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알아보기
첫 방문
매장을 처음 찾은 고객이거나, 혹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고객이라면 매우 신중하게 ‘관찰’해야 한다. 첫째, 여성의 경우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옷, 주얼리, 시계, 가방 등을 관찰하면 나이와 생활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자칫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미국의 유명 언론인이자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경험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어느 토요일 밤, 폐점 시간이 임박하여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려다가 저지당했다고 한다. 보안 요원들은 찢어진 청바지와 그런지(grungy) 룩 차림으로만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장신구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아주 오래된 비싼 시계는 롤렉스나 스와치(Swatch)의 최신 모델과는 여러모로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있는 여성은 롱샴(Longchamp)이나 다른 브랜드의 가방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녀는 이런 경우에는 이 제품을, 저런 경우에는 저 제품을 들고 다닐 것이 분명하다.
남성의 경우는 넥타이의 유무에 따라 어느 정도 눈치 챌 수 있지만 선호하는 넥타이 색은 국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북아메리카 사람들은 밝은 색을 선호하지만 유럽 사람들의 취향은 튀지 않는 색을 선호한다.
물론 어떤 판단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판매 직원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고, 교육을 통해 고객 관찰하는 법과 세밀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오늘날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고객 관찰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함께 매장에 들어오면 앱은 이들이 서로 말하는 언어를 듣고 지난 주에 왔던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고객들과 비교하여 이들의 국적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인이나 우크라이나인 고객이 많다면, 이들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판매 직원을 배치한다면 좋을 것이다. 같은 논리로, 파리나 홍콩에 여러 매장을 둔 브랜드라면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판매 직원이 가장 필요한 매장에 배치되어야 한다.
이렇게 고객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제품에 대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피드백, 선호하는 색상과 실제 구매한 색상, 가격에 대한 의견 등을 익명으로 기록하고 종합해서 전년도와 비교해 볼 수 있다.
구매 결정을 한 고객은 계산대로 간다. 만약 고객이 현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수표나 신용카드로 지불한다면, 고객의 이름 등 기본적인 신상정보는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정중한 질문을 통해 몇 가지 자세한 정보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데, 대개 고객들은 이러한 질문에 기꺼이 답변해 준다.
몇몇 매장은 매력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회원 카드를 발급해 주는 대신 고객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설문지를 작성할 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직원은 고객에게 세부사항을 직접 기입하게 하거나 대신 작성해 준다. 계산원이 컴퓨터에 직접 입력하는 것을 선호하는 매장도 있는데,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기에 딱 좋은 순간이기도 하다.
직원 평가 기준으로 일부 브랜드는 유치 비율(capture rate) 또는 디지털 정확도(digital accuracy)를 사용한다. 후자는 매장에서 모든 정보를 얻은 고객의 비율을 말한다. 이러한 업무는 점점 더 공식화되고 있다.
고객이 매장을 다시 찾았을 때
고객이 매장을 다시 찾았을 때 매장에서 그를 알아봐 주고, 가능하면 이름을 불러준다면 브랜드와 고객과의 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뀐다.
그래서 판매 직원들은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들은 작은 수첩에 고객의 특징을 메모하고, 심지어 (긍정적인) 신체 특징을 적어 실전용 큐 카드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에피소드도 적는데, 이는 다음에 고객과 대화를 시작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고객에게 늘 감사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제도적으로 허용된 국가에서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도 사용할 수 있다. 이로써 고객은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환대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 시스템을 신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고객에 대한 매장 서비스의 질이 크게 향상 된다.
실제로 휴대전화 인식 서비스를 이용하여,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고객의 신상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면 서비스의 질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들의 연락처와 과거의 구매 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가 있는데 ‘구글 안경’이 있었다면, 판매직원이 착용한 안경의 작은 스크린에 해당 정보가 표시될 것이다. 고객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이것이 개인정보보호 규정과 충돌하는지 여부는 각 나라의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매장에 들어선 고객을 알아보는 것이 유리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판매직원은 고객의 이전 구매내역으로 알 수 있는 고객의 취향을 염두에 두고 고객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
이런 정보는 즉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수표나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만 접근할 수 있다면, 그리 유용하지 않다.
분명히 앞으로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든, 휴대전화 인식 서비스를 사용하든, 또는 계산과 결재 시스템을 활용하든, 단골에 대한 온전한 정보를 얻기는 더욱더 쉬워질 것이다.
또한 고객이 매장이나 레스토랑에 들어설 때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면, 고객에겐 정말 흐뭇한 경험이 될 것이다. “안녕하세요, ○○씨!”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테이블을 예약할 때 이름을 알려주니 이 정도 서비스는 누구나 쉽게할 수 있다. 예약 시간이 되기 전, 플로어 매니저는 예약한 손님들의 이름을 살펴보고 이들의 선호사항과 특별 요구 사항을 재확인하며, 더욱 친근하고 개별적인 고객 응대를 수 있다. 그러나 패션 매장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훨씬 어렵다. 훌륭한 직원이라면 백 명 혹은 이백 명 정도의 베스트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산대에서만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직원들은 계산이 끝난 고객을 문 앞까지 배웅하는 동안 언급할 수 있는 세부사항들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고객과의 작별 인사는 매번 같아서는 안 되며, 이는 고객이 항상 환영받고, 감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고객 데이터베이스 사용
고객을 식별하는 방법은 매장마다 다르다. 온라인 e-커머스 사이트는 주소와 이메일 등을 이용해 고객을 식별 하는데, 특정 외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고객 데이터베이스 질을 높일 수 있다.
