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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떠난 뒤 맑음>

10. 레이나는 어디든 갈 거야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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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어떻게 하고 싶어?”
이츠카짱이 묻는다. 보스턴 커먼  호텔 앞에 있는 공원 이름이었다  안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은 참이다. 눈앞의 연못 물은 탁한 녹색이고 연못가에는 개구리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츠카짱은?”
벌써 10월인데 바지 자락을 걷어 올리고 그 얕은 못에 들어가 노는 아이가 있다. 그 곁에는 엄마로 보이는 여자도 있었는데 강아지 리드 줄 같은 것을 아들의 허리에 매고 그 한쪽 끝을 손으로 감아쥐고 있었다. 아이는 장난감 양동이와 물뿌리개를 들고 있다. 레이나는 남동생인 유즈루를 떠올렸다. 연못 안의 아이는 유즈루보다 어렸지만.
난 다 좋아, 뭘 하든 안 하든.”
이츠카짱이 말한다.
왜냐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하고 있는 거니까.”
그건 그렇다고 레이나도 생각한다. 그건 그렇다.
하늘, 높다.”
위를 향해 말했다. 이츠카짱이 어제 보고해 준대로 이 공원은 굉장히 넓다’. 나무들도 전부 굉장히 커서, 줄기는 만질 수 있지만 잎사귀에는 도저히 손이 닿질 않는다(그 잎사귀는 하나같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있다).
배에서 내린 후, 포장마차에서 늦은 점심으로 고기만두를 사 먹었다.


중국인이 아니라 남미인이 팔고 있었는데 이츠카짱은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배도 고프고 추웠기에 레이나 입에는 아주 맛있었다(그리고 이츠카짱도 먹어 보더니 맛있다고 인정했다). 그 고기만두 냄새가 이렇게 벤치에 앉아 있어도 아직 레이나를 싸고돈다.
이 거리에서 그 밖에 레이나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
이츠카짱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이드북을 꺼내 펼쳤다.
퀸시 마켓, 수족관, 어린이 박물관.”
일찍 일어난 탓인지, 햇살이 따뜻해서인지 레이나는 솔솔 잠이 온다. 손목시계  작년 생일에 선물 받은 것으로 시곗줄이 카무플라주 무늬인데 이츠카짱이 파란색을 좋아하듯 레이나는 카무플라주 무늬를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다  를 보니 오후 4시가 되어 가는 참이었다.
좋아.”
사촌 언니의 어깨에 기대어 레이나는 대답한다.
좋아, 레이나는 어디든 갈 거야.”
그리고 생각했다. 이토록 밝은데, 라고. 이토록 밝고 사방에 햇살이 눈부실 만큼 흩뿌려져 있는데, 이게 해 질 녘의 빛이고 한낮의 빛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시계를 보지 않고도) 어떻게 아는 걸까, 라고.
레이나, 자면 안 돼. 감기 들어.”
이츠카짱 목소리가 들린다.
레이나, 너 진짜.”
하지만 곧바로 레이나는 커다란 코트가 몸 위에 덮이는 것을 느꼈다. 오전에 선착장에서 산 롱패딩으로, 육지로 돌아와 벗은 후에는 거추장스럽다고 투덜거리면서 둘 다 팔뚝에 걸고 다녔다. 이츠카짱이 산 그 성인용 코트는 마치 이불 같아서 레이나는 그만 그대로 벤치에 드러눕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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