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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동경인연>

00. <동경인연> 연재 예고

by BOOKCAST 202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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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인연(東京因緣)에 대하여

 

우리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의미를 깨닫는다. 그 시절 그곳 그 인연은 그저 추억의 한 자락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완성해주는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되기도 한다.

일본문학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이은주는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와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에 이은 세 번째 에세이 『동경인연』에서 삶의 큰 강을 건널 용기를 주었던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열어 보인다. 그 속에는 문학이 있었고, 열정과 우정이 있었고, 배려와 사랑이, 사람들이 있었다.

이은주의 청춘의 키워드는 문학과 일본이었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도 주저앉지 않고 도전정신으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동경의 오치아이 4조반 다다미방을 거처로 삼고,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에서 문학가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가난한 유학생을 기다리고 있는 건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낯선 언어, 낯선 환경, 낯선 사람. 닥치는 대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가면 빈방의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이은주의 20대는 재능에 대한 회의,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닥친 경제적 곤란까지 더해져서 청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대신에 지구의 무게를 견뎌야만 했다.

이러한 청춘의 한 시절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힘을 준 구원의 손길은 문학의 힘과 인연의 위로에서 온다. 우리에게 일본인은, 마음을 열고 진심을 나누기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른 것이었고,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온기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청춘에 대한 애도일기이자 청춘송가인 『동경인연』은 막연한 편견에 가로막힌 일본인에 대한 마음을 문학의 이름으로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상황과 감정선에 대한 적확한 문장들로 별처럼 반짝이는 인연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 l 이은주

에세이스트, 일본문학번역가, 요양보호사. 번역가가 되기 위해 20대부터 꿈을 키웠으며,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를 번역하면서 꿈을 이루었고, 이후로도 문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4년 동안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번역한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 ‘열린책들’에서 나왔을 때는 일본대학 입학 때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기분이 들었다. 이후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죽을힘을 다해 투잡, 쓰리잡을 했지만, 문학에 대한 갈망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후지타니 오사무의 『배를 타라』 3권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근무 틈틈이 번역하면서 ‘꼭 등단을 하지 않아도 글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조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동안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번역가에서 에세이스트로의 변화를 꿈꾸며 세 편의 에세이를 집필했다. 요양보호사를 하면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한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헤르츠나인, 2019), 그리고 주의산만증ADHD인 조카손자 정명이와 세상의 모든 약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오래 울었으니까 힘들 거야』(헤르츠나인, 2021)에 이어 20대 유학시절에 만난 인연과 문학을 향한 분투를 담은 『동경인연』을 출간하게 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좋은책만들기),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작가정신), 『아임 소리 마마』(황금가지), 『사랑하는 다나다군』(황매), 『나는 드럭스토어에 탐닉한다』(갤리온),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열린책들), 『배를 타라』(북폴리오) 등이 있다.

 


 

[연재 목차]

01. 헌책방 시바타 아저씨
02. 오치아이의 방
03. 마지막 기억
04. 우체국의 마리 아줌마
05. 사진가의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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