일단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고 나면(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됨) 회사의 모든 직원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해당 업무 담당자들은 흥미를 잃고 이를 업데이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가 일상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현장 매니저들과 스태프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마무리 및 검증
데이터베이스는 정확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될 때에만 쓸모가 있다. 판매직원은 정확하고 온전한 고객 정보를 얻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실, 판매 직원은 위에서 언급한 ‘고객유치비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매장의 다른 직원이나 다른 매장의 직원이 베스트 고객을 빼앗아 그들이나 다른 매장으로 오도록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틀린 전화번호를 입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확보한 데이터를 무작위로 선정해 각 매장에서 얻은 데이터의 정확도를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정기적인 데이터 업데이트는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판매 직원들이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에 자발적으로 노력하게 하려면, 데이터베이스가 판매 업무에 얼마나 유용한지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데이터베이스 설정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간단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부서는 마케팅팀이다. 마케팅팀은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의 구매를 분석하고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다.
• 주요 고객들이 전통적인 제품과 트렌디한 제품 가운데 어느 쪽을 선호하는가?
• 몇몇 고객은 액세서리 대신 패션 제품을 구입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이며 어느 나라 출신인가? 같은 질문을 주로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고객에 대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카탈로그 특별호를 보낼 고객 프로필 10가지를 어떻게 정할까?
• 이런저런 구매 행동을 보이는 고객에게 어떻게 접근할까?
•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어떻게 접근할까?
매장의 판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이들도 모든 사용 가능한 데이터, 예를 들어 매장 근처에 사는 구매자(또는 매출) 비율, 다른 도시에서 온 구매자 비율, 외국인 비율, 그 달에 예상되는 고객 리스트와 이들의 방문 빈도 및 마지막 방문 날짜, 매장별/직원별 평균 판매금액, 고객 당 구매 품목 수 등등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잠재력에 따라 고객 경험 늘리기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 그룹별 구매 습관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매출이 7억 유로이고 120만 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한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표 6.2(저자가 수집한 비공식 자료를 이용)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5,000명의 고객이 매출의 10%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특별히 관심을 쏟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고객그룹별로 나눴을 때는 명확한 정보도 하나의 매장에 적용하려면 복잡해진다. 전 세계에 250개의 매장을 둔 브랜드가 있다고 해보자. 일부 매장에는 이 상위 카테고리의 고객이 약 20명쯤 있을 것이다. 다른 매장에는 이런 고객이 3~4명뿐일 수도 있어 이들을 위한 홍보 캠페인을 기획하기 힘들 것이다. 각 매장 매니저들은 고객의 생일에 직접 쓴 카드와 함께 꽃을 보낼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감사를 전할 수도 있다.
표 6.2 연 7억 유로 매출을 기록하는 브랜드의 고객 구성 예시
몇몇 럭셔리 브랜드들은 베스트 고객을 브랜드 패션쇼에 초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프로그램을 잘 짜고 원칙을 잘 세워야 한다. 한 번 초대받으면, 그 후에도 매 시즌 초대받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 6.3에 나타나듯, 상위 10만 명의 고객들에게는 가까운 매장으로 초대해 칵테일을 제공하며 뉴 컬렉션 프리뷰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 이들 가운데 ‘세일 행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류된 고객들이 있다면, 세일 기간에 앞서 특별 할인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요 고객을 위한 포괄적인 후속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필수인데 우선은 브랜드 전체 차원에서, 그 후에는 나라별로 기획할 수 있다. 각 매장은 고객과 돈독한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되는 이벤트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행사를 적절하게 기획하는 매니저들은 주요 고객들과 인간적 유대를 맺게 되기 때문에, 매장 입구의 얼굴 인식 장치에 덜 의존하게 될 것이고, 얼굴 인식은 그저 ‘따라잡기’ 용으로 이용될 것이다.
표 6.3 주요 고객에 집중된 매출
결론으로, 소위 ‘효율성의 역설’이라 부르는 것에 관해 설명하려 한다. 비고객이 매출 증가를 위한 중요한 공략대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 중 절반을 1년에 한 번 구매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이 생각은 옳다. 매출은 두세 배 증가할 것이다. 또 가끔 오는 고객들도 좀 더 자주 와서 구매하도록 설득할 수 있으나, 단기간에 정말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단골들을 다음 해에 다시 오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 소비자의 행동은 변화하고 있으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는 고객정보를 갱신해야 하고, ‘매장으로 향하기’를 유도할 수 있는 홍보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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