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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바다 인문학>

00. <바다 인문학> 연재 예고

by BOOKCAST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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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서해 남해 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바다 인문학을 위해

바다는 해양생물이 생활하는 삶터로 조석, 조류, 파랑, 해류, 수온 등의 영향을 받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해·서해· 남해는 방향에 따른 바다 이름이지만, 특성을 보면 뚜렷한 차이가 있다. 동해는 수심이 깊고
대륙붕이 발달하지 않아 조석보다 해류 영향이 크다. 서해는 수심이 얕고 대륙붕이 발달해 해류보다 조석과 조류 영향이 크다. 여기에 임진강·한강·금강· 영산강 등 서해로 흐르는 큰 강이 많고, 섬이 모여 있어 주변에 갯벌이 발달했다. 남해는 내만이 발달하고 섬이 많으며, 역시 조석과 조류 영향을 받는다.

또 조류를 보면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며, 남해와 제주도는 태평양과 동중국해를 통해 올라온 높은 온도와 염도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해양 지질로 보면, 동해는 모래 해안과 암석 해안이 발달했고, 서해와 남해는 섬과 갯벌이 많다. 특히 남해는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 백악기 지층이 해안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는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해안에 해식애(海蝕崖)가 발달했다.

해안선을 보면, 동해안은 굴곡 없이 단조롭고 석호(潟湖)가 있으며, 서해안과 남해안은 굴곡이 아주 큰 리아스식 해안(rias coast)이다. 제주도는 용암이 조류와 해류, 파도와 파랑에 깎이면서 해안에 날카로운 현무암 이 솟고 조개껍질이나 부서진 산호와 모래가 해안에 쌓이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은 바닷물고기를 포함한 해양생물의 서식에 큰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물새의 먹이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도구와 방법과 어촌 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며, 음식 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바다와 해안의 특징을 고려해 각 해역을 대표하는 바닷물고기를 선정했다. 이 바닷물고기들을 통해 바다의 역사와 문화, 생태계의 변화, 어민들의 삶, 바다 음식, 해양 문화 교류사, 기후변화 등을 살피고자 했다. 하지만 해역별로 대표 바닷물고기를 선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제 동해에서 만나기 어려운 명태나 서해에서 어획되지 않는 조기를 넣은 것은 해당 지역에서 이들 바닷물고기가 차지하는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 해역을 넘나드는 바닷물고기를 특정 해역에 포함시키는 것도 어려웠다. 숭어는 서해뿐만 아니라 남해와 동해까지 모든 해역에서 서식하며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바닷물고기다. 하지만 회, 탕, 조림, 건정 등 숭어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는 서해를 모태로 삼았다. 마찬가지로 아귀는 동해뿐만 아니라 남해와 서해에서도 잡히지만 동해에 포함시켰다.

우리 바다에서 지난 50년 동안 큰 물고기는 90퍼센트가 사라졌다. 동해에서 명태가, 서해에서 조기가 사라졌다. 이제는 병어와 대구는 말할 것도 없고, 망둑어와 양태마저도 귀한 바닷물고기가 되었다. 과거에 ‘잡어(雜魚)’라고 부르던 바닷물고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 사이 어떤 변화들이 생긴 것일까? 서해의 갯벌은 50퍼센트가 뭍이 되어 공장이 지어지고 아파트가 올라갔다. 서해와 남해의 바다 숲은 백화현상으로 사막이 되었다. 바닷물고기들이 산란을 하고 치어들이 자라야 할 인큐베이터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어민들은 모기장처럼 촘촘한 그물로 어종을 가리지 않았고, 소비자들은 알배기 생선을 즐기며 텅 빈 바다를 부추겼다. 그러고서 모든 책임을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에 떠넘기고 있다. 바다 숲은 해조와 해초 군락, 그 안의 해양 동물을 포함한 군집을 말한다. 바다 숲은 생물의 다양성 유지, 어린 물고기의 은신처 제공, 먹이 공급, 산란 장소 등 바다생물의 서식지 기능을 한다. 또 수질 정화, 바다 저질(底質) 안정화 등 해양 환경 유지 기능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식품과 생태 체험과 해양 레저 관광을 할 수 있는 친수공간(親水空間)도 제공해 준다. 우리나라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기념해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정했다.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 관심 속에서 바다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바다 식목은 수심 10미터 내외의 암초나 갯벌에 해조류나 해초류를 이식해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곳은 뭍과 섬에서 영양물질이 많이 유입되고, 햇빛이 잘 들고,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 식물성 플랑크톤, 해조류, 해초류, 부착생물 등이 많다. 해양 생태계 중 기초 생산자가 많아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공간이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수산물은 대부분 이곳에서 얻는다. 벌거벗은 산을 숲으로 가꾸기 위해 온 국민이 삽과 호미를 들고 나무를 심었던 때를 생각해 보자. 이제 바다가 사막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바닷물고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6년 6월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후였다. 새만금은 갯벌이나 바다를 지키는 것은 어민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바다가 뭍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갯벌과 바다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가치를 도시민이 공감할 때 비로소 간척과 개발은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무렵 슬로푸드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슬로푸드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가 이탈리아에서 들어오면서 촉발되었지만, 최근에는 ‘음식의 질’을 넘어 ‘삶의 질’, ‘생명’, ‘초월적인 삶’이라는 철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일본이나 노르웨이를 넘어 세계 1위다. 매일 먹는 밥상을 살펴봐도 몇 가지 수산물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밥상은 바다의 가치를 도시민과 나눌 수 있는 매개체다. 어부는 정한 시기에 정한 곳에서 허용된 양을 잡아야 하며, 소비자는 그 가치를 존중하고 적절한 값을 지불해야 한다. 어업은 우리의 건강하고 즐거운 밥상과 이웃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어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바다 환경과 생물종 다양성도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슬로푸드는 산업화된 폭력적인 어업 방식이 아닌 전통 어업 방식과 소규모 어업 생산자들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그 프로젝트가 슬로피시다. 슬로피시는 어업이나 물고기만 주목하지 않고, 어촌과 어민의 삶의 지속을 지향한다.

