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서야 할 때가 언제인지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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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시작할 때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가르침이나 조언은 없을까요? 하지만 제아무리 숭고하고, 장엄하며, 공명정대한 가르침이라도 깨달음을 얻으려는 사람이 당장 직면한 곤경에서 벗어나게 하지는 못합니다.

가르치는 내용이 원대하더라도 듣는 사람은 자신의 막막한 현실 때문에 언제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가르침 자체가 막연해서 시작할 때를 알 수 없었던 것이 아니지요. 그 당시 그것을 이해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없었고, 시작할 마음가짐을 가지지 못한 채 배우려 했을 뿐입니다.

진심으로 배우려는 사람에게 시작할 때를 짐작할 수 없는 가르침을 주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을 난처하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듣는 사람은 한 귀로 흘려듣게 마련이고, 조언을 들은 것은 틀림없지만 별 소득 없이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것은 듣는 사람은 물론 가르치거나 조언을 하는 사람 역시 자신이 바라던 바는 아니겠지요. 좋은 가르침과 조언이라도 자칫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듣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아직 시작할 때가 아니라는 신호일 뿐 가르침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닙니다. 거창한 가르침이나 현실적인 조언이라도 시작할 때는 자신이 스스로 찾아야 하며, 지금이 그때인지 스스로 묻고 살펴야 합니다. 밭을 갈고 파종하고 김을 메우는 것도, 경영과 건축 기술을 배우는 것도,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익히는 것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이 모두 시작할 때를 알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한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을 넘어도 절대로 배우고 익히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그 분야에 발을 디디고 능숙하기를 바랄까요. 어떤 일이라도 시작할 때를 알고, 그때 비로소 그 일에 매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시작할 때는 언제일까요? 배우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므로 어느 날이 그때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진정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해야 하고, 그것을 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확실한 때는 없음을. 남에게 떠밀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순간만큼 가장 즐겁고 행복한 때는 없다는 것을. 그 일을 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면 그것이 시작하기에 가장 좋을 때입니다. 그때 비로소 가르침과 조언도 제몫을 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결코 남이 아닌 여러분 자신의 선택이자 여러분이 시작하는 길입니다. 삶의 격차는 남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