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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럭셔리 리테일 매니지먼트>

02. 럭셔리의 정의

by BOOKCAST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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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개념부터 정의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럭셔리란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선은 럭셔리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를 구분해야 한다. 패션이나 액세서리 분야에서 ‘패션’ 브랜드가 일정 시간 동안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제품 퀄리티를 유지할 때 비로소 ‘럭셔리’ 브랜드가 된다. 패션 브랜드가 럭셔리 브랜드가 되려면 창의적이어야 하고 시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담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고객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지속해서 판매되는 타임리스 클래식 모델을 만들어 내고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면 ‘패션’ 브랜드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지위가 바뀌는 것이다. 물론 패션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를 구분하기 위해 이러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샤넬이나 디올처럼 럭셔리 지위를 얻은 패션 브랜드마저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며 고객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니, 이러한 기준만으로 패션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를 구분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럭셔리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럭셔리의 개념은 세월이 흐르면서 바뀌었다. 중세 시대 사람들은 이를 불필요한 것으로 여겼다. 럭셔리 제품은 기능이 같다고 해도 일반 상품보다 복잡했다. 이중 역사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실제 사례가 크리스토플(Christofle)이다. 크리스토플은 19세기 초 귀족들이 사용하던 순은 제품을 은도금 제품들로 대체하면서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중간층인 쁘띠 브루주아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19세기까지 럭셔리 제품은 상류층만이 사용했고, 상류층과 대중을 구분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꽤 파격적인 변화인 셈이다.

오늘날 ‘럭셔리’라는 단어는 상대적으로 덜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다. 더 이상 불필요한 것도 아니고 소수의 상류층만이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콘셉트라는 개념이 등장해 이제 럭셔리 아이템이라는 말은 신뢰할 만하며, 높이 평가되는 브랜드 제품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특히 브랜드의 시그니처라는 단어가 도입되면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특별한 소수만을 위한 것’이라는 콘셉트는 뒤로 밀리고 제품의 품질로 초점이 옮겨갔다.

럭셔리 개념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데에는 또 다른 요소가 기여했을 수도 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럭셔리를 의미하는 ‘접근 가능한 럭셔리(accessible luxury)’의 등장이다. 이에 소비자는 럭셔리 제품 하면 강력한 매력을 지닌 브랜드가 내놓은 섬세하고 품질이 뛰어난 고가의 제품을 떠올리게 되었다.


럭셔리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

럭셔리의 정의를 내리는 또 다른 관점은 다양한 사람들이 제품들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기준을 살펴보는 것이다.

• 인식의 관점
: 소비자들이 어떤 것이 럭셔리 제품이고 어떤 것이 럭셔리 제품이 아닌지 결정한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럭셔리’라고 하면,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사용했던 표현인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고 말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제공되는 품격 높은 서비스라고 말할 것이다.

 


• 제조의 관점
: 제조사가 자사의 제품을 럭셔리 제품군에 포함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제조사는 럭셔리 아이템이 세심한 장인의 기술로 탄생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판매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홍보되며, 브랜드와 브랜드의 가치에 중점을 두도록 한다. 하지만 제조자와 소비자들이 반드시 서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휴고 보스(Hugo Boss)의 경영진은 자사의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판매되는 고품격의 제품과 연결 짓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다. 도시마다 가장 좋은 위치에 익스클루시브 스토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매장마다 새로운 모델을 끊임없이 내놓는데, 이는 자라(Zara)와는 다른 방식이다. 휴고 보스의 운영방식은 럭셔리 산업의 방식과 유사하다.

• 사회적 행동과 개인적 행동의 관점
: 사회학자들은 럭셔리 제품을 사용자들이 대중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는 쾌락주의자들의 표현을 빌어 이미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구입할 예정인 럭셔리 제품의 정교함을 생각하며, 어느 특정 아이템을 소유한다는 것이 어떻게 개인적인 만족과 진정한 기쁨을 주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이처럼 럭셔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 그 자체와 브랜드의 가치다. 제품마다 고유의 기술적, 미적 특성이 있지만, 브랜드 이름도 붙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성이 하모니를 이룬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유지 되어야 한다.


럭셔리를 정의하는 가치 체계

럭셔리를 정의하기 위한 또 다른 접근법은 럭셔리 아이템이 지녀야 하는 다양한 특징을 확인하는 것이다.

