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되면 인천공항은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공항은 비행기가 안전하게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자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여행의 추억을 전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또한 모든 교통관련 시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복합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공항에는 항공기 이착륙 통제, 출입국 관리, 수화물 관리, 탑승권 판매 등 다양한 기능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은 군용 비행장에서 출발했다. 사실 비행기가 뜨고 내리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과 평평한 바닥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항공 산업 초창기에는 활주로에 간단한 시설물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항공기가 점차 무거워지고 승객과 화물이 증가하면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긴 활주로와 화물 처리 시설, 탑승 공간 등을 갖추게 되었다.
초기 공항은 마치 시골의 버스터미널처럼 간단한 시설만 갖추고 있었다. 1911년에 개항한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비포장 활주로와 주차장, 목조로 된 사무실과 식당만 갖출 뿐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비행기의 등장과 함께 장거리·대량수송 체계가 확립되고 운행시간이 단축되면서 많은 이용객들이 생겨났으며, 이에 따라 공항의 시설도 차츰 현대화되기 시작했다.
상업비행의 성장과 공항시설의 확대
오늘날과 같은 대규모 공항이 생겨난 것은 상업 운송의 확대 그리고 항공기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초의 상업 비행은 1914년 미국에서 이뤄진 우편물 수송이었으며, 1918년에는 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 간에 국제우편비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925년 LA와 샌디에이고를 연결하는 여객 노선과 함께 상업 운송이 본격화되었다. 팬암항공, 에어프랑스, 유나이티드항공 등 유명 항공사들도 이 시기에 설립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항공기는 프로펠러 방식이었다. 1935년 개발된 더글라스 DC-3는 두 개의 프로펠러를 갖춘 항공기로써 ‘하늘을 나는 기차’라 불릴 만큼 많은 인원을 수송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펠러기는 제트엔진의 등장과 함께 점차 그 모습을 감췄다. 1950년대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보잉 707 이후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은 빠르게 제트항공기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제트기는 기존의 프로펠러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비행할 수 있었고, 동체를 크게 확장해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항공기의 안전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항공교통이 대륙을 잇는 주류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공항 시설도 크게 변했다. 제트항공기의 이륙을 위해서는 약 3㎞의 긴 활주로가 필요했고, 대형 항공기가 머무를 공간도 있어야 했다. 따라서 공항은 갈수록 넓어졌으며, 여행자들이 탑승 대기 시간이나 환승 시 지루하지 않도록 각종 편의 시설도 마련되기 시작했다. 한편 항공기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써 각종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치자 각국 정부에서는 항공사 확보, 공항 시설의 현대화, 공항 관리 등 항공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이처럼 공항의 발전과 함께 항공기는 빠르고 안전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항공 운송 기술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현대적 공항의 등장
항공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각 국가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타 국가의 항공운송업 진출을 강력히 규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 정책 때문에 미국에서는 5개 항공사가 독과점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미국 정부는 1978년 ‘항공사규제완화법’을 제정하였고, 법 시행 이후 수많은 신규 항공사들이 설립되면서 항공요금이 대폭 낮아졌다.
또한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제트여객기 시대에 돌입했다. 특히 보잉 747, 더글라스 DC-10, 에어버스 A300과 같은 대형 점보여객기는 많은 승객을 보다 먼 거리까지 운송할 수 있었고, 이는 항공 여행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공항 이용객의 요구는 다양해졌으며, 이는 기존 공항의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공항이 단순히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곳이 아니라 거대한 종합 서비스 센터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공항의 기능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운송 규모가 커지면서 공항 규모 또한 점차 커지고 있으며, 항공기 및 비행 시스템의 발달에 따라 첨단 장비들을 도입해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돕고 있다. 오늘날 공항 시스템에서 중요한 것은 승객들의 대기시간 단축과 빠른 이동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공항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도록 도로, 철도, 지하철 등 일반 교통과의 연결을 모색하는 한편, 입출국 시스템이나 수하물 처리 시스템을 전산화·자동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가, 식당, 호텔 등 각종 편의 시설도 경쟁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한국 공항의 역사
대한민국 공항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대구, 평양, 신의주, 울산 등지에 비행장이 건설되었으나 이는 일제의 대륙 침략을 위한 군사용 시설에 불과했다. 물론 이때 건설된 공항시설이 우리나라 공항산업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1916년 건설된 여의도 비행장은 해방 후 국제공항으로 승격되었고, 1958년 김포공항 개항 이전까지 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군용으로 전환된 여의도 비행장은 1971년 성남 비행장이 만들어지면서 여의도 광장이 되었고, 현재는 여의도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렇게 비행기가 이착륙하던 차가운 활주로는 따뜻한 도심의 산책로가 되었다.
김포공항 역시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비행훈련장으로 문을 열었다. 해방 후에는 미군 비행장으로 사용되다가 1958년 국제공항으로 바뀌면서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관문이 되었다. 하지만 해외여행 자유화로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김포공항의 시설은 금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01년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인천공항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과 편의시설을 갖춘 공항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동북아시아 항공교통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공항, 그 가능성의 공간
가끔 인천공항에 가서 커피만 마시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바빠서 떠날 수는 없지만 공항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단지 허세나 허영으로 치부할 것은 아니다. 여행의 절반은 기분이고, 공항은 그 기분이 가장 극대화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인종들, 형형색색의 여행가방, 굉음을 울리며 날아오르는 비행기까지.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 어디론가 떠나라고 소리친다. 중세 유럽의 속담에 빗대어 말하면, “공항의 공기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공항은 인공적으로 만든 거대한 경계다. 이곳은 한 국가의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바깥에 존재한다. 공항의 출국심사대를 떠나는 것은 곧 국경을 넘는 것이다. 출국 라운지에 면세점이 있는 것도 그곳이 세금을 거둘 수 없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국경은 넘었지만 아직 비행기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공간적으로는 국경 안에 있다. 이런 모순적인 특성이 공항을 마치 낯선 나라에 온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영화 <터미널>은 이런 공항공간을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했다. 주인공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무국적자가 되어버린다.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고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공항의 노숙자가 된다. 삶 전체가 경계에 갇혀버린 셈이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에서 행선지를 안내하는 비행일정 스크린만큼 공항의 매력이 집중된 곳은 없다고 말한다. 스크린에는 낯선 나라와 도시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우리는 창구에서 티켓만 구매하면 그중 어디든 곧바로 떠날 수 있다. “이 스크린은 무한하고 직접적인 가능성의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나라로 떠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공항은 단순히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곳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그래서 언제나 들뜨고 흥분된다.
공항의 발전과 함께 항공기는 빠르고 안전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이는 항공 운송 기술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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