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미래의 직업이나 해야 할 일들이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을 경우 대부분 한 번씩 해 보는 고민이 있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 잘하는 일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이다. 즉 이상을 추구할 것인가, 현실을 추구할 것이냐의 문제다.
그래서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현실을 추구하되 그 안에 이상을 부품처럼 끼워 넣어라’다. 이렇게 하면 비록 작은 부품일지언정 단단한 고리가 되어 현실과 이상을 결합시키고, 그 결과 현실의 일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준다.
주변의 ‘답’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율을 나누어 목표를 추구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에게 답을 주려는 사람들’이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어른들의 잔소리와 정답의 요구는 디테일해진다. “너 취업은 언제 해?”부터 “장가(시집)를 가야지”, 더 나아가 “애는 언제 낳아?”, “최소 2명은 낳아야 할 것 아니니?”라며 심지어 자녀의 숫자까지 지정해 주려고 한다.
제대 후 캐나다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임용 시험 준비와 영어 회화 공부를 같이할 거라고 하면 친구들은 “너 왜 그러냐? 다른 애들 다 임용 공부하는데?”라고 숱하게 말하곤 했다. 모두 나에게 ‘답’을 주기 위한 것들이다. 친구가 혹은 아들이 잘되길 원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것이 답의 형태로 제시되고 내가 그 답에 압박감을 갖기 시작하면 홀가분한 전진을 이어 나갈 수가 없다.
한국에서 자신의 비율대로 목표를 향해 가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지지와 주변의 ‘답’에 흔들리지 않는 자세이다. 이러한 단단한 토대 위에서 현실과 이상의 비율을 잘 맞춰 나가게 되면 ‘핵심 부품’의 효율성과 행복함도 결코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렇게 현실과 이상을 잘 조화시키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돌릴 사이클의 정확한 목표를 설정할 때 의미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모른 채 사이클을 돌리는 것은 종착지를 결정해 놓지도 않고 무작정 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몽상가’가 될 필요가 있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몽상’이다. 흔히 몽상은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이라는 좀 더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몽상’을 쓰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내가 가진 자원으로 무엇무엇이 있으니까 이걸 크게 발전시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자’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가진 인력, 자금, 시간이라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제품을 상상한다면 상사들에게 혼나기 딱 좋을 것이다.
하지만 몽상은 현실에 기반하지 않기에 마음을 자유롭게 해 주고, 그 무엇이든 꿈꿔 볼 자유와 권리를 준다. 따라서 현실의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현실을 감안하는 ‘상상’보다는 현실과 전혀 관계없는 ‘몽상’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버킷리스트에서의 차이점
나는 사이클을 돌리기 위한 예비 과정에서 반드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몽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 혼자만의 생각이니까 뭘 생각하든 남에게 부끄러울 것도 없고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나의 미래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이미 나의 실행력에 예열을 가하는 역할을 한다. 좋은 차는 한 번 사면 수년을 사용해야 하고, 안정된 직장은 나와 맞지 않더라도 계속 다녀야 한다. 즉 안정성은 나의 발전을 가로막기도 한다.
운(運)을 만드는 전략적 노력
성공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나는 그때 참 운이 좋았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그 사람에게는 매우 다행스러워도 이제까지 운이 없어서 확실한 성장과 발전의 계기가 없었던 사람에게는 자괴감을 한층 더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 사람에게는 운이 있는데 왜 나는 없어? 이건 불공평하잖아”
운에 관한 또 하나의 논리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스스로 운을 끌어당기려는 노력을 하라’는 의미이다.
운이 작동하는 기본적 원리
어떤 이론이나 주장이 ‘법칙’의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를 만족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누구나’ 그 법칙에서 예외가 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처음 시험을 준비할 때 나의 목표는 ‘최종 합격’이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직접 쓴 책이 한 권도 없었고, 그저 커뮤니티 보드 게시판을 하나 맡아 영어 회화에 관한 글을 업로드하는 게 전부였다. 흔히 말하는 SKY도 아니었고 해외파도 아니었다. 그러니 첫 도전부터 합격을 꿈꾸는 것은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였다. 나는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방식으로 내 입장에서 소개하기보다는 심사위원들의 입장에서 ‘도대체 이 사람은 뭐지? 일단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과거 어학연수 시절 원어민과 어울렸던 세세한 상황부터 그간 내가 해 온 영어와 관련된 인생 경험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나에 관한 최대한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것, 그것만 이뤄지면 2차 면접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신의 영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합격으로 가기 위한 보다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다. 다른 지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내가 주목받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영어 랩이다. 앞선 선배 지원자들이 팝송을 부르는 걸 듣고 나는 완전히 차별화된 방법으로 면접관의 관심과 호기심을 최대한 증폭시킨 다음 비로소 정상(?)적인 강의를 풀어 가기로 했다.
시청자들이 주목할 수 있는 달란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것을 ‘영어 랩’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 줬다. 하루 종일 수업 시연을 보느라 지쳤을 방송 관계자들의 입이 벌어졌고, 나는 그것을 확인한 뒤 자신만만하게 시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나는 이 ‘운’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매시기마다 절실하고 간절하게 도달하고 싶었던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남들과 다른 점을 어필했다.
그저 평범한 자기소개서, 별다를 것 없는 강의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는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적인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나름의 전략적 노력을 끝까지 했기에 그 지점에서 비로소 ‘운’이라는 마지막 신의 영역이 끌어당겨졌다. 나의 자기력을 최대한 확장하고 운을 그 자기장의 공간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노력, 바로 이것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끌어당김의 법칙’은 완성될 수 있다.
운은 우리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럭비공이 아니다. 누구나 끌어당길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거리는 최대한 본인의 노력으로 좁혀야 한다. 운은 그제야 비로소 나의 품에 들어오는 정당한 결과물의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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