이자,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인생 수련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동고동락한 노년의 환자분들은 기꺼이 그 수련 과정의 친구이며 스승이 되어 주셨습니다. 한 젊은 한의사가 생로병사(生老病師), 요양 병원에서 살아가는 늙고 병든 선생님께 얻은 배움과 깨달음의 선물은 미래의 노인이 될 그를 좀 더 단단히 준비시킬 것입니다.
제1장 ‘生老病師와 함께한 일상’은 요양병원에서 노인 환자분들을 진료하며 나눈 대화와 저의 짧은 단상을 쓴 일기입니다. 인생 선배들께서 젊은 친구에게 들려주신 삶과 늙음, 병듦에 관한 가르침을 적었습니다. 늙음과 병듦 너머에도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가진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가 있으며, 요양병원을 향한 불편하고 두려운 시선을 보내는 분들께 이곳 역시 희로애락을 느끼고 사는 삶의 한 공간임을 알리고 싶습니다.
제2장 ‘生老病死에 대한 고찰’은 요양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노인의 생로병사를 보며 느낀 더 나은 노후에 관한 고민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저마다의 예측 불가한 인생사에서 단 한 가지 공통점이자 불가피한 진실은 ‘우리는 모두 언젠가 노후를 맞이하고 죽는다’라는 것입니다. 노인의 삶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관찰하며, 요양병원 한의사로 마주한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통해 저의 노후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미래의 시간을 예습했습니다.
제3장 ‘가정 돌봄과 시설 돌봄’은 한 가정의 딸이자 며느리로서 경험한 가정 간병과 요양병원 한의사로서 경험한 시설 간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시는 도리를 다 하기 위해 가정 간병을 선택할 것인가, 시설 간병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경험자이자 종사자로서의 고민 그리고 미래의 어느 날, 내가 노인이 되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나와 가족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에 관한 고민과 갈등을 담았습니다.
삶(生)과 늙음(老), 병(病)과 죽음(死)으로써 가르쳐주신 생로병사(生老病師)의 인생 이야기가 노후를 준비하시는 독자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영맘
저자 l 김영맘
‘머릿속 기억은 사라져도 손으로 쓴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 적자! 생존!’의 좌우명에 따라 가정과 직장, 일상의 모든 것을 일기장에 남기려 노력하는 한의사이다. 2012년부터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노인 환자를 진료한 경험과 단상을 기록하며 인간의 노후에 대해 고찰하고 고민하였다. 또한, 2019년부터 가정에서 알츠하이머병인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되어 남편과 함께 가족 간병을 담당하였다. 이 책을 통해 요양병원의 종사자이자 가정 돌봄의 경험자로, 가까이에서 노인의 생로병사를 바라보면서 깨달은 삶과 늙음, 병듦과 죽음에 관한 인생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연재 목차]
01. 치열한 노년의 삶
02.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언젠가요?
03. 생로병사를 이겨내는 작은 꽃들
04. 몇 십 년이 지나도 잉꼬부부. 남편만 바라보는 바라기 할머니
05. 보호자란 이름으로
06. 생로병사의 선생님께 배우는 삶과 죽음
07. 이제는 만날 수 없는 할매에게
08. 한의사로서의 삶, 간병인으로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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