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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

05. 보호자란 이름으로

by BOOKCAST 202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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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보호자란 사전적으로 ‘어떤 사람을 보호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출처: 네이버어학사전, “보호자”)을 뜻한다. 이런 보호자는 요양병원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 병원비를 내고, 간식과 물품을 보내고, 외진 시 동행하는 현실적 필요뿐 아니라, 치료의 영역에서도 보호자의 선택과 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보호자가 없거나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의료진 역시 난감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호자의 존재는 환자의 정서적 지지와 안정에 절대적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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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드신 부모를 자녀가 반드시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독거노인을 사회 문제로 바라보았지만, 현재에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녀는 부모의 부양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고, 신세대 부모 역시 자식과 동거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비혼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출처: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혼인 건수는 19만 3천 건으로 혼인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이며, 2012년 이후 연속 감소 추세다. 치솟는 집값, 취업난,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비혼 인구가 증가하는 사회적 흐름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혼인 건수는 더욱 줄어들었다.

어렵게 혼인하더라도 경제적 불안정, 양육 부담 등 다양한 이유로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다. 정부의 출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해마다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청년 인구의 수가 줄고, 혼인과 출산율까지 세계 최저 수준이면, 미래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보호자가 되어 줄 자녀가 없게 된다.

결혼하여 자녀를 낳는다고 해도 백세시대 평균 수명의 연장은 자녀보다 부모가 더 오래 살 수도 있다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나도 가끔 요양병원에 모자가 함께 입원하시는 것을 본다. 현재 90대 여성은 일찍 결혼하여 10대 후반~20대 초반에 출산했으므로 자녀들 역시 고령의 노인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자녀가 먼저 세상을 뜨고 그 사실을 모른 채 어머니 혼자 병원 생활을 하는 경우다. 안타깝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난 만큼 자식이 사망한 후 홀로 남겨진 백 세 부모도 늘어날 것이다.

노후 보장을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 두지 말고 국가와 사회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보호자가 없는 노인도 안심할 수 있는 성년 공공후견, 노인의 자산을 보호하는 금융 제도 등 법적 제도를 정비하고 노인 요양 정책 전반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취업, 혼인, 출산, 육아 등의 청년 문제와 간병, 부양, 빈곤 등의 노인 문제는 연결된 하나의 위기임을 인식하고 구성원 모두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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