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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02. ‘비만 낙인’ 살찐 사람들은 병원 치료에서도 차별당한다.

by BOOKCAST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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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인이 겪는 건강상 문제의 원인을 오직 비만 탓으로만 돌린 결과 발생한 의료진의 오진에 관한 일화는 무수하다. 2018년 캐나다 출신의 뚱뚱한 의상디자이너 앨런 모드 베닛은 암 진단을 너무 늦게 받는 바람에 수술 한 번 못한 채 사망했다. 그녀는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살 빼라는 의사의 잔소리만 들으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매우 슬펐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나 역시 20대 후반에 음식을 먹을 때마다 상복부 통증으로 8개월이나 고통을 겪었다. 통증 때문에 음식을 적게 먹었고 갑자기 체중이 줄었다. 그러자 어지럼증과 구토가 자주 찾아왔다. 당시 나의 주치의는 복통이 아마도 젖당 불내성 때문인 듯하다고 간단히 치부했다. 덧붙여 체중이 줄었다며 나를 칭찬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내가 총담관에서 콩만한 담석을 제거하고 사악한 쓸개를 떼어내기 위해 응급 수술대에 올랐을 때 의사는 놀라는 척했다.

이런 이야기는 슬프게도 드물지 않다. 우리처럼 뚱뚱한 사람들은 뚱뚱해서 아픈 거라는 의사의 주장에 따라 체중을 줄여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체중을 줄이는 것은 병의 근원적인 치료법이 아니다. 속속 드러나는 이론들이 말해주듯 뚱뚱한 것과 병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특히 지방부종과 더컴 병을 앓는 사람들의 경우, 비만과 병이 눈곱만치의 관계도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환자들이 살을 빼면 얼굴은 수척해지고 쇄골은 튀어나온다. 하지만 하체는 그대로 뚱뚱하고 통증도 잡히지 않는다. 의사는 그제야 뭔가 이상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무엇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지방이영양증, 지방부종, 더컴 병을 앓는 사람들은 병증 자체로 증명하는 셈이다. 비만은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탐욕스럽게 먹은 결과가 아니라고, 그런 단순화야말로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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