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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메타버스 골드러시>

08. 기억할 권리가 중요할까, 잊힐 권리가 중요할까?

by BOOKCAST 202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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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권과 잊힐 권리의 침해
 
인간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MBC의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세상을 떠난 가족을 가상현실로 만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고인을 가상의 인물로 만드는 데는 모션 캡처, AI 음성 인식, 딥 러닝 등의 기술이 사용되었으며, 첫 회에 방영된 9살 아이의 경우에는 체형이 비슷한 또래 아이를 모델로 한 뼈대 제작, 가족의 인터뷰와 사진, 동영상을 통한 표정과 몸짓 제작, 부족한 데이터 보충 등을 통해 총 7개월의 제작 기간이 걸렸다. 방영 후 관련 유튜브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러한 VR 콘텐츠 제작의 목적은 VR을 통해 고인을 만남으로써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받아들이는 유족의 심리적 치유를 위함이다. 애도 기간을 통해 우울증, 중독, 자살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예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MBC에서 방영된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그러나 <너를 만났다> 방영 후 폭발적인 반응에는 우려감도 함께였다. 더 큰 슬픔에 빠지거나 현실에 부적응하는 등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신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심리 치료 기법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이 더 있어야 한다. 물론, 이미 인간의 심리적 치료의 영역에서 VR과 AR 기술이 사용되고는 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앨버트 리쪼(Albert Rizzo) 박사가 개발한 ‘버추얼 이라크’는 이라크 참전 병사를 대상으로 악몽이나 불면 등을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상당 부분 호전시켰으며, 2016년 영국 UCL대학교에서 개발한 우울증 치료 VR 프로그램은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로하며 고통을 완화하게 했다.
 
고인의 초상권과 잊힐 권리 또한 짚고 넘어갈 문제다. <너를 만났다> 프로그램이 유족의 슬픔을 대중화한 점, 고인을 복원함으로써 고인의 잊힐 권리를 침해한 점은 윤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잊힐 권리’란 잊혀지고자 하는 주체가 온라인상에 자신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삭제 및 확산 방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아날로그 미디어 시대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생성된 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되어 누구나 언제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시스템적으로 고인의 잊힐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 실제로 2014년에 사망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스스로 잊힐 권리를 택하며 유서에 생전 모습을 2039년까지 어떤 영역에서도 사용할 수 없음을 남겼다.
 
 
잊힐 권리
 
잊힐 권리는 2012년 EU의 정보보호규정안에 발의되었다. 개인 정보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영상, 부호, 문자, 음성 등 특정인을 알아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정보를 말하며, 잊히고자 하는 정보 주체는 구체적으로 자신이 열람한 개인 정보에서 제3자가 게재한 글에 포함된 개인 정보까지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정보를 열람한 정보 주체가 개인 정보처리자에게 개인 정보의 정정 또는 삭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요구받은 개인 정보처리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 록’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일반에게 제공된 정보가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에 해당할 경우에는 강한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개인 정보라고 해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행사, 공공 보건 부분의 공익을 위한 경우, 학술적 연구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 합법적 목적으로 타 법률에 의해 개인 정보를 보관해야 할 경우는 예외로 둔다.
 
또한, 아바타의 위치 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의 적용 범위에 따른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도 있다. 사용자가 AI 챗봇을 통해 개인 정보를 탈취하는 일은 쉽게 일어난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콘텐츠 제작자가 이용자의 개인 정보나 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빅데이터로 구성하게 되며, 빅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처리되어 비즈니스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고객 맞춤형 광고를 하게 된다. 이용자의 경험, 시간, 교류한 상대, 대화 내용, 아바타 아이템 등 수집되는 데이터도 다양하다. 그러나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일은 인간의 기본권을 위해서도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미성년자의 개인 정보는 철저히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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