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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NFT 현명한 투자자>

07. 바나나 작품에서 바나나를 떼서 먹어버리면 그 가치는?

by BOOKCAST 202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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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 2019
 

#1. 2019년 12월 마이애미 아트 바젤 쇼에서 이탈리아의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출품작이 12만 달러에 거래됐다. 바나나를 포장용 회색 박스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았을 뿐이다. 관람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와 촬영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런데 행위 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배가 고프다면서 벽에 붙은 바나나를 떼어 내서 먹어 버렸다. 이 갤러리는 바나나는 작품의 모티브이기 때문에 작품이 파괴된 것이 아니라며 새 바나나를 붙여 전시했다. 이 작품을 산 소유자 역시 바나나를 산 것이 아니라 그 작가의 작품 세계와 진품 인증서를 산 것이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소유자는 3일마다 바나나를 갈아주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회자가 되면서 많은 레스토랑이 바나나를 벽에 붙이며 패러디를 했다. 이렇게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작품의 가치는 더 올라가고 있다.

바나나를 떼어 내 먹어 버린 사건 자체가 이 작품의 가치를 끌어올려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2. 지난 3월 블록체인 회사 인젝티브프로토콜은 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그림 ‘멍청이(Morons)’를 NFT로 발행해 경매에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 회사는 진짜 그림은 불태워 버렸다. 원본을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멍청이’의 NFT 그림은 228.69이더(ETH)에 팔렸다. 당시 원화로 약 4억 3,000만 원이었다.

원작을 불태워 없애 버린 사건 자체가 이 작품의 가치를 끌어올려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의 본질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정말 죽은 사람을 위해 지전을 태우듯 작품을 태웠기 때문에 NFT가 그제서야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일까? 아니면 작품을 태웠다는 이슈가 복제 전파되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 것일까?

#3.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보자. 이미 브라운관의 수명은 다 됐다. 브라운관은 이제 생산도 되지 않는다. 영상물이 나오지 않는 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비디오가 안 나오면 백남준의 작품은 존재하는 것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브라운관을 어디서 구해서 교체를 해 주어야 하나? 아니면 브라운관 대신 LCD 모니터로 바꿔 줘야 하나? 비디오 영상물이 브라운관을 통해서 나오는 것과 LCD 모니터를 통해서 나오는 것은 작품성이 바뀐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뱅크시나 카텔란, 그리고 백남준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벽에다 박스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 둔 것이 무슨 예술이냐?’라며 그런 작품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작품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작품이 그들에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세잔의 작품에 수십, 수백억 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작품의 가치는 그 작품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얼마의 가치를 부여하느냐의 문제이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다. 동의하는 사람들의 가치 평가만 있으면 된다. 그것이 높다면 작품의 가치는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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