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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04. 과학에 대한 맹신이 불러온, 어이없는 참극

by BOOKCAST 202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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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과학은 인간의 삶을 망치기도 했다. 일례로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의 일화는, (만약 언어 유희가허용된다면) 한 박자도 틀리지 않은 경고성 레퀴엠이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였던 슈만은 피아노를 더 잘 칠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바꾸려던 욕망에 희생되고 말았다. 불과 20대의 나이에 말이다. 그에게 피아노라는 기계를 연주하는 것은 필생의 과업이었다. 피아노 교사이자 멘토였던 요제프 비에크(Josef Wieck, 훗날 슈만의 아내가 된 유명한 콘서트 피아니스트클라라 비에크의 아버지기도 하다)의 증언에 따르면 젊은 슈만은 손가락 힘을 기르는 기계(홈메이드일 가능성이 있다)를 사용하다 오른손에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 상업적으로 제작되어 ‘댁타일리온(Dactylio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기계는 손목에 찬 장치에서 나와 구부러지는 금속 브래킷으로 연결된 링에 각각의 손가락을 걸게 만들어졌다. 그 장치를 장착한 사람이 손가락에 잔뜩 힘을 주어 금속 브래킷이 구부러지도록 억지로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것이다.

 

손가락 강화기구로 개발되었던 댁타일리온 피아니스트 로베르트 슈만은 아마도 이 그림과 같은 손가락 강화기를 장착한 채 연습을 강행하다가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을 것이다.
 

 

이론상으로 이렇게 하면 손가락 근육이 단단해져 악기가 낼 수 있는 동적 범위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악기의 음량은 건반을 얼마나 세게 치느냐에 달려있으니까. 하지만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 슈만의 경력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났다. 그의 손가락은 댁타일리온이라는 기계 때문에 영원히 경련을 일으켰다.

완벽한 몸을 만들거나 머릿속 이상화된 몸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다가 불구가 된 사례는 아마 슈만이 최초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게 마지막도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그는 누군가의 강요에 따라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손가락 강화기를 낀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의 야망과 욕망, 한낱 훌륭한 피아니스트 중 하나가 아니라 콘서트 피아니스트인 연인 클라라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에게 찬사와 숭배를 받는 최고가 되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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