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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01. 우리는 지방을 너무 모른다.

by BOOKCAST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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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방을 너무 모른다

우리의 상상 속에서 지방은 신기한 메커니즘을 통해 흰가루병 곰팡이처럼 구체화되고, 바퀴벌레처럼 지독히 퇴치되지 않는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미국 영화 제작자이자 기업가. 〈스타워즈〉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로 유명하다)는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Star Wars: Return of the Jedi)〉에서 영웅들을 위협하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은하계의 갱스터가 필요했을 때, 민달팽이처럼 생긴 데다 인간의 젖가슴과 뚱뚱한 배를 가진 엄청나게 살찐 악당 자바 더 헛(jabbathe Hutt)을 창조했다.

하지만 지방이 없었다면 〈스타워즈〉도, 무엇보다 조지 루카스도 없었을 것이다. 지방은 말 그대로 우리를 존재하게 한다. 지방은 우리 세포에 막을 형성하고 체온 조절을 도와주며 재생을 가능케 한다. 인간의 뇌는 약 60퍼센트가 지방 성분이다. 우리의 신경과 축삭돌기를 싸서 보호해주는 수초(myelin sheaths, 신경섬유 주변을 초상으로 둘러싼 피막) 또한 같은 성분이다. 지방 성분인 수초가 없으면 중추신경계의 탈수초 질병(demyelination disorders) 중 가장 흔한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에 걸린 사람들이 겪는 것과 비슷한 증상을 경험한다. 시력상실, 무력증, 마비, 신경 통증, 뇌 손상, 떨림, 인지능력과 기억력 손상….

또한 지방질의 뇌가 없으면 우리는 그야말로 지방에 대해 사고할 수도 없다. 심지어 지방질의 뇌가 있어도 우리는 지방에 대해 정확히 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지방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너무 많은 정체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는 지방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고 지나치게 혼란스러워하며 솔직히 너무 무지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지방(fat)을 사물로 인식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서 지방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 단어에 너무도 많은 군더더기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가령 실온에서 고체 상태인 지질(lipid)의 한 종류를 지질 자체가 생물학적 분자 결합을 통해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을 기억하려면 두뇌 회로를 한참 돌려야 할지 모른다. 그 생물학적 분자들의 가장 널리 알려진 공통된 특성은 물이나 다른 극성 용매에 용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네그레트 소스를 샐러드에 뿌리기 전에 병을 흔들어서 식초 속 지질에 일시적 현탁이 생기게 만드는 건 지방의 이런 성질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지방을 이 행성에 처음 생겨난 생명으로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초의 세포는 지질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새장 같은 마이셀(micelles)이 제공하는 보호막 안에서 저절로 만들어졌다. 지방은 매우 유용하고 대단히 변화무쌍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리놀륨, 양초, 비누, 립스틱, 서핑보드 왁스 같은 물건들이 지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성분들이 섞인 이들 제품에는 빠짐없이 지방이 들어있다. 지방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렇듯 지방은 어디에나 있는데도 우리는 잘 보지 못한다.
얼핏 틀린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이다. 우리는 지방 자체를 잘 보지 못한다. 버터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치킨을 굽고 난 후 팬에 남겨진 기름때에서나 지방을 볼 수 있다. 스킨로션이나 립밤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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