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어떻게 하고 싶어?”
이츠카짱이 묻는다. 보스턴 커먼 ― 호텔 앞에 있는 공원 이름이었다 ― 안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은 참이다. 눈앞의 연못 물은 탁한 녹색이고 연못가에는 개구리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츠카짱은?”
벌써 10월인데 바지 자락을 걷어 올리고 그 얕은 못에 들어가 노는 아이가 있다. 그 곁에는 엄마로 보이는 여자도 있었는데 강아지 리드 줄 같은 것을 아들의 허리에 매고 그 한쪽 끝을 손으로 감아쥐고 있었다. 아이는 장난감 양동이와 물뿌리개를 들고 있다. 레이나는 남동생인 유즈루를 떠올렸다. 연못 안의 아이는 유즈루보다 어렸지만.
“난 다 좋아, 뭘 하든 안 하든.”
이츠카짱이 말한다.
“왜냐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하고 있는 거니까.”
그건 그렇다고 레이나도 생각한다. 그건 그렇다.
“하늘, 높다.”
위를 향해 말했다. 이츠카짱이 어제 보고해 준대로 이 공원은 ‘굉장히 넓다’. 나무들도 전부 굉장히 커서, 줄기는 만질 수 있지만 잎사귀에는 도저히 손이 닿질 않는다(그 잎사귀는 하나같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있다).
배에서 내린 후, 포장마차에서 늦은 점심으로 고기만두를 사 먹었다.
중국인이 아니라 남미인이 팔고 있었는데 이츠카짱은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배도 고프고 추웠기에 레이나 입에는 아주 맛있었다(그리고 이츠카짱도 먹어 보더니 맛있다고 인정했다). 그 고기만두 냄새가 이렇게 벤치에 앉아 있어도 아직 레이나를 싸고돈다.
“이 거리에서 그 밖에 레이나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이.”
이츠카짱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이드북을 꺼내 펼쳤다.
“퀸시 마켓, 수족관, 어린이 박물관.”
일찍 일어난 탓인지, 햇살이 따뜻해서인지 레이나는 솔솔 잠이 온다. 손목시계 ― 작년 생일에 선물 받은 것으로 시곗줄이 카무플라주 무늬인데 이츠카짱이 파란색을 좋아하듯 레이나는 카무플라주 무늬를 좋아해서 마음에 들었다 ― 를 보니 오후 4시가 되어 가는 참이었다.
“좋아.”
사촌 언니의 어깨에 기대어 레이나는 대답한다.
“좋아, 레이나는 어디든 갈 거야.”
그리고 생각했다. 이토록 밝은데, 라고. 이토록 밝고 사방에 햇살이 눈부실 만큼 흩뿌려져 있는데, 이게 해 질 녘의 빛이고 한낮의 빛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시계를 보지 않고도) 어떻게 아는 걸까, 라고.
“레이나, 자면 안 돼. 감기 들어.”
이츠카짱 목소리가 들린다.
“레이나, 너 진짜.”
하지만 곧바로 레이나는 커다란 코트가 몸 위에 덮이는 것을 느꼈다. 오전에 선착장에서 산 롱패딩으로, 육지로 돌아와 벗은 후에는 ‘거추장스럽다’고 투덜거리면서 둘 다 팔뚝에 걸고 다녔다. 이츠카짱이 산 그 성인용 코트는 마치 이불 같아서 레이나는 그만 그대로 벤치에 드러눕고 싶어진다.
'소설 > <집 떠난 뒤 맑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 바다로 빨려 들어가 버릴까 무서워 (1) | 2022.01.31 |
---|---|
08. 바라는 게 없으면 실망할 일도 없을 텐데 (1) | 2022.01.30 |
07. 고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 | 2022.01.29 |
06. 고래 보러 가자 (1) | 2022.01.28 |
05. ‘본다’는 것은 유일한 ‘Yes’다. (1) | 2022.01.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