슬로푸드가 그렇듯이 슬로피시도 바다 음식을 영양학으로 접근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해양 생태계·기후변화· 해양 쓰레기, 어획 방법과 소비 방식과 어민들의 삶을 함께 살피는 ‘미식학’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나 여행자를 공동 생산자라고 한다. 지속 가능한 미식이란 이렇게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공존하고 공생하는 그물로 차린 밥상이다. 미식은 혀끝에서 이루어지는 본능이 아니라 학습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것이 이 책을 집필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을 집필하는 데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바다와 섬에서, 어촌과 마을에서 만난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바다 인문학’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올곧게 살고자 노력하는 도반道伴들은 지혜를 아낌없이 내주었다. 어시장에서 좌판을 펼치고 생선을 파는 어머니들도 큰 도움을 주었다. 동해와 서해와 남해와 제주 바다를 오가는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곁에서 묵묵히 오가는 것을 지켜보며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맙다. 아빠가 가져온 바닷물고기와 해산물 탓에 식당에서 먹는 것은 맛이 없다며 응원해준 별아, 바다, 푸른, 보리에게도 고맙다.

 


 

저자 l 김준

전남 곡성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로 이사를 했다. 광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 답사를 다니면서다. 광주와 전남은 물론 전북까지 오가며 역사, 문화, 생태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에 관심을 가졌다. 1990년대 지역신문에 광주와 전남의 이야기를 인물과 사회운동 중심으로 연재하면서 지역 근현대사와 생활사에 깊이 천착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병역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사, 미시사, 지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농촌과 농민운동 연구로 석사학위를 마친 후 어촌 공동체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도서문화연구원에서 10여 년 동안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섬 문화·어촌 공동체·갯벌 문화 등을 연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어촌 사회학의 연구 대상과 방법을 찾고자 했다. 2008년부터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섬·어촌·문화·관광 관련 정책을 발굴하며, 섬과 갯벌의 가치를 사람들과 나누는 글을 쓰고 있다. 또 슬로피시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30여 년을 섬과 바다를 배회한 것은 섬살이와 갯살림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그 과정에서 『바닷마을 인문학』(2020년 우수환경도서), 『한국 어촌 사회학』, 『섬:살이』, 『물고기가 왜?』(2016년 우수환경도서, 2017년 책따세 추천도서), 『어떤 소금을 먹을까?』(201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하고 사람에 취하도서, 2014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 『대한민국 갯벌 문화 사전』, 『김준의 갯벌 이야기』, 『바다에 취는 섬 여행』, 『새만금은 갯벌이다』, 『갯벌을 가다』, 『섬문화 답사기』(전5권), 『바다맛 기행』(전3권) 등의 책을 펴냈다. 또 바다와 갯벌 냄새가 물씬 나는 ‘섬과 여성’, ‘바닷물 백 바가지 소금 한 줌’, ‘갯살림을 하다’, ‘소금밭에 머물다’ 등 해양 문화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지금도 갯벌과 바다, 섬과 어촌을 찾고 그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연재 목차 및 일정]

01. 명천의 태씨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하다? (4/05)
02. 과메기의 원조는 청어다! (4/06)
03.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 (4/07)
04. 황금색 조기의 전설! (4/08)
05. 관리들이 웅어를 빼앗는다. (4/10)
06.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바닷물고기 '숭어' (4/11)
07. 거제대구와 가덕대구의 논쟁? (4/12)
08. 서대는 소의 혀와 비슷하다. (4/13)
09. 방어는 왜 지역마다 먹는 방식이 다를까? (4/14)
10. 신에게 바치는 생선 '옥돔'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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