• 배타성은 럭셔리 콘셉트의 기본이 된다. 희소성이 있고 쉽게 얻을 수 없어야 한다. 물론 럭셔리 제품도 접근 가능해야 하지만,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특별하다고 느끼고, 다른 제품이나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지 구별할 수 있는, 뚜렷하게 차별되는 정교함과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 품질은 럭셔리 브랜드의 명확한 특징이다. 일반 상품보다 훨씬 아름다워야 한다. 품질 보증은 보다 더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보증의 범위가 넓어야 한다. 포장은 우아하고 가격은 비슷한 품질의 대량 생산 제품보다 어떤 경우라도 더 비싸야 한다.

• 일종의 쾌락주의적인 속성도 있다. 럭셔리 제품은 소유하는 기쁨이자 사용하는 기쁨 그 자체이며, 제품을 가진 사람이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 브랜드 이미지는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이고, 화룡정점이다. 유명하되 독특하고 차별성이 있어야 하며,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특색을 띠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럭셔리는 지위의 문제로 귀결된다. 럭셔리 업계 종사자들은 그들의 진정한 업무가 고객에게 그들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점을 느끼게 해주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약하자면, 럭셔리 제품은 위의 모든 특징을 통해 감성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고객의 욕망을 채워주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은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럭셔리의 다양한 유형

럭셔리의 공통적인 개념이 무엇인지 기나긴 토론을 하는 대신, 럭셔리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자.

• 어센틱 럭셔리(authentic luxury)
: 숙련된 장인이 손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점이 대량 생산된 제품과 확실히 구분된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사용하기 쉽고 브랜드 정체성은 고객에게 만족감을 준다. 세월이 지나도 가치가 쉽게 변하지 않고, 장인들의 세심한 손길로 수없이 정교하게 가다듬어진 디테일은 제품 사용자에게 기쁨을 준다. 가격은 당연히 고가지만, 제품의 금액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나타낸다.

• 인터미디에이트 럭셔리(intermediate luxury)
: 브랜드 정체성과 관련해 창의성, 메시지, 일관성 측면에서 럭셔리의 속성을 지니지만 전통적인 소비 제품을 살짝 업그레이드한 버전에 가깝다. 장인이 하나하나 만들어 낸 제품은 아니다. 가격은 중상위권이고 자동화된 공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수량을 생산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는 정성스럽게 다듬어지고 관리된다.

• 오프비트 럭셔리(offbeat luxury)
: 평범한 제품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특별한 제품이다. 페라리가 좋은 예인데, 포르쉐가 어센틱 럭셔리(authentic luxury)라면 페라리는 좀 더 특별한 다른 차원의 자동차이다. 페라리는 생산이 매우 한정되어 있고(수년 동안 연간 생산량을 7,000대로 한정했다), 마치 자유에 대한 권리와 페라리 특유의 창의성을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페라리가 만드는 것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수집가들을 위한 특별 아이템이며, 여느 시골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제품이다. 에르메스의 회장을 역임한 장 루이 뒤마(Jean-Louis Dumas)는 이런 말을 했다.
“럭셔리 브랜드는 세 가지 조건을 지켜야 한다.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것, 개인 홍보대사가 될 고객들을 선별할 것,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 등이 그 조건이다.”


이보다 럭셔리를 잘 정의하는 특징은 없을 것이다.

•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
: 전혀 럭셔리가 아니거나, 단지 인터미디에이트 럭셔리의 한 부류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라가 하나의 사례로, 상품회전율이 높은 창의적인 제품을 의미한다. 고객은 이런 패스트 패션 제품들을 구입하고 사용하면서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낀다. 가격은 매우 합리적이고 브랜드 이미지도 장기적으로 잘 정립되어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홍보된다. 자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효과적이다. 제조사의 관점에서 보면 어포더블 럭셔리는 럭셔리 분야에서 나온 여러 수단을 활용하지만, 그저 인터미디에이트 럭셔리의 한 형태이거나, 정교하고 솜씨 있게 대량생산하는 브랜드다. 대부분의 독자는 자라가 럭셔리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라는 어포더블 럭셔리의 좋은 사례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럭셔리 브랜드가 활용하는 많은 전략이 대량 생산하는 브랜드에도 적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한쪽 끝에는 자라, 다른 한쪽 끝에는 구찌, 샤넬이 있는 연속선을 보는 넓은 관점에서 산업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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