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시민의 몸’에 대한 지적인 유혹은 아돌프 케틀레(Adolphe Quetelet, 1796~1874. 벨기에의 과학자. 천문학, 수학, 통계학, 사회학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라는 통계학자의 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건강하고, 특별히 생산적인 시민에 어울리게 만들어진 몸에 대한 신체적인 매개변수, 공통분모로서 ‘평균적인 인간’에 대한 개념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1845년에 출간된 그의 논문 〈인간과 인간의 능력 개발에 관한 논의, 사회물리학 시론(Sur l’omme et le développement de ses facultés, essai d’une physique sociale)〉은 마침 도처에 생겨난 사업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물건의 치수가 규격화된다면 어떨까? 특정 소비자의 신체적 특징과 형체에 맞춰 셔츠 칼라와 신발을 만드는 대신 평균적인 인간들을 위해, 평균적인 규격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천을 직조하고 실을 잣는 직기와 엔진을 평균적인 규격으로 만들어, 그 기계를 작동시키는 인간 육체가 긴 하루 내내 기계에 적응하도록 하면 어떨까?
노동자 개개인에게 맞추어 기계를 제작하거나 수정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상상해보라! 판매할 상품을 개별 제작하거나 소량주문 제작하는 대신 비인간적이고 평균적인 형태로 한 번에 수천 개씩 대량 생산할 때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상상해보라!
그러자면 당연히 평균에서 벗어난 것이 생긴다. 통계에서 말하는 평균과 ‘편차(deviation: 떨어짐의 차이를 말한다. 즉, 평균에서 관측치가 얼마나 떨어져 있나를 표시한다)’ 개념이 인간에게도 적용된 것이다.
문화적으로 정상적인 시민은 적절한 크기와 모양과 비율을 가진다고 간주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신체와 자아에 대해 또 다른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되었다. 불구이거나 선천적으로 특이한 신체를 정상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은 물론 새로운 현상이 아니었다. 14세기 의사 앙브루아즈 파레(Ambroise Paré, 1510~1590, 프랑스의 외과 의사)가 자신의 카탈로그에서 선천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을 인간 ‘괴물과 신동’으로 명명했듯,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종종 겁먹게 하던 이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정상에서 벗어난’ 신체를 규정하는 범주가 바뀌었다. ‘정상’의 범주가 통계적인 평균치로 좁혀지면서 ‘평균치’의 틀에 넣을 수 없는 사람들까지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다.
19세기는 특별히 과학과 의학이 진보를 이룬 시기였다. 전보와 타자기와 기관총이 발명되고, 외과적 마취법과 항생제가 개발되고, 최초의 바이러스 분리가 이루어진 시대였다. 물리적인 세상이 만개하면서 사람들은 욕망을 조작 당하는 것을 더욱 순종적으로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여기에는 우리 자신의 몸까지 포함되었다. 인체의 신비로운 작동은 하나하나 과학의 압도적인 권위에 굴복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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